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

2017년 05월 07일 13:30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달의 표면에서 절구 찧는 토끼를 읽어내고 그 전엔 뭔지 전혀 몰라서 답답했는데 이젠 좀 달을 좀 알게 된 거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랜덤하게 찍혀져 있는 점일 수 있는데 거기서 사람이나 동물 얼굴을 찾아내고 좋아한다. 우연히 일어난 일일 뿐인데 ‘실은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라며 운명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하고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돼지 꿈을 꿨으니 로또에 당첨될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보면 꼭 진다며 중요한 시합을 보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현상에 옳고 그름 여부와 상관 없이 ‘나름의’ 설명과 인과관계를 붙이는 현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우리는 실은 알 수 없는 일을 가급적 ‘알 수 있는 일’로 끌어내리려는, 설명과 해석을 찾아 헤매는 동물이다.

 

GIB 제공
GIB 제공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사건과 주변 환경들에는 우리가 미리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매우 많다. 실은 당장 내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런 불규칙한 삶에 최대한 그럴싸한 규칙을 찾아내면, 어떤 이치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믿으면 큰 위안이 찾아온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다는 믿음은 자신감과 통제감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앞선 예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이기거나 지는 것 같이 실은 내게 통제력이 1도 없는 현상에 대해 ‘지난번엔 내가 TV로 경기를 봐서 진거야’라는 설명을 붙임으로서 이번에는 ‘보지 않음’이라는 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심리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불규칙하고 딱히 원인이 없는 일에 대해서도 ‘사실 이래서 그런거’라며 나름의 설명을 찾아낼 수 있는지의 여부는 내 삶이 의미있다는 느낌(삶의 의미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조건을 나누어 다양한 랜덤한 자극(예, 랜덤한 순서의 나무 사진, 아무 의미 없는 단어 조합)을 보여주거나 규칙적인 패턴(예,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나오는 나무 사진, 특정 단어를 공통적으로 연상시키는 단어 조합)이 있는 자극을 보여준 후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목적과 큰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또 내 삶이 얼마나 쓸모없지 않고 중요한지, 삶이 얼마나 의미있다고 느끼는지 등 ‘삶의 의미감’을 측정했다.


그 결과 규칙적인 자극을 본 사람들이 더 자신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공허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속한 세상과 환경이 이해될 때, 세상이 무질서하지 않고 다 나름의 이치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더 의미있게 느낀다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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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뭐가 딱딱 맞게 떨어지는 사진이나 규칙적인 패턴을 볼 때 묘한 만족감이 생기는 반면 어딘가 잘 안 맞아 떨어지고 어긋나는 걸 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 불편하게 만들어 주는 영상이라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들이 있는데 예컨대 테트리스 블럭처럼 네모 조각이 빙글빙글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홈에 맞지 않고 어긋나는 식이다. 보고나서 실제로 엄청 불편함을 느꼈다. 거기 딱 맞게 들어가야 하는데..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이치에 맞게 흘러가야 한다는(make sense) 믿음이 정말 큼을 새삼 느꼈다.


이렇게 하면 요렇게 딱 돼야 한다는 룰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고 그것이 충족되면 행복하고 삶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거 같은 반면 그러지 않으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오는 모양이다.


연구자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들, 예컨대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 매일 나가는 익숙한 출근 길, 규칙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등 일상의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부분들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실은 삶의 의미감을 받쳐주는 중요한 요소들이 될 거라고도 언급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예상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삶에 존재해야 삶이 탄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매일매일의 스케줄이 뒤죽박죽이고 어제는 이 길로 갔던 버스가 내일은 다른 길로 가고, 어제는 이렇게 말했던 상사가 오늘은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등 삶에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아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 그건 정말 큰 스트레스일 것이다. 삶의 목적은 커녕 엉망진창 아무일 대잔치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우린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겹다며 무시하기도 하지만 실은 상황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그 규칙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아침은 찾아 올 것이며 2호선을 타면 신촌에 갈 수 있고 여전히 드라마는 재미있을 거라고, 몇 가지 일이 잘못될지언정 내 삶이 통째로 바뀌거나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참고문헌
Heintzelman, S. J., Trent, J., & King, L. A. (2013). Encounters with objective coherence and the experience of meaning in life. Psychological Science, 24, 1–8.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시공사 제공

※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내 마음을 부탁해’가 출간됐습니다. "나를 아끼고 돌봐야지, 그렇고 말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그 심리학적 해답을 함께 알아가는 책입니다. 다친 내 마음을 돌보고 단련하게 도와줄 다양한 실천코너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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