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원에서 공공기술로…출연연이 변하고 있다

2017년 03월 22일 18:10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중에는 시민들이 평소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개발하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전문가 기고를 통해 최근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해외 과학기술계 등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사회문제해결형 과학기술’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 정책제안을 4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필자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 고영주 본부장 제공
필자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 고영주 본부장 제공

사회문제해결형 과학기술 거버넌스 제안 ②출연연
글 :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지난 40~50년간 산업체의 기술 및 인력 수요를 지원하며 성장해왔다. 물론 국가적 수요에 따라 원자력, 우주항공, 핵융합 등 거대과학을 수행하는 출연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원천기술 연구의 상용화와 창업 등의 역할 부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 조류독감과 구제역, 지진, 메르스 및 가습기 살균제 사태, 미세먼지, 강물을 뒤덮는 녹조, 지구온난화와 초고령화 사회, 화학무기테러, 대도시 씽크홀, 도로의 포트홀 등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출연연은 그동안 나름대로 이러한 분야의 연구와 인프라를 개별적으로 구축해왔으나 최근 영역의 확대와 새로운 방법론 등의 적용을 통해 공공성을 확장하고 있다.


●KIST, 화학연, 국과연에 확산되는 새로운 방법론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연구개발은 기존의 산업지원을 위한 기술공급적 연구개발과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최근의 일부 출연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사업 등은 기존의 연구개발사업과는 방법을 달리하면서 발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14년부터 개방형연구프로그램(ORP)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단계부터 인문사회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방형 융합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적으로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를 정의했다. KIST의 연구개발역량과 수요조사를 고려해 에너지, 암, 고령화, 환경유해물질, 폐기물 등 5가지 사회문제와 해결 가능한 13개 후보기술을 도출했다. 이를 외부전문가가 과제책임자로 신청할 수 있는 개방형프로젝트로 공모한 끝에 녹조방제기술과 뇌질환진단 및 케어시스템 개발과제를 선정해 각 30억 원씩을 지원했다.


또 다른 예로 한국화학연구원은 2009년 이후 신종플루 신속진단 방법, 구제역 침출수 처리시스템, 화학안전, 신종 바이러스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또 별도의 패스트-트랙 프로세스, 출연연 공동 기획 등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 및 KAIST와 공동으로 대전지역의 사회문제를 조사한 이후 연구과제화 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화학연은 또한 이러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고 경영목표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014년 출연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융합사업을 시작했으며 이 또한 기술기획에 앞서 개방형 사회문제 정의, 이에 대한 해결기술군 도출, 공동기획 및 매칭연구, 온사이트 융합연구단 선정 등 기존 연구개발과는 다른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융합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 3월 현재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하매설물 안전, 치매진단치료,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초고층건물 재난 예방 등의 사회문제해결형 융합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IST에서 지원한 녹조방제기술 - 고영주 본부장 제공
KIST에서 지원한 녹조방제기술 - 고영주 본부장 제공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정책 혁신


출연연의 공공성은 국가사회문제해결형 연구개발 수요와 맞물려 더욱 확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개발 프레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 목적, 거버너스, 예산시스템, 인력운용 및 통합적 혁신시스템이 요구된다.


첫째, 과학기술투자의 목적을 경제적 목적 이외에 사회문제해결 및 삶의 질 향상에 두고 이 분야의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 비중을 현재의 10%에서 40~50% 수준으로 확대하고 출연연의 자체 예산도 이 부분에 상당부분 할애해야 한다.


둘째, 헌법과 과학기술기본법 등 관련 법률, 정부부처의 사업 규정, 출연연의 정관과 규정 등을 고치고 각 위계별 전담조직과 새로운 투자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연연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를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에 효과적인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기존의 연구개발과제 평가, 개인평가와 기관평가체계에서 사회문제 해결과제의 평가방법을 논문, 특허, 기술료가 아니라 문제해결 여부와 사회적, 환경적 가치 중심의 평가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넷째, 정책의 초점을 기존 경제적 혁신생태계를 넘어 시장-사회 통합혁신시스템으로 확장해 다양한 중간조직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투자조직과 기술기반 사회적기업의 육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성하는 방법이자 4차 산업혁명과 신기후체제의 역동적인 대응전략이기도 하다. 차기정부와 출연연 종사자의 인식전환과 시대적 사명감이 중요한 시기다.

 

※필자 소개
고영주 박사 / 서강대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거쳐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과 UST 과학기술정책과정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yjko@krict.re.kr

 

[연속기고]사회문제해결형 과학기술 거버넌스 제안

①대학 / “대학 거버넌스, 학생-교수가 사회문제해결 주체될 수 있게 변화해야”
②출연연 / 산업지원에서 공공기술로…출연연이 변하고 있다

③해외사례 / 유럽에서 시작된 ‘사회에 책임지는 과학기술’
④거버넌스 제안 / “과학기술에 시민이 참여하는 새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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