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과의 전쟁…검찰·경찰, '키보드 테러' 끝장본다

2017.04.23 17:00

검찰∙경찰 등 사정당국이 사이버 인격살인으로 불리는 '악플'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악플의 단골 피해자인 연예인, 스포츠인, 기업인 등 이른바 셀러브리티들도 더 이상 참고 숨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다. 악플의 폐해가 당사자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에게까지 미칠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은 이번 기회에 악플은 순간적인 일탈행위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좀먹는 중대 범죄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 셀러브리티의 반격…우리가 나서야 또다른 피해자 막는다

셀러브리티로 불리는 공인들이 수면위로 나왔다. "공인이니까 참자",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인내하기에는 악플러의 행태가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씨가 최근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40여명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손씨의 은퇴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일부 네티즌들이 손씨의 외모와 실력을 비하하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일부 댓글에는 손씨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명백한 허위 내용이 포함됐다. 손씨측은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이 많았지만 비방 정도가 극심한 일부 네티즌만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관련한 허위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온 51개 ID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35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악플러들은 최 회장의 동거인이 그룹 전용기를 이용했다거나 명문대 출신인 것처럼 학력을 세탁했다는 등 허위의 인신공격성 댓글은 물론 동거인의 부모나 어린아이의 신상에 대한 위해성 댓글까지 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 변호인측은 전용기 탑승기록과 이화여대 대학원(석사과정) 재적증명서 및 연세대학교 석사과정 졸업증명서 등 객관적 자료 제출을 통해 댓글이 허위사실임을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기가수 아이유의 소속사는 지난해 말 법원이 11명의 악플러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앞으로도 악의적인 댓글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댓글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아이유에 대한 성적 희롱 및 악의성 짙은 비방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불건전한 표현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기걸그룹 트와이스의 소속사도 조만간 악플들을 취합해 고소키로 했다.

이처럼 셀러브리티들이 반격에 나선 것은 공인에 대한 악플은 내용면에서도 욕설과 위협, 저주 등의 강도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강하고 악랄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인은 경찰조사에서 "댓글 내용이 반인륜적이고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어서 폐인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살인에 가까운 폭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전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한 연예인을 다루는 기사에도 입에 담긴 힘든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때문에 셀러브리티 사이에서는 악플의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적극 대응하자는 공감대가 서있는 상태다.

검찰 앞 기자회견하는 참여연대
◇ 청소년이나 일반인 등 전국민이 악플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일반인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간혹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거나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천인공노할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일반인이 재기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하철로 퇴근하던 한 중년은 앞 좌석 여성을 몰래 촬영한 도촬남으로 찍혀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됐다. 이 남성이 달고 있던 사원증을 단서로 근무하는 회사가 알려지면서다. 네티즌들은 회사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개인과 회사 등을 비방하는 악플을 달았다. 물론 가족 등 이 사안과 관련이 없는 험한 글들도 올라왔다.

하지만 수사결과 이 남성의 스마트폰에는 도촬로 의심될 만한 영상은 단 하나도 없었다. 휴대폰을 오작동한 것이었는데 주변 사람이 도촬남으로 오해해 신상을 유포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성 악성 댓글의 범죄가 2013년과 2014년 각각 8866건, 8880건에서 2015년 1만5043건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누구나 악플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 조직적, 지속적인 악플러는 누구든 예외없이 엄단한다

검찰, 경찰 등 사정당국은 물론 법원도 악플러들을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점차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다.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선고되고,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해 6월 방송인 허모씨가 여성 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을 180여차례에 걸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유모(45)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과 동거인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미래회 前 회장 김모(6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미래회는 노소영씨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선단체지만 김씨는 자선단체라는 외견상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사이버상에서 타인의 명예를 짓밟다 철퇴를 맞았다.

경찰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도 엄단하기 위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가짜뉴스 전담반'을 설치하고, 전국 지방경찰청에도 가짜뉴스 전담반을 구축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악의를 갖고 특정인에 대해 의도적·반복적으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행위는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는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과 모욕은 일회적이거나 휘발적이지 않고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가중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이 정신적 살인자를 더욱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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