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문화산책] 연휴엔 동심의 세계로 빠져볼까,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기념전’

2017년 04월 30일 16:30

“역시, 픽사의 힘이란.”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소재가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관람객이 대부분이다. - 지앤씨미디어 전시사업부 제공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소재가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관람객이 대부분이다. - 지앤씨미디어 전시사업부 제공

지난 주말, 큰 아이를 데리고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기념전(이하 픽사전)’이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전시를 미리 기자간담회에서 둘러본 터라, 기념품샵에만 들러 아이에게 장난감 자동차를 하나 사주려는 얄팍한 생각에 다시 찾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시관에 입장하려는 줄이 100m 이상 길게 늘어선 것은 물론, 기념품과 포스터 등을 사려는 인파로 ‘계산하는 데’만 30분 이상 줄을 서야할 상황이었습니다(물론 기념품 구입은 포기했지요). 놀라운 건 줄을 선 대부분의 사람은 성인 관람객이었는데, 기다리는 시간 마저 설레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 픽사의 대작 이어온 힘은 다름아닌 과학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굿 다이노’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초기 단편영화를 비롯해, ‘토이 스토리’부터 이어진 장편까지 지난해 개봉한 ‘도리를 찾아서(2016)’까지 총 17편입니다. 

 

사실 기자가 픽사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스티브 잡스’ 에피소드 덕분입니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1986년 무렵 ‘픽사’를 인수합니다. 인수를 하고 난 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수학자 고용이었습니다. 사람 손이 아닌 방정식으로 그림을 그려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던 계획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는 위기의 순간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했다. - EBSMATH 화면 캡쳐 제공
스티브 잡스는 위기의 순간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했다. - EBSMATH 화면 캡쳐 제공

예전에는 감독이 장면을 몇 초만 수정하려고 해도, 수백 장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했습니다. 물론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도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있긴 하지만, 수학자가 설계한 방정식을 컴퓨터에 입력해 그린 그림은 수식에 입력한 값을 조금씩 다르게 하면 각 장면을 비교적 수월하게 고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스티브 잡스는 제작 기간과 투자 기간을 줄이면서도 더욱 생생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고, 제기에 성공하는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덕분에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 필요한 기술에는 수학과 수학자가 꼭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픽사 애니메이션이 더 친숙하게 느껴졌지요.(전 수학기자니까요.)

 

그런데 이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요!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기념전 일부 벽면의 모습. 예술과 과학의 조화가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대작을 탄생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염지현 제공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기념전 일부 벽면의 모습. 예술과 과학의 조화가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대작을 탄생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염지현 제공

 

예술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과학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
“The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and the technology inspires the art”
존 라세터 John Lasseter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크으~’. 존 라세터는 3D 애니메이션계의 역사를 새로 쓴 ‘토이 스토리’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토이 스토리의 등장으로 애니메이션계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는 “토이 스토리3와 같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하기까지, 수년 간에 걸쳐 수백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작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의 스튜디오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 미션! 감독 상상 속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하라!

 

픽사는 30년 동안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찾아서’ ‘업’ ‘인사이드아웃’ ‘굿다이노’ 등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 지엔씨미디어 / ⓒPixar 제공
픽사는 30년 동안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찾아서’ ‘업’ ‘인사이드아웃’ ‘굿다이노’ 등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 지엔씨미디어 / ⓒPixar 제공

 

픽사 애니메이션은 각본 ▷ 스토리보드 ▷ 디지털 스토리보드 ▷ 컬러스크립트 ▷캐릭터와 세트 디자인 ▷ 대사 녹음 ▷ 모델링과 리깅 ▷ 랜더링 ▷ 음악, 음향효과, 최종 사운드 믹스 작업 ▷ 완성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실제 무대 장치와 배우를 촬영하는 실사 영화와 달리, 오직 감독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들을 새롭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촬영을 할 배우도, 소품도, 촬영장을 비추는 그 어떤 조명도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담당자들은 픽사 작업 과정의 미학을 ‘변화’라고 꼽습니다. 실제로 토이 스토리의 두 주인공 우디와 버즈는 초기 캐릭터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릅니다. (초창기 우디와 버즈의 모습은 픽사전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이런 수많은 변화와 수정 작업을 거쳐 대작이 탄생하는 거겠죠.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때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데, 일반 관객은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파스텔로 색칠하고, 조각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도 많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이번 전시에는 컴퓨터 속 이야기가 아닌 컴퓨터 밖 아티스트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집중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월 E’의 드로잉 작품. - 염지현 제공
애니메이션 ‘월 E’의 드로잉 작품. - 염지현 제공

감독의 생각이 스토리 작가에 의해 글로 표현되면, 스토리 아티스트들은 장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화나 동작을 재빠르게 손으로 그려 냅니다. 결국 이런 드로잉들이 모여 영화가 만들어 지지요. 이번 전시에서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밖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픽사의 주요 작품들의 손그림으로 표현된 스토리보드와 컬러스크립트, 각종 캐릭터의 변천사와 세트 디자인, 점토로 만든 3D 캐릭터 모형 500여 점을 볼 수 있습니다.

 

‘토이 스토리3’의 스토리보드. ‘따뜻한 환영’이라는 주제로 그려졌다. 이런 스토리보드는 영화를 완성하는 하나의 퍼즐 조각과 같아서, 완성될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배열되며 삭제되거나 추가된다. - 염지현 제공
‘토이 스토리3’의 스토리보드. ‘따뜻한 환영’이라는 주제로 그려졌다. 이런 스토리보드는 영화를 완성하는 하나의 퍼즐 조각과 같아서, 완성될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배열되며 삭제되거나 추가된다. - 염지현 제공

●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 스토리

 

독창적인 스토리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아버지 존 라세터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필수 요소로 캐릭터, 스토리, 월드(영화 속 세계)를 손꼽았습니다.

 

아무래도 픽사가 선보인 애니메이션이 실패작 없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탄탄한 스토리의 힘’입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스토리를 짜다보면,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완성되고, 캐릭터의 성격이 결정되면 영화의 스토리가 완성되며, 스토리가 가닥이 잡히면 캐릭터와 어울리는 실감나는 영화 속 세계가 완성될 테니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렌 존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전시수석책임은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염지현 제공
마렌 존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전시수석책임은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염지현 제공

 

전시 관람 직후 만난 마렌 존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전시수석책임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떤 것이든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만 성취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서로 협업하고 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이트로프를 만나 보세요! - 염지현 제공
조이트로프를 만나 보세요! - 염지현 제공

이어서 브라이언 갤러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해외전시팀 디자이너는 “다른 전시는 놓치더라도 ‘토이스토리 이미지로 만든 조이트로프(zoetrope)’는 꼭 살펴보라”며, “조이트로프란 연속된 정지 이미지를 빠르게 회전하면서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3D 입체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고 귀뜸했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는 컴퓨터 그래픽의 활용부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은 살펴보기 어렵습니다. 본격적인 제작이 있기 전, 스튜디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8월 8일까지 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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