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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틀린걸 인정할 때 자존심이 상하나요?

2017년 06월 03일 07:30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진지하게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The Flat Earth Society라는 단체나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나 자기가 믿는 종교 외에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등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믿음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잘못된 믿음일지라도 이를 굳게 믿고 살아간다. 이런 다소 특이한 케이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은 틀릴 수 있어도 자신의 의견만은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GIB 제공
GIB 제공

만약 온전히 어떤 근거에 기반해서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 근거가 틀렸음이 밝혀졌을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많은 경우 근거보다도 ‘내가’ 그렇게 믿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견의 문제가 ‘자아’의 이슈가 되어서 내 의견이 틀렸다는 건 곧 내가 틀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의견을 수정하는 것 역시 자존심 상하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사람인 이상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불가능 하고 어떤 부분에선 틀리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지금의 근거와 발견들이 시간이 지나 잘못된 것으로 재발견 되기도 한다. 나와 상관 없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내가 틀릴 가능성’ 또한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Mark Leary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내가 항상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비교적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의 차이가 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한 태도와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평소 얼마나 자신이 틀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지 물었다.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나의 의견, 관점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자문한다”, “새로운 근거가 나오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믿음과 태도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내 믿음과 반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많이 동의할수록 지적으로 겸손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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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사람들에게 각각 종교의 장점에 대한 글, 단점에 대한 글, 장단점을 함께 설명한 글을 읽게 하고 글에 대한 신뢰도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일지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우선 지적 겸손 정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적 관점이 다른 사람들의 관점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덜’ 보였다.


또한 자신이 읽은 글이 자신의 믿음과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해당 의견의 신뢰도를 평가절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의견이지만 나름 일리가 있다며 수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글쓴이)’에 대해 평가해보게 했을 때도 지적 겸손 정도가 높은 사람들은 글쓴이가 도덕적이지 않다던가 또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 상대방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는 현상도 덜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치실’ 사용에 대한 글을 읽게했다. 하나는 과학적, 의학적 근거를 통해 치실 사용의 이점에 대해 설명한 글이었고 또 다른 글은 전문적인 근거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근거로 설명한 글이었다.


그 결과 지적 겸손 정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문적인 근거를 든 주장을 더 크게 신뢰하는 반면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든 주장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명확한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근거를 통해 신뢰 여부를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신뢰할만한 정보와 아닌 정보를 잘 구분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반면 지적 겸손 정도가 낮은 사람들은 전문적인 글과 비전문적인 글을 신뢰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나도 타인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못 알 수 있고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적 겸손을 갖는다면, 또 누군가 틀렸다고 해서 조롱하지 않는 문화를 만든다면 의견의 다름으로 인해 사람을 배척하거나 잘못된 의견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현상들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 참고문헌
Leary, M. R., Diebels, K. J., Davisson, E. K., Jongman-Sereno, K. P., Isherwood, J. C., Raimi, K. T., ... & Hoyle, R. H. (2017). Cognitive and interpersonal features of intellectual humil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3, 793-81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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