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하려면?

2017년 05월 26일 15:0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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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1국은 미세한 차이로 끝났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커제의 완패로 끝났다. 커제9단이 의도적인 실리작전을 펴며 알파고에 맞섰다. 하지만, 초반 우세를 점한 알파고는 추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추월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이들이 이번 알파고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상하기 어려운 수법을 들고 나오지 않겠냐며 필자에게 의견을 물어 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내 대답은 한마디로 ‘아니오’였다.


바둑은 집이 많으면 이기는 게임이고 효과적으로 집을 지으려면 벽과 자신의 돌을 적절히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귀, 변, 중앙으로 바둑을 전개해 나가고 돌과 돌 사이의 관계를 잘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검증이 된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거스른 신기한 수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것은 엉뚱한 상상일 뿐이다.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돌을 내려 놓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돌을 내려 놓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승부는 50수 이전에 났다


커제와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특별한 수를 두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원칙에 충실한 수를 둘 뿐이다. 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자신의 돌을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하고 상대의 강한 곳이나 자신의 강한 곳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며 엷은 곳을 찾아서 지키고 공격할 뿐이다.


초반 커제가 들고 나온 삼삼 침입은 이전 알파고의 삼삼 침입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알파고의 삼삼 침입은 실리를 취하는 것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공격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커제의 삼삼 침입은 그저 실리를 취하기 위한 작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우변의 전개나 좌변 침입에서의 공방은 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으며 초반 50수 이전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왜 이런 결과가 벌어진 것일까?

 

커제와 알파고의 실력의 차이가 초반 50수에 승부가 날 정도로 클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커제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커제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4국을 의식하며 실리를 챙기면서 알파고의 헛점을 노렸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됐기 패한 것이다. 알파고는 이미 지난 연말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치뤄진 60국을 모두 이기면서 헛점이 없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고의 헛점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으로 나온다면 이번 3번기는 커제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나고 말 것이다.

 

Wikimedia Commo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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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완벽한 바둑을 두나?


그럼 과연 알파고는 완벽한 바둑을 두는가? 그 부분은 자신있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가 완벽한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바둑판의 모든 경우의 수를 모두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알파고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력한 자리들 위주로 탐색을 진행한다.


물론 사람보다 더 많은 경우를 탐색하고 예상된 결과의 유불리를 하나 하나 따져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고에 한계가 있는 사람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바꿔서 얘기하면 사람은 실수를 하기 때문에 알파고가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 완벽하게 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커제가 알파고에게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승부에 접근하는 방법을 바꿔야만 한다. 바둑은 정밀한 수읽기 보다는 돌과 돌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고 넓은 공간을 장악해 나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한 수 한 수를 둘 때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리고 냉정하게 착수의 효과를 따져 보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절대 알파고의 응수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를 쓴다. 내가 연결하고자 하면 상대는 연결시켜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전제를 가지고 사고를 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 변화를 냉정하게 살펴보고 그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를 찾으려고 계산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를 가지고 알파고의 수를 예측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고 결국 효율적인 수를 두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알파고의 판단력은 이미 기존 프로기사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좋은 승부를 펼치려면 철저히 컴퓨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라려면?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하려면 알파고를 어렵게 해야 한다. 알파고는 어떤 장면에서 어렵게 느낄까 생각해 보자.


알파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산력이 강하기 때문에 난전이 매우 강하다. 복잡한 국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를 검토하고 더 깊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이기는 길을 잘 찾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세돌 9단 같이 난전에 강한 기사가 복잡한 국면으로 이끌어서 실수를 유도했지만 알파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실수할 확률만 커질 뿐이다.


그러면 어떤 바둑이 알파고에게 어려운 바둑일까? 그것은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바둑에 답이 있다. 초반에는 최대한 중복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무난한 바둑으로 이끌어야 한다. 지금 프로들은 지나치게 두텁게 두는 성향이 강하다. 돌과 돌 사이의 관계를 경쾌하게 유지하는 것은 자칫하다가는 엷어지기 쉽고 그러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특히 속기 바둑이 많아지고 대국의 목적이 승부에 이기는 것이 목적이 되다 보니 승부에 강해지기 위해 필연적으로 한 방에 상대에게 ‘KO 펀치’를 허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바둑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타이젬이라는 바둑 사이트에서 예전에 필자가 분석한 데이터이다. 좌측의 18급부터 우측으로 9단까지 총 27단계를 각각 2000판씩 분석한 데이터인데 수치가 낮을수록 돌을 넓게 펼쳐 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특이한 부분은 우측에 25단계(7단)가 가장 낮고 26단계(8단) 27단계(9단 혹은 프로)로 가면서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다. 돌의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두는 것이 어렵다 보니 고수가 되면서 다시 안정적인 수를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초반에 밀리는 원인이다. 이 데이터가 필자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커제가 버텨 내려면 중복을 피해야 한다고 분석하는 근거다. 이렇게 초반에 최대한 중복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버티면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그러면 알파고도 확률이 높은 수를 두려는 성향 때문에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이때 예상하기 힘든 특이한 패턴으로 수가 나는 상황을 찾아낸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프로가 되려면 어려서부터 엄청난 양의 사활문제를 푼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한가지 목적으로 수직으로 탐색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알파고는 수십 가지의 경우를 탐색한다.  그래서 최선이 아닌 차선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택되곤 한다.


정답이 하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알파고도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세돌과의 4국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알파고에 대한 맞춤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알파고가 작년 이세돌과의 대결 이후에 더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해진 것은 아니다. 만약 알파고가 완벽하게 수를 읽는다면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며 1국과 같이 초반에 차이가 벌어진 바둑에서 추격을 허용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빈틈을 추궁하며 계속 차이를 벌려 크게 이겼을 것이다.


알파고도 인류가 만든 작품이고 커제도 수많은 기사들의 노하우가 쌓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면 누가 이겨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커제가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구글에도 자극이 되고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제의 선전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소개
김찬우. 프로6단이자 ㈜에이아이바둑 대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바둑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는 바둑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 누구나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즐기며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바둑의 제왕’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rabad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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