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어글리 인사이드?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시바

2017년 03월 27일 18:10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일본의 도시바일 것이다. 회계 부정 스캔들에 이어 미국 자회사의 막대한 부실로 인해 건실한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하려 하려 하자 미국·중국·한국의 대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을 보고 일본 정부가 이를 막으려 하고 있는, 그야말로 복잡하고 글로벌한 이슈의 한 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중순 기자 회견장에서 고개숙여 사과하는 도시바의 사토시 츠나카와 대표.
올 3월 중순 기자 회견장에서 고개숙여 사과하는 도시바의 사토시 츠나카와 대표.

그런 도시바의 모태는 산업용 중전기 분야의 사업을 하던 시바우라 제작소(1875년 설립)와 민수용 가전 분야 사업을 하던 도쿄전기(1890년 설립)가 1938년 합병하여 설립된 도쿄시바우라전기회사 (Tokyo Shibaura Electric)다. 사명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삿포로 맥주 등과 함께 일본의 4대 재벌 중 하나인 미쓰이 계열에 속해 있기도 하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도시바는 그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으로 선도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사업 분야도 너무 다양해서, 1) 각종 발전 설비, 철도차량용 기기, 이차 전지, 2) 도시 상하수도, 전력, 빌딩 관리 시스템, 3) 각종 의료기기, 4) NAND 플래시 메모리, HDD, SSD, 시스템 LSI, 5) TV, PC, HD-DVD, 노트북 및 기타 가전제품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도시바가 만들어 ‘일본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만 해도 아주 많다. 레이다 (1912), TAC 디지털 컴퓨터(1954), 트렌지스터 TV와 전자레인지(1959), 칼라 비디오폰(1971), 워드프로세서(1978), MRI(1982), 노트북 컴퓨터(1986), NAND EEPROM(1991), DVD(1995), 그리고 블루레이에 밀린 HD DVD(2005)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

 

회계부정을 책임지고 도시바 CEO가 사임하는 사실을 알리는 2015년 CNN 뉴스의 한 장면 - CNN 제공
회계부정을 책임지고 도시바 CEO가 사임하는 사실을 알리는 2015년 CNN 뉴스의 한 장면 - CNN 제공

이런 탄탄한 기술 기반의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도시바가 오늘날 세계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2010년 전후에 일본을 강타했던 엔고에 따른 경쟁력 저하다. 그 과정에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최대 약 1.4조원의 이익이 과대 계상되는 분식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2015년 하반기에 밝혀지면서, 회계 부정 스캔들로 비화되었던 것이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올림푸스는 물론 그 잘 나가던 닌텐도 마저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도, 도시바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고 공시를 해었었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충격은 아주 컸다. 게다가TV와 PC사업 등에서의 추가적인 잠재 부실 규모가 총 9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시바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웨스팅하우스의 부실 이슈가 공개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반토막이 난 도시바의 주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반토막이 난 도시바의 주가

그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도시바는 이미지센서 사업·원전 사업의 일부·헬스케어 사업 등의 매각, 해외에서 TV 사업 완전 철수 및 PC 사업 분사, 백색 가전부문의 샤프와 통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런 각고의 노력을 시도하던 도시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부실 덩어리였다.


그 부실의 원천은 2006년 약 6조원의 가치로 평가하여 지분 77%를 인수한 미국의 원자력 발전 원천기술 회사 웨스팅하우스였다. 강력한 경쟁사인 GE나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누르고 인수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으나, 인수 이후 수주한 원전들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누적된 손실 규모가 무려 약7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올해가 들어서야 밝혀졌던 것이다.


난관에 봉착한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선고를 검토하는 것과 함께, 자본잠식에 빠질 본사를 회생시키지 위해 핵심 사업 분야 중 하나인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보는 일본 정부가 매각 중지를 명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어서, 이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도시바가 인텔과 손잡고 만든 최초의 소셜 영화 뷰티 인사이드 - 인텔 & 도시바 제공
도시바가 인텔과 손잡고 만든 최초의 소셜 영화 뷰티 인사이드 - 인텔 & 도시바 제공

씁쓸한 것은 도시바의 부실이 한창 쌓이고 있던 2012년, 부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도시바의 노트북 사업 부문이 인텔과 손 잡고 ‘인텔 인사이드’를 모티브 총 6개 에피소드로 제작된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라는 최초의 소셜 단편 영화를 광고용으로 만든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개 이후 영화는 다양한 광고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들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 속 주인공 알렉스는 부정기적으로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아침에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특이한 상황을 도시바 노트북을 가지고 동영상 블로그 형태로 남긴다. ‘소셜 영화’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이유는 에피소드가 한 편씩 공개될 때마다 인터넷 이용자 누구나 자신이 알렉스가 된 것처럼 사진, 동영상 등을 올려 이야기 전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도시바의 동명 광고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2015년 개봉 영화 뷰티 인사이드 - NEW 제공
도시바의 동명 광고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2015년 개봉 영화 뷰티 인사이드 - NEW 제공

한효주가 주연해 흥행한 우리나라 장편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바로 이 광고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에서 이 장편 영화가 개봉된 시점은 회계부정으로 도시바가 나락으로 떨어지던 중인 2015년 9월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 초 권리를 구매한 할리우드의 제작사에 의해 리메이크 된 영화가 개봉되는 시점엔 도시바가 또 어떤 상태일 지,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 참고

☞ 소셜 단편 영화 ‘뷰티 인사이드’ 6개 에피소드 통합 버전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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