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정책제안 ①] 동물에 대한 국가 철학이 필요하다

2017.06.01 15:00

 

동물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만들어졌는데, 그걸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해요.

제도를 만들고 정착하려면 나라에서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기본 철학이 필요합니다

_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

 

 

5월 20일 토요일 늦은 저녁, 서울 한 카페에서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정책 제안 간담회’가 열렸다. 5월 10일 출범한 새 정부에 시대상에 맞는 반려동물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간담회에는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 최영민 서울수의사회장, 조광민 서울수의사회 공보특보,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가 참석했으며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가 온라인을 통해 참여했다.

 

왼쪽부터 이학범 데일리뱃 대표,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 최영민 서울수의사회장, 조광민 서울수의사회 공보특보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왼쪽부터 이학범 데일리뱃 대표,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 최영민 서울수의사회장, 조광민 서울수의사회 공보특보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은 갑작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농협중앙회 조사에선 2009년 1687억 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용품 시장이 2014년에는 3849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뿐 아니라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 가축이라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시민단체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올초 동물보호법 개정안 일부가 통과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당초 안대로 통과된 것이 아니라 수정을 거쳐 일부가 통과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동물과 관련된 법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근본적으로 동물을 어떻게 분류하고 취급할지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헌법에 생명권이 명시돼 있습니다. 헌법을 통해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게 되면 생명 존중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의무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_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대선 기간동안 정의당 대선 후보였던 심성정 의원이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듯, 동물 생명존중에 대한 내용도 헌법에서 명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년 총선에서 개헌을 약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헌법에 생명 존중에 대한 내용도 담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생명존중’의 가치를 내세우게 되면 하위법에서 자연스럽게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방향성이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다양한 곳에 이용되고 있지만 이 동물들의 용도와 취급은 일률적이다. 경제적 가치가 필요한 산업동물과 가족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같은 법안으로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물권에 대한 내용이 명확해지면 그 다음 단계로 각 동물을 정의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산업동물, 반려동물, 야생동물처럼 분류가 명확해지면 이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되겠지요

_최영민 서울수의사회장

 

 

대선 기간동안 동물권을 신장하겠다는 공약은 주요 정당 다섯 후보가 모두 내세웠다. 당시 다른 후보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이 상황을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취급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물에 대해 국가 철학을 세우는 것은 동물권 신장을 위한 첫 번째 단계다. (☞ 2편에 계속)

 

☞(함께 읽기) [반려동물 정책제안 ②] 동물 복지와 방역을 담당할 중앙부처가 필요하다
☞(함께 읽기) [반려동물 정책제안 ③] 동물병원 진료비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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