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옷날 창포물 멱감기, ‘창포’에 대해 아시나요?

2017.05.30 10:50

 

오늘날 사람들이 전통 명절로 주로 지키는 건 추석과 설날뿐입니다. 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잊혀진 명절, ‘한식’과 ‘단오’도 있습니다.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불을 쓰지 않는 음식만을 먹었던 한식은 고려 시대의 가장 큰 명절이었고,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는 음력 5월 5일 단오는 조선 시대의 ‘국민명절’이었습니다.
 
2017년 올해는 양력 5월 30일, 바로 오늘이 4대 명절로 꼽혔던 ‘단오’입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단옷날의 풍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단오 하면 창포가 떠오릅니다. 단옷날에는 창포가 무성한 물가에서 멱을 감았고, 여자들은 창포 이슬을 화장수로 쓰거나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창포 뿌리로 만든 비녀를 머리에 꽃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몸속에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위해 창포물을 달여먹기도 했고요.

 

이렇게 창포가 단오의 ‘잇템’(it-tem)이 된 이유는 귀신을 쫓아내고 액운을 몰아내는 효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단옷날과 뗄 수 없는 식물, 창포! 병 치료에서부터 악귀를 내쫓는 미신까지 담당했던 팔방미인 ‘창포’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인터넷에서 창포를 검색하면, 매혹적인 파란 꽃이 눈에 띠는 꽃창포(왼쪽)가 나오는데 붓꽃과의 꽃창포와 단오 때 사용하는 청남성과의 창포는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단옷날 때 쓰는 창포는 줄기는 벼와 닮았고 강아지풀과 닮은 꽃을 피웁니다.) - pixabay 제공
인터넷에서 창포를 검색하면, 매혹적인 파란 꽃이 눈에 띄는 꽃창포(왼쪽)가 나오는데 붓꽃과의 꽃창포와 단오 때 사용하는 천남성과의 창포는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단옷날 때 쓰는 창포는 줄기는 벼와 닮았고 강아지풀과 닮은 꽃을 피웁니다.) - pixabay 제공

● 지천에 널렸던 창포, 이제는 관리해야 할 종?

 

요즘은 창포가 어떤 식물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창포(Acorous calamus)는 천남성과의 다년생 식물로 연못이나 도랑가에서 높이 30~70㎝로 자랍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이었어요. 지엄하신 양반댁 마님도, 옆집 아낙네도 똑같이 창포로 단장할 수 있던 이유죠. 

 

잎은 폭이 1~2㎝로 뿌리 끝에서 촘촘히 나오고  꽃은 원기둥 모양으로 잎 사이에서 비스듬히 옆으로 올라옵니다. 열매는 7~8월경에 달리는데, 누런 빛의 긴 타원 모양입니다.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며, 특정 종의 경우 뿌리가 약용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창포는 더 이상 과거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식물은 아닙니다. 국립수목원 산림자원보존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창포는 멸종 위험은 작지만 분포조건이 변화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약관심종(Least Concern, LC)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역에 두루 분포하며, 산지보다는 저지대에 주로 삽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과 미국 등에도 서식합니다.

 

빨간 점이 창포의 자생지로 비교적 저지대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 국립수목원 제공
빨간 점이 창포의 자생지로 비교적 저지대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 국립수목원 제공

● 멱감을 땐 창포, 약으로 먹을 땐 석창포

 

창포는 액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아내는 효험을 가졌다고들 합니다. 일년 중 양기가 가장 세진다는 음력 5월 5일 단오에 꼭 맞는 식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창포 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지요.

 

이런 믿음은 아마 창포가 벌레를 쫓아내는 성질을 가진 것에서 유래한 듯 합니다. 이영종 가천대 한의학과 교수는 “수생식물로 물가에 흔했던 창포가 강가에 나가 목욕을 하던 예전의 생활방식과 맞아떨어져 단옷날 쓰였을 것”이라며 “창포의 뿌리에는 휘발성 성분인 아사론(asarone)과 사포린계 성분이 있는데 이런 물질의 냄새가 해충이나 곤충을 쫓을 수 있었고 그것이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멱을 감거나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창포와 달리, 약으로 먹을 때는 같은 천남성과의 다른 종인 석창포(Acorus gramineus)를 사용했습니다. 석창포는 맑은 냇가의 바위틈에서 자라고 잎이 1㎝ 미만으로 더 좁습니다. 창포보다 더 보기 드문 종입니다. 

 

나쁜 물질이 쌓여 배출되지 않고 몸에서 변질되는 것을 담이라고 하는데, 석창포는 이 담을 없애줘 머리나 목소리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일반 창포처럼 아사론이라는 방향 성분이 들어있어 뇌 신경전달을 도와 신체 곳곳의 감각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처럼 석창포는 기억력을 높이고 건망증을 완화해 주는 한약재입니다.

 

이 교수는 “동의보감에도 실린 석창포는 총명탕의 재료이고 찹쌀이나 묶은 쌀과 함께 먹으면 만성 이질환자 등에 효능이 있다”며 “머리 감을 때 쓰는 창포와 달리 약제로 쓰는 것에는 수창포와 석창포가 있는데 효과가 미미한 수창포는 빠지고 석창포만 약제로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창포 샴푸엔 창포가 있다? 없다?

 

지금까지 단오 때 사용하는 창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제 옛날만큼 단오를 챙기진 않지만, 창포의 이미지는 아직도 여전한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다양한 창포 샴푸나 관련 화장품이 나와 있어요. 여기서 질문하나! 다가오는 여름, 창포 샴푸를 쓰고 나들이 가면 여러 곤충들이 나를 피해갈까요?

 

답은 ‘아니다’랍니다. 창포 샴푸를 판매하는 ‘L’사 관계자는 “창포라는 글자에는  단오 명절과 함께 씻을 때 사용됐다는 이미지가 있어 마케팅적 목적으로 붙인 이름이다”며 “이름까지 썼는데 아예 안 넣을 수는 없고 소량의 창포 성분이 포함됐지만 옛 사람들의 말과 같은 효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창포 샴푸에 창포가 듬뿍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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