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가R&D 참여 학연생 근로계약해 보호해야”…‘ESC’ 질의에 답변

2017년 03월 31일 19:26
동아일보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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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지원행정체계를 다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보낸 과학기술 분야 정책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ESC는 지난 2월 25일 62명의 과학기술인들과 함께 ‘타운미팅’을 진행하고 19대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 10가지를 선정해, 각 대선 캠프에 보낸 바 있다.

 

(타운미팅이란?) 별명 부르고 난상토론…‘1인 1발언권’ 민주주의를 경험하다
(타운미팅 10대 질문) “대선 후보님들, 대학원생은 노동자인가요? 학생인가요?”


문 전 대표는 청년과학기술자 지원정책을 묻는 ESC의 질의에 “학생연구원 없이 대학연구실과 출연연구기관은 운영될 수 없지만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다”면서 “학생연구원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정희 패러다임(경제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투자)을 어떻게 벗어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정책의 주도권을 행정관료에서 과학기술인으로 넘기겠다’고 답했다. 이어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했던 참여정부의 사례를 들며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립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연구계 빈부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 묻는 질의에는 “순수 기초연구비의 절대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신진)/여성/지방 중심의 중점지원 대책을 만들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논문을 쓴다면 무엇을 쓰겠냐는 질의에 “과학기술 성과평가 체계를 개혁하고, 제도개선이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기술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경선이 끝나고 당 후보로 확정되면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ESC 선정 10대 정책질의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측 답변 전문


질의① [청년과학기술자 정책] 대학원생은 노동자이자 연구원이며 학생입니다. 이런 경계인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어떤 문제들을 겪는다고 생각하십니까?
 

◯ 학생연구원 없이 대학연구실과 출연연구기관은 운영될 수 없습니다. 학생연구원은 학생인 동시에, 연구실의 필수인력입니다. 길면 10년이 넘게 걸리는 학위과정동안, 학생연구원들은 4대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인의 생애소득 감소의 문제와 더불어 연구실 안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학생연구원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는 지난해 말, 2017년 정부예산안 부대의견을 통해 “학생연구원의 연구활동 안전과 연구실 사고발생에 대한 보상 확대를 포함한 정상적 근로계약 등의 종합적인 처우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경우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해법으로 판단됩니다. 


질의② [신진과학기술자 정책] 연구비는 어떻게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연구비 수혜와 관련하여 ‘연구계의 빈부격차’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아신다면 연구계 빈부격차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 연구비 특히 기초연구비의 확대가 첫 번째 해법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정부의 기초연구비는 5.03조원입니다. 그러나 연구기관 지원/국립대 교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 기초연구비는 2.07조원에 불과합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 책임자 1인당 기초연구비는 1.24억원에 불과합니다.

 
◯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최고인 나라에서,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은, 잘못된 연구비 배분구조에 있습니다. 우선 순수 기초연구비의 절대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연구비 빈부격차 문제는 다양한 해법이 필요합니다. 특히 과학기술계의 상대적인 소수자인 청년(신진)/여성/지방 중심의 중점지원 대책을 만들겠습니다. 

 
질의③ [정부투자 연구소 정책]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정책이 바뀝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새 정부 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일부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방향이 설정되었다 판단될 때는 이를 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특히 몇몇 거대사업에 과도한 투자가 진행되어 있는 것을 조정하지 않고는 인력중심, 기초과제 중심의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 중요한 것은, 국민의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과제에 대한 민주적인 합의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찾겠습니다. 


질의④ [과학기술소수자 정책] 누가 과학기술계의 소수자입니까? 그들이 왜 소수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 근로계약과 4대보험 등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연구원과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대표적인 소수자입니다.

 
◯ 월화수목금금금을 미덕으로 삼는 연구문화에서, 출산과 육아가 바로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여성 연구자들이 대표적인 소수자입니다. 2016년 기준, 정부출연연구기관 정규직 신규고용자 중 여성 비율은 13.5%에 불과합니다. 86.5%가 남성입니다.


◯ 연구자 부족현상은 먼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당장 닥칠 문제입니다. 청년과 여성이 마음껏 일할 수 없는 연구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청년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비정규직에게 안정된 연구환경을 제공하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연구실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됩니다. 


◯ 연구개발 기반이 구축된 현재의 시점에서는 지난 성장시대의 물적투자 방식보다 인적투자로 전환해서 연구일자리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질의⑤ [과학기술 기업 정책] 한국 기업에는 장기간 연구직으로 근무한 현장 전문 연구자의 롤모델을 찾기 힘듭니다. 연차가 쌓이면 관리직으로 전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시니어 연구자가 오직 연구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첫째는 연구성과 평가방식의 개혁입니다. 기관 중심의 성과평가 방식으로는 연구자들의 연구의지를 돋워낼 수 없습니다.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연구의 기획·지원·관리·평가 등 주요 의사결정자의 실명 등을 공개하여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 두번째로는 연구비 분배방식의 개혁입니다. 현재의 연구비 지원방식은 신규과제에 문은 상대적으로 넓으나, 지속과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합니다.   연구가 지속될수록 지원예산이 적어지는 삼각형의 연구과제 지원 방식을, 지속과제에 대해 충분히 지원하는 항아리형으로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현장 연구자들에게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살피고 대안을 내놓을 것입니다.


◯ 셋째로 연구기관장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재검토해야 합니다. 연구기관장이 된다고 해서 검은 차가 제공되고, 많은 판공비가 나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현장의 연구자보다 관리자가 존중받는 문화는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질의⑥ [과학기술 지원체계]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박정희 패러다임(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을 대체할 수 있는 가치관과 철학이 있으십니까?

 
◯ 빠른 추격자 모델(Fast Follower)은 효용이 다했습니다. 과학을 산업성장의 부속물로 보는 시각 역시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주도성을 행정관료에서 과학기술인에게 넘기는 것이 시대에 맞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 과학기술 분야가 독립된 행정체계로 자리잡은 것은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세운 과학기술부에서 시작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과학기술처를 독립행정기관인 과학기술부로 개편했습니다. 과학기술이 산업기술과 경제정책의 부속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육성의지를 이어받아,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했습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과학기술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우선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지원행정체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기술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국정운영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이공계 출신을 적극 등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질의⑦ [과학대중화 정책] 학교 과학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입시 때문인데, 어떤 식으로 대학 입시 문제를 개혁해 나갈 것 입니까?

 
◯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점은 다양합니다. 입시 때문에 과학교육이 안 된다는 말씀도 귀담아 듣겠습니다.


◯ 복잡해진 입시를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습니다. 수시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모든 대학에서 기회균등전형을 의무화하겠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학생의 재능과 의지에 맞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어야 합니다.


◯ 교사가 전달하는 기본 지식교육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교육의 입시부담을 줄이고, 창의적인 교육체제를 만들어간다면, 더 유능한 과학인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질의⑧ [과학기술 공통] 왜 정부는 과학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본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 인간의 지적 확장을 가져오는 본래적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가 과학에 지원해야 할 이유는 국가가 예술분야에 지원해야 할 이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 산업과 경제의 혁신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토대가 됩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 없이 기술강국이 있을 수 없고 경제의 발전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 인간의 지적 확장을 위해서도,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국가는 과학과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질의⑨ [과학기술 공통]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전 자신의 의료보험 정책을 탑 의학 저널에 게재했습니다. 자신의 정책을 과학 논문으로 저술하여 발표한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과학 논문을 써서 옹호하고 싶은 정책이 있으십니까?

 
◯ 제가 순수 과학 논문을 쓸 수는 있는 전문성은 없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자신의 연구에 몰두해서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와 같은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여건이 된다면 과학기술분야의 성과관리에 대한 논문을 써 보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자신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기술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불합리한 성과관리로 인해 이런 여건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분야 성과관리의 잣대는 단기성과나 경제성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과학기술에 대한 성과평가 체계를 개혁하고, 제도개선이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기술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질의⑩ [과학기술 공통] 과학기술계에 있어서 대학(대학원)과 기업, 연구소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학은 풀뿌리 장기과제, 국가 출연연구기관은 중장기 연구과제, 기업은 상용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현재의 체계입니다. 이 체계의 효율성과 적합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비 지원체계의 개편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투입 대비 성과를 바로 확인해야 할 분야와 △도전적 과제로 실패할 권리를 인정할 분야에 대한 지원방식과 평가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준에 따라 대학과 연구기관 등의 역할을 구분하고, 기업과의 협업방식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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