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정신줄 놓다 에 대한 3가지 고찰

2017.06.10 19:30


#1

갑작스런 폭설에 산에서 길을 잃은 두 사람. 서로를 꼭 껴안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애를 쓰지만, 다리를 다친 한 사람에겐 점점 졸음이 몰려온다.
“정신줄 놓지 마! 그러면 큰일 나!”


이 상황에서 정신줄은 의식을 유지하는 것, 즉 깨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의식은 ‘깨어 있는 정도’와 ‘현재 상태에 대해 알고 있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깨어 있음에 해당하는 의식은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는 환자가 의식이 저하됐을 때 그 원인을 신속히 가려내야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술실에서는 오히려 인공적으로 환자의 정신줄을 놓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 중 각성이라는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의식은 나 또는 주변의 상황을 알고 있고, 그 상황을 내가 알고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뇌과학에서 매력적이고 중요한 주제이지만 과학적 접근이 매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2

오늘도 게임에 빠져 있는 우리 아들.
“아들! 숙제는 다 했니?”
“…….”
“너 또 게임에 정신줄 놓고 있구나. 너 3일간 게임 금지!”"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주위의 다른 자극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사실 집중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 뇌는 대부분의 자극을 인지하지 못하지요.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노출되는 무한한 자극은 우리 뇌가 모두 처리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뇌는 주의집중이라는 책략을 사용합니다. 이때 필요하지 않은 자극은 걸러내고 중요한 자극이나 정보만을 추려내는 과정이 극대화된 경우, 주위에서는 정신줄을 놓은 듯 보입니다.

 


#3

커피 한 잔을 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옆방 교수님. 옆에서 한참을 쳐다봐도 낌새를 못 차리신다.
“교수님, 뭐 그렇게 정신줄 놓고 계세요?”"


멍하게 있는 상태를 신경과학에서는 휴지기 상태 또는 내정된 상태라고 부릅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보면 이때 오히려 더 활성화되는 뇌 영역들이 있는데요. 활성화 부위는 쐐기전소엽, 후대상회, 내측전전두엽과 일부 내측측두엽을 포함합니다. 이 부분들은 서로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부 학자들은 내정 상태 회로라 부르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상태의 기능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위 자극을 감시하고 예상되는 변화를 감지하는 파수꾼 역할입니다. 다른 가설은 방대한 자극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생각이 일어나는 상태’로 마음의 방황 또는 백일몽 상태라고 보는 것입니다. 창조적인 생각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죠. 이는 내정 상태 회로를 구성하는 부위의 역할이 자전적인 기억, 미래에 대한 전망, 타인의 마음에 대한 이해 등과 관련됐다는 기존의 연구와도 부합합니다.


이런 기능들은 청소년기가 지나야 나타나며 뇌영상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온갖 자극에 시달리며 바쁘고 예민해졌다면 잠시 정신줄을 놓고 마음의 방황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참고: 과학동아 2010년 01월호 ‘정신줄 놓다 에 대한 3가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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