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Dream_1화] 그렇게 만난 두 얼굴의 인도

2017.06.02 07:00

 인도의 대표 관광명소인 타지마할. - 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인도의 대표 관광명소인 타지마할. - 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편집자주

[과학Dream] 에피소드는 동아사이언스의 기자들의 인도여행기를 담았다. 자세한 내용은 스토리펀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로자와 부처님, 어린이가 힘을 합쳐 탄생한 2017년 5월의 황금연휴.

 

동아사이언스의 4명 기자들은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인도는 방문해 본 사람들의 호불호가 확실한 나라다. 여자들의 여행 소식에 주변에선 걱정이 유독 더 많다. “길거리에 여자가 걸어 다니면 손이 불쑥불쑥 나온다.”, “택시기사가 이상한 곳으로 간다.”

 

과학기자의 입장에서 인도는 선진국이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매년 각 국의 과학 기술력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인도는 이미 한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아시아 3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학계에서는 ‘사실상 인도가 이미 한국을 앞섰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탄탄한 기초과학과 13억 명의 인력풀을 활용한 인해전술이 이뤄낸 성과다.

 

이 인구의 절반은 25세 이하의 젊은 피다. 미래가 더 기대될 법 하지만 오히려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단다. 왤까?

 

● 우주 강국의 이면엔 65% 문맹률

 

인도 델리의 비공식 학교인
인도 델리의 비공식 학교인 '다리 밑 학교'에 서양 봉사자들이 음식을 나누러 왔다.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음식을 받으러 줄을 섰다. 학습보다는 배고픔이 더 큰 문제였나보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현재 인도 젊은 인구의 상당수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유니세프(UNICEF)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교육법 개정으로 무상교육을 시행하며 현재 98%의 아이들이 초등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의무교육의 울타리 밖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무려 20%에 이르리라 추정된다. 여전히 25세 이하 여성의 65%는 문맹이다. 

 

학교에 온 이후에도 문제다. 가난한 아이들은 ‘무상급식’ 정책에 이끌려 학교로 왔다. 하지만 학교를 3년이나 다녀도 자신의 이름 정도 밖에 못 쓰는 아이들도 많다. 일차적 문제는 교사에게 있다. 많은 인구를 모두 가르칠 학교도, 선생님도 부족하다보니 교사는 1인당 GDP의 10배가 넘는 임금을 받는 고소득 직종이 됐다. 반면, 문맹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챙기지 못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를 위한 학교를 다니게 됐다.

 

● '과학 드림(Dream) 프로젝트'를 결심했다

 

수업 강의안을 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수업 강의안을 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취직한 인도인들을 만나 인도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난해서’, ‘계층이 낮아서’, ‘시골에 살아서’, ‘여자라서’. 다양한 이유들이 기본적 교육의 혜택조차 누리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란다.

 

아이들이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과학을 즐기고 혹은 언젠가 과학자가 되길 꿈꾸길 바랐다. 이 작은 소명감으로 인도에서의 봉사활동이 결정됐다. 실험키트를 들고 가 과학교육을 해주겠단 것이었다. 회사에 실험키트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고, 여행 일정을 짜던 계획안은 기획서로 바뀌었다.

 

‘과학동아 몰’에서 판매 중인 ‘자석으로 로켓 띄우기’와 ‘잠망경 만들기’ 실험 키트는 가위나 테이프 같은 준비물 없이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인도행 티켓을 따냈다. 실험 순서를 숙지하고, 어느 단계에서 아이들을 집중하게 만들지 고민했다. 그렇게 진짜 인도로 향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게 제 선택은 아니잖아요?”

미니 인터뷰 - 쇼미, 플로리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연학생

 

인도로 떠나기 한 달 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제R&D아카데미(IRDA)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쇼미(27), 플로리나(23) 학연학생을 만났다. 쇼미는 인도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동쪽 콜커타 지역, 플로리나는 아직 교육에 소극적인 남쪽 타밀라드 지역이 고향이다.
 

기자와 함께 얘기를 나누던 중 플로리나는 쇼미에게 부럽다는 얘길 건넸다. 세계화가 잘 돼 남녀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고, 여성도 주체적인 한 명의 인격으로 인정받는 동쪽 지역과 달리 남쪽 지역에서 여자는 그저 결혼해서 집안일을 하면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나노공학을 전공한 플로리나가 대학원을 가려고 할 땐 대학의 여교수조차 “결혼한 뒤 석사과정을 시작하라”고 조언했으며, 한국 유학을 결정한 뒤 부모님은 마을에서 ‘딸을 함부로 키우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19~21세에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다.
 

플로리나의 고향과 같은 곳이 인도 전체 지역중 60%에 이른다. 이런 지역에서 여성이 장래희망을 갖긴 힘들다. 딸이 태어난 직후 부모들은 ‘결혼 찬조금’을 마련하기 시작하고 그 찬조금의 크기에 따라 사윗감의 ‘스펙’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인도엔 여성의 집안에서 받을 수 있는 ‘결혼대출’도 존재한다. 여성이 학업을 진행하거나 직업을 갖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이 모든 건 여성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시댁의 의향에 따라 이뤄진다.
 

반면 쇼미는 한국보다도 자유로운 가정에서 자랐다. 남자인 친구들이 집으로 전화를 하거나 그들을 데려와도, 그들과 밤늦게 까지 술을 마시면서 놀아도 부모와 지역 사람들은 질책하지 않는다. 허리를 훤히 내놓은 최신 유행패션 ‘크롭탑’과 핫팬츠도 쇼미의 지역에선 자연스러운 옷차림이다.
 

플로리나의 이야기를 듣던 쇼미는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제가 살던 지역의 문화가 현대 인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 놀랍네요”라며 한 나라인데 정말 다른 나라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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