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하루 10시간 투석 받게한 …'햄버거병' 대체 뭐길래?

2017.07.06 19:30

 

 

동아일보 DB 제공
동아일보 DB 제공

 

햄버거를 먹은 후 급성 신부전에 걸려 하루 10시간씩 투석을 받는 4살 아이의 사연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햄버거의 패티가 덜 익어 용혈성요독증후군 (HUS),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논란이다. 피해자 가족은 5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가 먹은 햄버거 회사 맥도날드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제대로 조사한 뒤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HUS는 어떤 병이며,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 걸까? 

 

● HUS, 성인보다 소아가 걸릴 확률 ↑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은 주로 음식을 통해 감염된 대장균이 일으키는 강한 식중독의 하나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증상을 보이면서 햄버거병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 병은 가축의 장에 사는 ‘O-157 대장균’이 원인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O-157이 인체에 들어와 만드는 ‘시가톡신’이란 독소가 혈관의 내피세포를 파괴하고 이곳에 혈소판이 붙으면서 혈관이 좁아진다. 좁아진 혈관을 지날 때 적혈구가 터지면서 출혈을 동반한 심각한 설사와 빈혈을 일으킨다.

 

더구나 HUS는 신장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HUS는 시가톡신 수용체가 많은 신장 사구체 속 혈관에서 많이 발생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50%의 확률로 급성신부전으로 진행된다. 급격히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급성 신부전은 투석을 받더라도 생존률이 절반 정도다. 생명을 건지더라도 지속적 장애로 이어져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한다.  

 

박정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0-157 대장균에 감염되면 하루 이틀 안에 장염 증상을 보이고 1~2주 뒤부터 피가 섞인 설사를 하는 등의 용혈성 질환으로 이어진다”며 “성인은 잘 걸리지 않고 세포막에 독소 수용체 단백질이 많은 소아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학계에 보고된 HUS의 발병률은 15세 이하 아이에서 인구 10만 명 당 1명, 3세 이하 소아에서 3명이다.

 

박 교수는 “이 병은 식중독균이 햄버거를 통해 감염돼 걸리는 병으로 인식돼 있는데,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사실 감염없이도 생길 수 있다”며 “임신 중이거나 장기이식을 받아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걸릴 수 있고, 유전적 이유로도 발병한다”고 덧붙였다.

 

● 햄버거 때문?…역학조사 이뤄져야

 

HUS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인 대장균은 가축의 장 안에 산다. 도축 과정에서 가축의 분변을 처리할 때 적절히 처리를 못 하면 이 균이 고기에 묻어 사람으로 옮겨진다.

 

여러 고기를 다져서 만드는 햄버거 패티가 HUS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일반 스테이크용 고기는 대장균이 표면에만 묻지만, 햄버거 패티는 여러 고기가 섞이면서 속에도 균이 들어갈 수 있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햄버거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햄버거 패티에 대장균이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멸균이 제대로 되지 않은 우유처럼 오염된 음식을 통해 다른 경로로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통해 어떤 음식 때문에 감염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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