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칼럼] 한밤 중에 개가 갑자기 열이 나며 구토를 합니다. 사람 해열제 조금 먹여도 될까요?

2017년 03월 25일 10:30

Q. 한밤 중에 개가 갑자기 열이 나며 구토를 합니다. 사람 해열제 조금 먹여도 될까요?
A. 안됩니다. 사람 약 중에는 개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도 많습니다. 진정하시고, 24시 동물병원을 검색한 뒤 전화해서 응급처치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얼마 전 지인의 강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잠시 눈을 뗀 사이 작은 천 가방에 넣어놨던 사람 진통제 7알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몸도 못 가누고, 걷지도 못하는 상태를 보고 식겁한 지인은 병원에 달려갔고, 위세척을 했지만 이미 상당량이 체내에 흡수돼 수액만 맞으며 몸이 스스로 해독하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양대건 수의사는 “개 약이었어도 위험했을텐데 하물며 사람 약이라니!”라고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 수의사처방제 처방대상약품이 늘어날 예정

 

지난 3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던 동물용 의약품 중 일부가 제외되거나 추가됐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예방접종 약 중 생독 백신이 대거 포함됐다는 겁니다. 생독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소량 넣거나 약화시켜 만든 백신입니다. 따라서 생독 백신류는 아주 드문 경우 가벼운 증상과 함께 항체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제 질병에 걸리게 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보호자들이 약국에서 구입해 자가처방을 하던 약품 일부도 수의사가 처방해야만 반려동물에게 처방할 수 있어 한동안은 이와 관련해 시끌벅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GIB 제공
GIB 제공

 

개인적인 견해로 찬성하는 면도 반대하는 면도 있습니다만, 의약품이 전문가의 처방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는 바입니다. 예방 주사 직접 주사하기 쉽다, 가볍게 먹이면 된다, 큰 문제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시행하다가 ‘내’ 반려동물에게 덜컥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고 해도 ‘나’에겐 100% 확률이거든요. 심지어 저는 그 100%에 당첨(?)도 됐습니다. 코로나 장염에 걸린 개에게 먹일 약을 사러 동물 약국에 갔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생백신을 받았으니까요.(☞반려동물, 앞으로는 집에서 치료하면 불법?)

 

다만 동물의약품 사용에 대한 규정이 엄격해지는 것이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행정예고가 나온 규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일부 백신과 심장사상충 예방약인데, 약국에서 구입해 자가 처방을 하던 사람들이 규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꼭 동물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 동물 실험을 거쳐 동물에게 먹여도 되는 약?

 

저희 집 개님이 설사를 심하게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던 중 어린 아이들이 먹는 설사약을 반으로 쪼개 먹이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아마 함께 사는 개가 아파서 정보를 찾아본 분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한 번 이상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린 아이들이 먹어도 될 정도로 순한 약(?)인데다 이미 동물 임상 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얼핏 들으면 설득력있는 이 말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아직 실행하기 전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아는 약은 특정 증상에 대한 약입니다. 소화를 도와주거나, 열을 내리고, 오한을 멈추고, 통증을 막아 줍니다. 이 약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일으키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해주는 지 생각해 본적 있으신지요? 위벽을 자극해 위가 움직이도록 만들어 음식이 소화되도록 돕는 소화제가 있는가 하면 소화 효소가 들어있는 소화제도 있습니다. 어딘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을 때도 경련이 일어나서 아픈 건지, 몸살이 났는지, 상처가 났는지 등에 따라 잘 듣는 진통제가 다릅니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어디가 아파서 A라는 약을 먹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라는 이야기는 아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동물입니다. 일부 의약품의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동시에 쓸 수 있는 약품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약품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에게는 잘 작용하는 약이라도 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소염진통제, 타이레놀을 강아지에게 투약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그대로 간 손상이 오면서 급성 신부전증까지 나타납니다.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된다는 양파, 우리 개는 먹어도 괜찮았는데요?’ 수준이 아닙니다. 강아지가 모르고 먹었어도 과산화수소수 등을 억지로 먹여서 토해내게 해야 하는 약물인 거지요.

 

개에게 주기적으로 꾸준히 먹여야 하는 구충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의 몸에 기생하는 기생충마다 작용하는 약이 다 다릅니다. 개 몸에 사는 기생충이 다르고, 사람 몸에 사는 기생충이 다릅니다. 당연히 이 기생충을 잡는 약도 다르겠지요. 요는 사람이 먹는 약과 개가 먹는 약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종류, 분량…처치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세요.

 

동물 임상을 거쳐서 약을 만들었다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영장류로 실험을 해도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이 동물 실험입니다. 산모의 입덧, 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했던 탈레도마이드 제제가 영장류 실험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사람에게는 기형아를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물며 개는 포유류라는 것 말고는 인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가 참 어려운 동물입니다.

 

약의 종류 뿐만 아닙니다. 약의 분량도 중요합니다. 5kg도 채 안되는 동물에게 약을 쓰는 것은 갓난 아기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순히 약을 반으로 쪼개서 적은 양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이미 안전이 검증된 정량을 투입해야합니다. 당연히 이를 알고 있는 전문가를 통해 약을 처방 받아야겠지요.  

 

사소한 증상이라도 집에서 해결이 안되고 매번 동물병원을 찾으라는 조언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소리칼럼의 초기부터 꾸준히 말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부담된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고요. 사건, 사고, 부작용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1만 마리 중에 한 마리 같은 작은 숫자지만, 내 개가 그 한 마리라면 1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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