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왜 이럴까?] ⑥ 남자는 왜 많을까?

2017년 04월 29일 09:00

네 줄 요약
1. 생물학적으로 남녀의 비율은 거의 동일하다.
2. 그러나 낙태나 연령 대에 따른 인구 차이 등으로 인해서 유효 성비는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3. 한국 사회는 베이비 붐 세대와 성감별의 영향으로 인해, 당분간 남초 현상이 불가피하다.
4. 남성의 수가 증가하면, 여성은 보다 장기적인 파트너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심해진다.

 


대학생 새내기인 A 군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금새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학교에는 왜 이리 남자들만 우글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대에 들어간 것이 실수였을까요? 도대체 왜 이렇게 남자가 많은 겁니까?

 


생물학적인 남녀 비율


모든 포유류의 출생시 성비는 거의 1:1입니다. 일견 ‘공평’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남녀 성비에는 아주 흥미로운 진화적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생물의 세계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흔합니다. 남성이 생산하는 정자의 숫자는 여성이 생산하는 난자의 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단 한 명의 남성만 있어도, 전세계 여성 모두가 자손을 낳는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은 왜 이렇게 많은 수컷을 만들어낸 것일까요?


인간 사회도 낮은 수준의 일부다처제를 보입니다. 법적으로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국가가 있을 뿐 아니라, 부부가 이혼할 경우 남성의 재혼율이 더 높기 때문에 사실상 일부다처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비가 비슷할 경우, 일부다처제는 필연적으로 짝을 찾지 못하는 남성을 양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 군의 걱정이죠.

 

남성과 여성.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수컷과 암컷의 비율은 거의 1:1이다. 그러나 이는 다혼제나 인구 증가, 서로 선호하는 이성의 연령대 등의 상황에 의해서, 실제로 짝을 찾을 때는 1:1이 되지 못한다. - wikimedia 제공
남성과 여성.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수컷과 암컷의 비율은 거의 1:1이다. 그러나 이는 다혼제나 인구 증가, 서로 선호하는 이성의 연령대 등의 상황에 의해서, 실제로 짝을 찾을 때는 1:1이 되지 못한다. - wikimedia 제공

피셔의 성비 이론


임신 3개월 무렵, 남녀비는 1.2: 1입니다. 남자 태아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자 태아는 태반 내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출생 시에는 이 비율이 1.06:1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출생 이후에도 남성은 여성보다 더 많이 요절합니다. 그래서 15-20세 무렵이 되면 거의 1:1이 되죠. 신기한 일입니다. 1930년 ‘자연 선택의 유전적 이론(The Genetical Theory of Natural Selection)’이라는 책에서, 로날드 피셔는 이러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집단에 남녀 비가 2:1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당신은 아들을 낳는 것이 좋을까요? 딸을 낳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히 딸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비 불균형은 음성 되먹임에 의해서 다시 1:1로 균형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계학자이자 진화학자 로날드 피셔(Ronald Fisher). 그는 성비가 1:1로 고착되는 현상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여러 진화적 현상에 대해서 탁월한 주장을 했으나, 불행하게도 당시에는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 wikipedia 제공
통계학자이자 진화학자 로날드 피셔(Ronald Fisher). 그는 성비가 1:1로 고착되는 현상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여러 진화적 현상에 대해서 탁월한 주장을 했으나, 불행하게도 당시에는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 wikipedia 제공

이성간 선택과 동성내 선택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인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남녀의 비율은 대략 1:1입니다. 그런데 인류 사회는 약간의 다혼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남성 입장에서는 마치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즉 남성 간의 경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동성내 선택이라고 합니다. 또한 여성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성을 까다롭게 고를 수 있습니다. 이를 이성간 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A 군은 모종의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몇 안되는 잠재적 여자 친구를 둘러싼 남성 간의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동성간 선택), 용기를 내어 여성에게 다가서도 대개는 ‘쌀쌀’맞은 대접을 받게 됩니다(이성간 선택). 사실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유효 성비와 짝짓기 전략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사실 남녀 간의 성비는 거의 1:1이지만, 실제로는 단기적인 변동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이를 유효 성비(operant sex ratio)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남성은 가임기간이 여성보다 깁니다. 비록 여성이 더 오래 살지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은 남성이 더 길죠. 그래서 유효 성비(남성/여성)는 1보다 약간 높아지게 됩니다. 즉 여성은 늘 약간 부족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여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젊은 남성 입장에서는 유효 성비가 더 낮아지게 되죠.


그런데 이는 시간에 따른 인구 증가나 감소와 맞물려 아주 복잡한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1960년 대 미국은 전후 호황으로 인한 베이비붐 현상을 맞았습니다. 남자 아기와 여자 아기의 숫자가 모두 늘어났죠. 그런데 약 20년 후, 1980년대 초반이 되자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25-30세 경의 남성(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수에 비해서 20-25세 무렵의 베이비붐 세대 여성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유효 성비가 역전된 것이죠. 한때는 무려 0.7까지 떨어졌죠. 유효 성비의 변화는 사회적 관습의 변화를 유발합니다.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성적 자유주의나 아이를 돌보지 않는 남성의 증가, 높은 이혼율 등의 사회적 현상은 바로 이러한 유효 성비 역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2006년 CIA 인구 통계 자료. 파란색은 여초 국가, 빨간색은 남초 국가, 초록색은 남녀의 비율이 동일한 국가이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수가 많은 여초 국가이다. 그러나 1985년부터 2010년 무렵에 출생한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우측 그림은 2015년 기준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이다. 파란색은 남성, 붉은 색은 여성이다. 1980년 초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연령층에서 남성의 숫자가 여성보다 훨씬 많다. - wikipedia 제공
2006년 CIA 인구 통계 자료. 파란색은 여초 국가, 빨간색은 남초 국가, 초록색은 남녀의 비율이 동일한 국가이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수가 많은 여초 국가이다. 그러나 1985년부터 2010년 무렵에 출생한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우측 그림은 2015년 기준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이다. 파란색은 남성, 붉은 색은 여성이다. 1980년 초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연령층에서 남성의 숫자가 여성보다 훨씬 많다. - wikipedia 제공

사회의 변화


그러면 앞으로 A군은 어떤 변화를 목격하게 될까요? 한국 사회는 77~86년 사이에 에코 베이비 붐(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 세대) 이후로 출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80년대 중반 의학 기술의 발달로 태아 성감별이 가능해지면서, 기형적으로 유효 성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인위적인 남초 현상이 2010년 초까지 무려 20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베이비 붐 이후, 그리고 성감별이 유행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20-30대가 되었습니다.


아마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가 적어지면, 여성의 지위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아테네는 남성 성비가 1.43-1.74 수준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를 태어나자마자 죽이는 일이 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테네 여성은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재산권도 없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스파르타는 남성이 부족했습니다. 호전적인 국가 특성 상 남성들은 전쟁에 나가 죽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히려 스파르타의 소녀들은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고, 개인 재산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스파르타 내 토지의 40%는 여성의 소유였습니다. 여성의 성비가 줄어든다고, 여성들이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를 구텐탁-세코드 이론(Guttentag-Secord Theory)이라고 합니다. 
 

짧은 튜닉(tunic,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여성용 상의)을 입고 달리고 있는 스파르타 소녀. 여성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올림픽, 헤라이안 게임(Heraean Games)에 참여한 소녀 상으로 추정된다. 스파르타는 잦은 전쟁으로 남녀비가 낮았는데, 다른 그리스 국가와 달리 여성의 권한이 아주 강력하였다. 여성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상당한 재산을 소유할 수도 있었으며, 실질적으로 남편을 통제할 수 있었다. - wikipedia 제공
짧은 튜닉(tunic,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여성용 상의)을 입고 달리고 있는 스파르타 소녀. 여성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올림픽, 헤라이안 게임(Heraean Games)에 참여한 소녀 상으로 추정된다. 스파르타는 잦은 전쟁으로 남녀비가 낮았는데, 다른 그리스 국가와 달리 여성의 권한이 아주 강력하였다. 여성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상당한 재산을 소유할 수도 있었으며, 실질적으로 남편을 통제할 수 있었다. - wikipedia 제공

하버드 대의 심리학자 마르시아 구텐탁에 의하면 유효 성비의 증가, 즉 남성이 많아질 때 사회는 좀더 보수적으로 변화한다고 합니다. 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정반대죠. 여성은 전통적인 아내와 보수적인 어머니 역할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점점 가족 중심적인 관계, 장기간의 부부 관계를 도모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죠. 여성의 남성에 대한 선택권은 커지지만, 여성의 권한과 자유는 낮아집니다.


물론 사회적 변화나 문화적 분위기는 아주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유효 성비 하나만으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텐탁-세코드 이론에 비추어, 당장 A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당분간 여성들은 보다 충실하고 믿음직한 남성을 보다 더 선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좀더 보수적인 기준으로 까다롭게 남성을 고를 것입니다. 아마 짧고 가벼운 관계보다 깊고 긴 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겠죠. 물론 구텐탁-세코드 이론이 맞다면 말입니다.

 


※ 참고문헌
Cartwright, J., 2008.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Cambridge, Mass.: MIT Press. Available at.
Guttentag, M. & Secord, P.F., 1983. Too many women? The sex ratio question.
South, S.J. & Trent, K., 1988. Sex ratios and women’s roles: A cross-national analysi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3(5), pp.1096–1115.
Uecker, J.E. & Regnerus, M.D., 2010. Bare market: Campus sex ratios, romantic relationships, and sexual behavior. The Sociological Quarterly, 51(3), pp.408–435.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고, '행복의 역습'(2014), ‘여성의 진화’(2017)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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