[과학기자의 문화산책] 제목 만큼이나 ‘기묘한’ 이야기, ‘아주, 기묘한 날씨’

2017년 07월 09일 16:00

날씨가 기묘하다. 기자가 살고 있는 서울은 낮에는 햇볕이 쨍쨍 내려쬐다가도 밤이 되면 공기 중에서 수영하는 기분이 들 만큼 습하게 변한다.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구름이 하늘에 떠 있지만 그 상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같은 때는 제습이 짱짱하게 잘 되는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실내에서 책을 읽는 것이 최고다. ‘아주, 기묘한 날씨 (로런 레드니스 저, 푸른지식)’ 같은 책을 한 권 들고.

 

 

대화를 하다보면 머릿속에서 갑자기 대화와 상관없는 주제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이런 식이다. 비오는 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면 과거 비오는 날 길에서 미끄러졌던 경험이 떠오르고, 하필 그날 입었던 새 옷이 생각나며 기분이 나빠진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튄다. “그런데 말이야, 비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 건데 내가 어제 입었던 그 바지에 슬픈 사연이 있어.”

 

‘아주, 기묘한 날씨’는 이런 의식의 흐름에 따른 전개가 눈에 띄는 책이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다가 구조된 광부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대서양과 아프리카 대륙 너머에 있는 섬, 마다가스카르의 이야기로 의식의 흐름이 튄다. 물론 난데없이 튀는 것은 아니다. 매몰됐던 광부의 이야기에서 산호세 광산을 끄집어내고, 산호세 광산이 있는 아타카마 사막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인간이 화성에서 적응하기 위한 대체 실험실로 꼽힌다고 이야기하다, 아타카마 사막에 7~8년에 한 번씩 비가 내리면 황량하던 사막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생명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 뒤 마찬가지로 우기만 되면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헉헉.

 

연쇄적으로 튀어나오는 작가의 의식의 흐름 덕에 일단 책을 펴면 한 챕터가 끝날 때까지 책을 덮기 어렵다(반대로 말하면 챕터 단위로 끊어 읽기 좋다는 뜻도 된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담긴 에피소드도 인상 깊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이야기할 때는 삶의 터전을 잃은 수해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허리케인 ‘아이린’이 공동묘지의 시신을 모두 흙 밖으로 꺼내고 유실시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첫 에피소드가 주는 기묘한 느낌은 끝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이 책은 ‘그림책’이다. 파슨스뉴디자인스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작가 로런 레드니스는 책을 만들기 위해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책 전체를 삽화로 뒤덮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림만 있고 내용이 전혀 없는 쪽도 있다. 삽화에 맞춰 손글씨체 활자를 써 (원서에서는 작가가 직접 쓴 손글씨를 썼다) 가독성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 글씨체 덕분에 삽화와 이야기의 분위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보다 깊고 어렵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삽화만 보여준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삽화만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장 감탄스러운 부분은 제목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쓰는 단어 중에 ‘초월 번역’이라는 단어가 있다. 외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감성에 맞게 적당히 의역을 하는데, 이 번역이 찰떡같이 어울릴 때 쓰는 단어다. ‘아주, 기묘한 날씨’라는 제목이 바로 초월 번역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under & Lightning: Weather Past, Present, Future (천둥&번개: 날씨의 과거, 현재 미래)’다. 독특하고 매력적이면서 기묘한 이야기 전개 방식과 삽화를 가진 이 책에는 원제보다 ‘아주, 기묘한 날씨’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