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왜 이럴까?] ⑧ 여성은 어떤 남자를 좋아할까?

2017년 06월 04일 07:30

네 줄 요약
1. 짝에 대한 인간의 선호 기준은 본성과 문화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2. 부나 지위, 나이 등 차별적인 자질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3. 하지만 이러한 선호의 차이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절대적인’ 차이가 아니다. 
4. 실제로 친절함이나 배려, 지능, 성격, 건강, 융통성, 창조성, 교육 수준, 정절, 용기 등이 더 중요하다.

 


이번이면 딱 열 번째 딱지입니다. 마음에 두던 여성에게 퇴짜를 맞는 일은 이제 이골이 날 지경이네요. 제가 직업도 변변치 않고, 돈도 없기 때문일까요? 이러다가 여자 손도 못 잡아보고 홀아비로 늙어갈까 싶어 걱정됩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성의 조건,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사랑의 차별성


사람을 조건에 따라서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종 차별, 남녀 차별, 학력 차별, 외모 차별 등등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차별로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차별이 옳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차별은 일단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짝에 대한 차별이죠.


우리는 좋아하는 이성을 아주 차별적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어떤 이성이든지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좋아하겠다’라는 식의 선언은,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이성을 선택적으로 좋아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깁니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대개 한번에 단 한 명의 이성을 좋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다른 남성을 좋아하면서, 왜 나에게는 사랑을 나누어주지 않느냐는 항변은 받아 들여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은 어떤 기준으로 남성을 차별할까요?

 

바비(Barbie)와 그의 남자친구 켄(Ken). 제작사에 따르면, 바비는 몇 년 전 성격 차이로 켄과 헤어졌다.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낸다. - madelineyoki(F) 제공
바비(Barbie)와 그의 남자친구 켄(Ken). 제작사에 따르면, 바비는 몇 년 전 성격 차이로 켄과 헤어졌다.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낸다. - madelineyoki(F) 제공

보편적인 매력 기준이 존재하는가?


과연 짝 선호의 보편적인 기준이 있을까요? 분명 개인적인 선호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매력적인 자질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다는 근거는 아주 많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연구해 온 주제인데, 이런 주제는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히 ‘진화심리학=성적 매력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뭐. 어느 정도는 진화심리학자들이 자초한 일이네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선호에 대한 진화심리학 연구들은 정말 끝도 없이 많습니다.


보통 예쁜 여자를 보면, 모든 남자들이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남성의 이성 선호가 신체적 외모에 상당히 많이 좌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여성은 이성을 선택할 때, 너무 많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단언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도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입니다. 분명 여성이 남성보다 더 복잡한, 그리고 보다 애매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준이 있다는 통념은 옳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의 이성 선택 기준은 아주 비슷한 데다가, 남녀 간의 차이를 보이는 기준은 정말 몇 개에 불과합니다.


1980년대 무렵, 데이비드 버스는 37개의 문화권을 대상으로 짝 선택 선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과연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매력 기준의 남녀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횡문화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은 아래의 세 개입니다.


1.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보다 관심이 많다(97%의 문화)
2. 여성은 남성의 야심과 성실성에 관심이 많다(78%의 문화).
3. 여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을 선호한다(100%의 문화).

 


여성은 남성보다 더 속물인가?


이러한 차이에 대해서 솔로 남성들은 꽤 서운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 왜 여성들은 돈 많고 지위 높은, 그리고 나이 많은 남성만 좋아하냐는 것이죠(너무 나이가 많으면 역작용입니다만). 그러니 자신처럼 가진 것 없는 젊은 남자들은 맨날 딱지나 맞는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여성들은 모두 속물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이러한 짝 선호 경향은, 역설적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든 것입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그러나 엔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탠퍼드 대학에 대학원 과정에 입학한 후, 단 이틀만에 학교를 때려치우고 페이팔, 스페이스 X, 테슬라 등을 설립했다. 현재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약 17조원이다. 분명 바비의 잘생긴 남자친구 켄보다, 더 ‘매력적’이다. - OnInnovation(F) 제공
언뜻 보면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탠퍼드 대학에 대학원 과정에 입학한 후, 단 이틀만에 학교를 때려치우고 페이팔, 스페이스 X, 테슬라 등을 설립했다. 현재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약 17조원이다. 분명 바비의 잘생긴 남자친구 켄보다, 더 ‘매력적’이다. - OnInnovation(F) 제공

이를 이른바 ‘구조적 무기력과 성 역할 사회화(structural powerlessness and sex role socialization)’ 가설이라고 합니다. 즉 가부장적인 전근대 사회에서는 부와 권력이 남성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에, 여성이 부와 권력을 얻는 방법은 결혼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사실 과거에는 여성이 사회적 직책을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재산도 가질 수 없거나, 아주 불평등하게 배분되었죠. 여성은 직업이나 재산을 가질 수 없으니, 도리없이 그것을 갖춘 남성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가설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부와 지위를 가진 여성들이 많은데, 이들도 역시 (자신보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진 남성을 원한다는 것이죠. 이미 자기 스스로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추었으니, 남성을 선택할 때는 보다 ‘너그러워야’ 할 텐데 별로 그렇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이성에 대한 선호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지 혹은 타고난 성향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두 가지 요인이 조금씩 다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데이비드 버스의 연구는 아주 주의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버스는 여성과 남성이 각자 선호하는 자질의 차이를 밝히려고 한 것입니다. 즉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보다 관심이 많다(97%의 문화)’라는 말은,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적 능력이라는 자질에 (약간이라도) 더 큰 비중을 두는 문화가 97%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종종 마치 여성의 97%는 돈만 밝히는 속물이고, 오직 3%의 여성만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오해하기 쉽죠.

 


여성이 남성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


사실 남녀가 서로에게 원하는 자질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약간의 선호 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합니다. 예를 들면, 친절함이나 배려, 지능, 성격, 건강, 융통성, 창조성, 교육 수준, 정절, 용기 등이죠. 왜 우리는 이성에게 이러한 자질을 원할까요? 이성에게 바라는 자질은 (하룻밤의 연애가 아니라면), 좋은 부모로서의 자질과 아주 흡사합니다. 여성의 입장이라면, ‘저 남자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죠. 물론 이런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그런 자질을 갖춘 남성에게 ‘푹 빠지는’ 것이죠.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기준은 아주 까다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좋은 아빠’의 잠재적 기준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은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W) 제공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기준은 아주 까다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좋은 아빠’의 잠재적 기준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은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W) 제공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기준은 사회 환경이나 문화에 좌우되기도 하고, 타고난 성향에 따라 영향 받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좋은 아빠’의 자질을 갖춘다면 짝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상당수의 자질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괴팍한 성격, 게으른 습관, 불친절한 태도, 비겁한 마음을 가진 남성이, ‘내가 돈이 없으니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비관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일찍이 찰스 다윈은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 기준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이성을 사랑하고, 또 장기적으로 결혼해야 할 지 여부에 대한 강력한 개인적 선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여성이 남성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각각의 여성이 가진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 좌우됩니다. 특히 로맨틱한 사랑이 이상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더욱 개인의 선택권이 중요하게 작용하죠. 제 눈에 안경입니다. 힘내십시오.

 


※ 참고문헌
Cartwright, J., 2008.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Cambridge, Mass.: MIT Press.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고, '행복의 역습'(2014), ‘여성의 진화’(2017)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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