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⑥] 미세먼지 대책, 과학적인 대응 시스템 갖출 수 있을까

2017.06.22 18:00

▶ 3줄 요약
1.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노후 경유차를 퇴출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2.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접근 방식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단편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대기 질 관측 데이터를 축적하고, 어떤 정책이 비용 대비 실질적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큰지 면밀히 검토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4월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유투브 캡처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4월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유투브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건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봄철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가동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곳(발전기 각 2기씩 총 10기) 중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호남화력발전소를 제외한 4곳(영동, 서천, 삼천포, 보령)에 대해 6월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서천 1·2호기, 영동 1호기 등 3기는 셧다운이 끝나는 7월부터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내년부터는 매년 3~6월 4개월간의 셧다운을 정례화 하고, 향후에는 나머지 노후 석탄화력발전기 7기 모두 조기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환경과학원을 중심으로 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과학자들이 항공기와 선박, 위성, 지상관측소 등을 총동원해 국내 대기 질 조사를 수행했다. 그 사이 미세먼지 대응 기술 개발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포함됐고, 정부가 ‘과학기술 기반 미세먼지 대응 전략’을 발표했으며 이를 추진할 범부처 미세먼지사업단도 출범했다. 다음 달이면 KORUS-AQ의 관측 데이터와 분석 결과도 대중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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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서도 여전히 과학기술의 역할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세먼지 대책 포럼: 미세먼지, 그 실체와 과학기술적 접근’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규제의 영역에서 과학기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실질적으로 과학기술이 어떻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단순히 여러 미세먼지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건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봄철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지시를 내렸다.  - 위키미디어 제공

● 文 “탈(脫)석탄, 친환경차 확대, 규제·관리 강화”
 
문 대통령이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 이행 방안은 크게 탈(脫)석탄과 친환경차 확대, 규제·관리 강화 등 3가지 트랙으로 나뉜다. 우선 탈석탄 정책은 △일부 석탄화력발전소 봄철 셧다운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5곳) 조기 폐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발전기(9기) 원점 재검토 등이 핵심이다.
 
친환경차 확대 정책의 경우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 구입 비율 50%→70%로 상향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 확대 등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 △전기차 렌터카 보조금 지원 및 법인세 면제 △노후 경유버스 연료 압축천연가스(CNG)로 교체 △노후 경유승용차 퇴출 위한 중·장기 계획 추진 등으로 경유차를 줄이고 친환경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규제·관리 강화 정책에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 설치 △국제보건기구(WHO) 및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의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 △산업단지·화력발전소·공항·항만 등 미세먼지 집중배출지역을 ‘대기오염 특별대책지역’으로 설정, 엄격 관리 △모든 발전소 대상 저감기술 적용 의무화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 교육시설 주변 미세먼지 측정기 우선 설치를 시작으로 미세먼지 측정·예보 인프라 보강 △미세먼지 취약계층(어린이, 노인)을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그동안 한·중 장관급 회담 수준에서 논의됐던 미세먼지 대책을 정상급 의제로 격상해 양자, 다자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대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주요 배출원별 저감 기술과 대책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세먼지 대책 포럼: 미세먼지, 그 실체와 과학기술적 접근’에서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예측본부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KISTEP 제공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세먼지 대책 포럼: 미세먼지, 그 실체와 과학기술적 접근’에서 안상진 KISTEP 미래예측본부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KISTEP 제공

● 국민적 요구 부응에만 치중… 전기차 확대가 오히려 초미세먼지 늘릴수도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은 과학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한 접근 방식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단기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탈석탄 정책과 전기차 확대 정책의 현실적인 모순이다. 안상진 KISTEP 미래예측본부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공약은 ‘제7차 전력수급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같은 전력공급 체계 아래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기차에 대한 세심한 환경영향 평가 없이 보급 목표를 세울 경우, 미세먼지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DS(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증가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평균 수준으로 전기차가 보급될 경우 2030년 전국 초미세먼지(PM2.5)의 평균농도는 오히려 ㎥당 0.494㎍(마이크로그램·1㎍은 100만 분의 1g)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이동오염원(차량)의 배출은 감소하지만, 전력수급 문제로 발전부문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 연구위원은 “당장 전기차 시장의 성장속도에 비해 전력공급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인터넷 블로그에 나타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대중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주로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인식해 신재생에너지를 훨씬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나가야 하지만, 단기적인 전력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가 문제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형 STEPI 연구위원도 “여전히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하는 데 그쳐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비판을 받은 느슨한 국내 대기환경기준과 미세먼지 예·경보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난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환경기준만 WHO 권고 수준으로 높여 전국이 매일 ‘나쁨’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 가장 주의해야 할지 알리는) 예·경보의 역할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미세먼지를 저감하면서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세먼지 대책 포럼: 미세먼지, 그 실체와 과학기술적 접근’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KISTEP 제공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세먼지 대책 포럼: 미세먼지, 그 실체와 과학기술적 접근’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KISTEP 제공

 ● ‘미세먼지 저감’ 목표 달성 위해선 과학 기반 정책시스템 필요
 
미세먼지 측정소 확대 역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미세먼지 국가프로젝트 사업단장인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미세먼지 저감이라면 좀 더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가령 미세먼지의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의 공간적 이동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촘촘히 관측하는 것보다 연직 분포를 관측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 단장은 “지상관측소도 단순히 ‘100개를 늘리겠다’는 식이 아니라, 미세먼지의 거점이 되는 지점이 어딘지 면밀히 분석한 뒤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상관측소가 아주 조밀할 필요는 없지만 산업단지, 도로 등 지역별 여건과 인구밀도, 미세먼지의 이동 양상 등을 고려해 위치나 고도 등을 재배치할 필요는 있다”며 “장기적인 관측 데이터가 쌓여야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위원은 “부산과 울산처럼 서로 인접해 있는 지역의 경우, 한 쪽의 노력으로는 대기 질 개선이 어렵다”며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비슷한 영향권에 속한 지역은 권역별로 지역자치단체가 협력하고, 이를 중앙정부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울산의 미세먼지(PM10)는 경상도 안에서도 지역별 기여도가 다양하다. 부산 등 외부 지역에서 넘어오는 양이 74%로, 울산 내 발생 미세먼지(26%)의 3배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1943년 ‘로스앤젤레스(LA) 스모그 사건’을 계기로 대기 질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1970년부터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노력도 시작됐다. 바로 ‘클린 에어 액트(Clean Air Act)’다. 과학적인 관측 데이터와 대기 질 모델링이 정책 결정 시스템의 기반이다.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주와 지역자치단체, 시민들이 협력한 결과 1970년 대비 2015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각각 39%, 37%씩 줄었다(24시간 평균농도 기준).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5배 증가하고, 자동차 수도 1.8배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 폭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1970년 시작된 미국의 ‘클린 에어 액트(Clean Air Act)’에 따라, 1970년 대비 2015년 미국 내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는 평균 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5배 증가하고, 자동차 수도 1.8배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 폭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미국환경보호국(EPA) 제공
1970년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클린 에어 액트(Clean Air Act)’에 따라, 1970년 대비 2015년 미세먼지, 오존 등 미국 내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는 평균 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5배 증가하고, 자동차 수도 1.8배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 폭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미국환경보호국(EPA) 제공

● 시민들의 동참도 중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배 단장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만큼이나 시민들의 동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는 전기세 인상 등이 따라올 수 있다. LNG화력발전의 단가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올해 5월 기준 kWh(킬로와트아워)당 평균 83원으로 석탄화력발전(49원)보다 약 70% 높다. KORUS-AQ 연구진의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기오염이 심했던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등은 환경부담금에 따른 세금 인상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악영향보다는 세금 인상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또 다른 국내 대학교수는 “임기 내에 30%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계획일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측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전 환경부 장관)은 “그동안 대기환경 정책은 일부 소수의 결정권자들에 의해 추진돼 왔던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시민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이나 인구집단에 대해 정부가 역학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지자체가 운영 중인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에 국고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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