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비난하는 사람들, 어떻게 될까?

2017년 04월 01일 09:00

오랫동안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통제감은 낮게 느끼면서 죄책감은 높게 보이는 패러독스를 보인다고 한다(Abramson & Sackheim, 1977).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끼는 동시에 ‘이게 다 나 때문’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나를 비난하지도 말아야 할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을 비난하곤 한다.


이런 임상적인 케이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소 각종 실수나 실패, 특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던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자주 비난하곤 한다. 좋지 않은 성과를 보여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던가 또는 같은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말았다던가,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던가, 아니면 심지어 암 같은 ‘병’에 걸렸다던가 범죄의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Shaver & Drown, 1986).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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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자기 비난이 불러오는 무기력


물론 분명히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후에 ‘행동 교정’을 불러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나 실패 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 같은 일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비난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하지 않고 불안과 우울을 높게 보고하는 등 정신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지나치게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의 경우 자책과 절망 무기력 등에 빠져 정작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동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는 결과도 있었다.

 


실수나 잘못을 자아의 이슈로 만들지 않기


또한 연구들에 의하면 어떤 잘못 후에 심하게 스스로를 비난하다가 ‘나는 나쁜 인간’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사람들보다 ‘나는 나쁜 행동’을 했다며 특정 행동에 죄책감을 한정시킬 줄 아는 사람이 더 행동 수정을 잘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나쁜 인간’보다 ‘나쁜 행동’을 고치는 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Tangney et al., 2005).


따라서 실수나 잘못을 해도 이걸 나의 정체성과 자아가 걸린 이슈(self-issue)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정작 중요한 행동 수정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때로는 되려 자아를 방어하기 위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방어하며 애꿎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게 되기 때문이다.


강한 죄책감과 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다는 부끄러움은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다가올 경우 우리는 무기력한 채로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되거나 아니면 필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뒤돌아보며 검열하고, 스스로를 비난할 줄 알기 때문에 잘못을 줄이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때문에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강한 죄책감, 부끄러움, 자기를 향한 비난은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Tangney 등의 연구자들은 타인을 용서하듯 자기 자신 또한 용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용서할 수 없는 타인과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용서할 수 없는 나와는 안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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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용서하는데 필요한 것들


이들 연구자들이 이야기하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행동을 점검할 것(self-examination)
2. 만약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acceptance of responsibility): 앞서 말했듯 나라는 사람보다 나의 구체적인 ‘행동’에 책임을 물을 것
3. 결과에 대한 인식(acknowledgement of harmful consequence)
4. 부끄러움, 죄책감 등 나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negative self-conscious emotions)
5. 타인을 용서하고 화해하듯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하기.


스스로를 용서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함.
2.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예 완벽주의)을 가지고 있음
3.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함. ‘안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큼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줄 아는 경향을 보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나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또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보자.

 


※ 참고문헌
Abramson, L. Y., & Sackheim, H. A. (1977). A paradox in depression: Uncontrollability and self-blame. Psychological Bulletin, 84, 838-851.
Shaver, K. G., & Drown, D. (1986). On causality, responsibility, and self-blame: A theoretical not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0, 697-702.
Tangney, J. P., Boone, A. L., & Dearling, R. (2005). Forgiving the self: Conceptual issues and empirical findings. In E. L. Worthington Jr. (Ed.), Handbook of forgiveness (pp. 143–158). New York, NY: Routledge.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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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내 마음을 부탁해’가 출간됐습니다. "나를 아끼고 돌봐야지, 그렇고 말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그 심리학적 해답을 함께 알아가는 책입니다. 다친 내 마음을 돌보고 단련하게 도와줄 다양한 실천코너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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