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여기는 해저 4743m” 해저 탐사로봇이 촬영한 바다 속 세계

2017년 04월 13일 10:05
심해 보행로봇 CR6000이 바닷속에서 심해어와 맞닥뜨린 장면(왼쪽 사진)과 CR6000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심해 보행로봇 CR6000이 바닷속에서 심해어와 맞닥뜨린 장면(왼쪽 사진)과 CR6000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햇빛조차 닿지 않는 차갑고 어두운 장소.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온 심해(深海)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한국 연구진이 탐사로봇을 투입해 바라본 심해에는 눈이 퇴화해 사라진 이름모를 심해어(深海魚)도, 새우와 말미잘도 생생하게 움직였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무인 해저 탐사로봇이 4743m 깊이의 바닷속을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세계 최초의 심해 보행로봇 ‘크랩스터 6000(CR6000)’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이용해 지난해 12월 북태평양 필리핀해 4743m 깊이의 바닷속 세계를 실제로 탐사하는 데 성공하고 당시 촬영한 심해 사진과 영상을 본보에 처음 공개했다. 크랩스터라는 이름의 뜻은 크랩(게)과 랍스터(바닷가재)를 합쳐 만들었다. 

 

그간 6000m급 심해 탐사에 성공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해저 표면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탐사한 사례는 이번이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연구진은 2013년 200m 깊이 바닷속을 탐사할 수 있는 크랩스터200(CR200)을 개발한 데 이어 CR6000을 개발했다.

 

CR6000은 최대 6000m 깊이의 해저 면을 6개의 다리로 걸어 다니며 탐사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가재형 로봇이다. 본체에 장착된 음파 시스템으로 최대 150m 반경 안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초음파 카메라로 전방 15m 이내에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육지에서는 무게 1t에 이르지만 바닷속에서는 내부 부력재의 도움으로 무게가 20∼30kg으로 줄어든다. 높은 수압에 견디도록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 등 강도가 높은 소재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CR6000 완성 후 2016년 12월 1일부터 22일까지 3주 이상 최종 실험을 겸한 해저 탐사를 진행했다. 먼저 동해 인근 탐사를 통해 기본 성능을 확인한 후, 태평양으로 나아가 심해에 도전했다. 해저 케이블에 또 다른 카메라를 연결해 로봇의 동작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도전했지만 날씨 문제로 쉽게 심해를 탐험할 수 없었다. 4번의 도전 중 마지막 실험에서야 심해는 문을 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수중 보행실험에 성공하고, 여섯 개의 다리를 휘저으며 물속을 헤엄치고, 프로펠러를 돌려 빠르게 수중을 이동하는 등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심해 생물의 고화질 영상 이미지 촬영에도 성공했다.

 
전 연구원은 “처음 해저에 내려서자 마치 외계 행성에 도착한 듯 아무런 소리도 잡히지 않았고 주변도 황량했다”면서 “그러나 잠시 후 로봇의 등장을 반기듯 심해어와 심해가재 등이 나타나 주위를 맴돌아 새로운 세계를 접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CR6000을 해저화산, 침몰선 탐사, 해저에서 온천이 솟는 ‘해저 열수광상’ 및 ‘열수 분출공’ 등 일반 장비로는 정밀 탐사하기 어려운 다양한 해저 지역 탐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열수광상은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각종 화학성분과 함께 분출돼 해저 생태계와 자원을 탐사하는 데 최적이다. CR6000은 열수광상 탐사에 대응하기 위해 내열처리 등 모든 대비를 마쳤다. 전 연구원은 “애써 개발한 CR6000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탐사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해 새우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심해 새우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눈이 퇴화한 심해어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눈이 퇴화한 심해어의 모습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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