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 결정구조 분석법을 통해 최초로 밝혀진 세포막의 구조

2017년 05월 14일 18:00

[표지로 읽는 과학-네이처]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이번 주 ‘네이처’의 표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리본과 막대가 복잡하게 얽힌 그림입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익숙한 그림을 본적 있으실 겁니다. 단백질이나 생체 조직의 구조를 X-선 결정학 방식으로 나타낼 때 쓰이는 그림이니까요. 네, 이번 표지는 세포막 같은 생체막에 있는 지질막(=인지질 이중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전에도 한 번 말씀드린 바(☞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 형태를 찾아내다)가 있지만 ‘표지로 읽는 과학’는 참 힘든 연재입니다. 관련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하고 있는 과학의 최전선의 연구를 소개하는 칼럼이니까요. 표지와 논문을 접할 때마다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과연 이 연구는 어떻게 소개 해야할까’

 

이번 주 네이처의 표지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문 내용을 이야기하기 앞서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배경을 먼저 이야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X선-결정학으로 수많은 단백질의 구조가 밝혀졌습니다. 이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관련된 노벨상 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X선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뢴트겐은 빼더라도, 결정구조를 보는데 X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브래그 부자는 물론 왓슨과 크릭(그리고 프랭클린)의 DNA ‘결정’ 구조도 바로 이 방법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단백질, 효소들이 결정화 되면서 구조가 밝혀졌지요.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빽빽하고 단단하게 고정된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석영이 규산염(SiO2)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육각 기둥 형태가 나오는 것처럼 단백질도 규칙적으로 배열이 되면 결정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결정을 향해 X선을 투과시키면 단백질을 구성하는 원자에 의해 X선이 회절되면서 무늬가 만들어집니다. 이 무늬를 분석해 원자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역산을 하면 단백질의 구조를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단백질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어려운지 단백질 결정과 관련된 노벨상 수상자 리스트를 꼽아보겠습니다. 1926년 제임스 섬너가 효소(요소분해 효소)를 결정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단백질은 분자량이 너무 커서 결정을 만들 수 없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였습니다(섬너는 이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존 노스롭은 1930년 소화효소인 펩신을, 웬델 스탠리는 1935년 바이러스를 결정으로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둘은 이 공로로 1946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단백질 결정학을 집대성한 도로시 호지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로시 호지킨은 1964년 관련 연구(X선 회절법을 이용, 비타민B12 구조 분석)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어떤 물질과 잘 결합하는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단백질과의 성질을 비교할 수도 있고요. 물질의 특성을 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기자가 이 분야와 관련해 취재했던 이지오 KAIST 교수는 “평생 도전해도 연구하고 있는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인 겁니다.

 

이번 네이처 표지는 세포막의 인지질 이중층을 결정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문입니다. 세포막은 인과 지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세포막에 있는 여러 펌프를 통해 나트륨이나 칼륨, 칼슘 등 물질을 교환합니다. 다만 기존의 X선 결정학으로는 인지질 부분이 나타나지 않아 각 펌프의 구조를 명확하게 아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대 치카시 토요시마 연구팀은 인지질의 머리부분(인 부분)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이용해 세포막에 있는 칼슘 펌프의 4가지 상태에 대한 구조를 분석했지요. 칼슘 펌프는 지질 이중층과 상호작용하며, 세포막에 떠 있을 수 있도록 상태를 바꾸거나, 균형을 이루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포막에 고정될 수 있도록 닻처럼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세포막에 있는 여러 구조(나트륨-칼륨 펌프 등)를 분석할 때 인지질 이중층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X선 결정구조 분석법으로 인지질의 위치가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인지질 이중층이 없다고 가정한 채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야했습니다. 토요시마 연구팀의 연구로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 분석에 대해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관련 칼럼 및 논문

Kathleen J. Sweadner(2017), Structural biology: An ion-transport enzyme that rocks, Nature, 545, 162–164.
doi:10.1038/nature22492
Yoshiyuki Norimatsu et al(2017), Protein–phospholipid interplay revealed with crystals of a calcium pump, Nature, 545, 193–198.
doi:10.1038/nature2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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