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개사전 08] 물을 좋아하는 대형견, 리트리버

2017년 06월 17일 15:00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물에 의한, 물을 위한, 물의 개.

대형견이라는 것을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대형견’인 것이 문제.

 

 

백개사전은 채널A 간판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일명 개밥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전 화에 등장했던 개들에 대해서 하나씩 짚어보고 있는데, 지난 화에는 딱히 나온 개가 없었네요. 그래서 이번 주는 여름을 맞아 물에 살고 물에 죽는, ‘리트리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왼쪽)와 골든 리트리버(오른쪽). - GIB 제공
래브라도 리트리버(왼쪽)와 골든 리트리버(오른쪽). - GIB 제공

● 물에 뛰어들어 사냥감을 물어와야 했던 리트리버

 

강릉에 놀러갔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순포 습지 인근에 있는 작은 웅덩이 주변에서 리트리버 두 마리와 견주가 산책을 즐기려는 듯,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한 장면 같았지요. 그런데 그 생각도 잠시, 물가로 간 개 두 마리는 주인이 말릴 틈도 없이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습지 근처에 생긴 웅덩이니 당연히 진흙이 뒤섞여 있었고 개들은 금새 흙투성이가 됐지요. 아마 제가 주인이었다면 뒷목을 잡았을 텐데, 그 견주는 그 일이 매우 익숙했던지 차에서 커다란 수건을 꺼내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지요. ‘아, 저 집은 저런 일이 일상이었겠구나’하고 말이에요.

 

네, 맞습니다. 리트리버를 키우는 견주 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물을 정말 좋아한다고요. 신기하다고 하는데 리트리버는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정확히 인간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진 개입니다.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대표되는 리트리버는 ‘되찾아오다’라는 뜻의 영단어, retrieve에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19세기 중순 쯤 스코틀랜드에서 개량됐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새 사냥이 유행했습니다. 물가에서 오리나 기러기 같은 물새를 총으로 쏘아 잡았지요. 다만 당시 영국 사람들은 사냥을 하는 것은 좋아했는데 사냥에 성공한 뒤 물에 떨어진 새를 주우러 물에 들어가는 것은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개를 훈련시켜 사냥감을 주워오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냥감을 물고오는 골든 리트리버 - Marlies Kloet(W) 제공
사냥감을 물고오는 골든 리트리버 - Marlies Kloet(W) 제공

 

사냥감을 주워오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특징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물에 빠진 사냥감을 가지고 돌아와야 할테니 물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해서는 안됩니다. 사냥감을 가지러 간 뒤 정작 잡은 사냥감을 개가 먹어치우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되겠지요. 심지어 사람이 총으로 쏘아 잡은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새를 물어오면서 새에 이빨 자국도 남기면 안됩니다. 주인이 사냥을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고, 사냥에 성공한 뒤 주변의 다른 사람이나 개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주인의 명령을 재빠르게 수행하는 능력도 필요하지요. 물가에는 갈대 같은 풀도 무성하게 자랄테니, 주인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휘파람이나 목소리에 따라 주인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리트리버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개입니다. 물을 좋아하고, 주인이 명령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기다리는 것도 아주 잘 하지요. 사냥터를 뛰어다니던 개이니 활동량도 많고 성격도 쾌활합니다. 생김새조차 순하게 생겼지요. 참을성도 많고 주인 말도 매우 잘 듣는 개, 현대 사회에서 이보다 더 좋은 개가 어디있을까요? 영국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개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트리버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대형견이어서 사랑받고, 대형견이어서 사고가 생기는 리트리버

 

우리나라에서 리트리버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은 특수견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개)에게 가해지는 모든 위해를 참아내는 개지요. 걸음속도가 느린 장애인에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사람이 발을 밟아도 ‘깽’ 소리 한 번 안내고 슥 뺀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겁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리트리버도 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리트리버는 태생이 순한 개는 맞습니다만, 절대로 모든 리트리버가 도우미견 같지는 않습니다. 도우미견은 장애인을 돕는다는 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특수한 훈련을 받은 개입니다. 전문가들의 훈련 아래서도 극소수의 개만이 도우미견이 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일반인이 함께하는 가정견인데 도우미견처럼 행동할 수 있을리가요. 리트리버도 다른 개와 마찬가지로 흙에서 뒹굴고, 흙을 파고, 풀 뜯는 것을 좋아하며 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개일 뿐입니다. 다만 그 크기가… 크기가 말이지요.

 

리트리버는 몸무게가 25~35㎏ 가량 나가는 대형견입니다. 이 무게를 가진 개가 갑자기 신이 나서 달려나갈 때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소형견인 말티즈가 뛰어나가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무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가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물면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만, 만에 하나 물었더라도 소형견은 반창고 한두개로 끝날 수 있지만 대형견은 목숨에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내 개는 나에게만 사랑스럽고 착한 개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마셔요~!

 

※ 편집자주: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 시즌2’가 3월 29일 첫방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방영되고 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새로운 식구를 들인 방송인들이 등장합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개밥남’에 등장하는 견종을 비롯해, 다양한 견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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