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한 원전 내부도 관찰 가능한 ‘블랙박스’ 개발

2017.03.08 18:00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훼손된 주 제어실이 모습. 당시 중앙 제어실이 손상되고 전력공급이 끊겨 원자로의 상태확인과 제어가 불가능한 속수무책의 상황에 이르렀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훼손된 주 제어실의 모습. 당시 중앙 제어실이 손상되고 전력공급이 끊겨 원자로의 상태확인과 제어가 불가능한 속수무책의 상황에 이르렀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대형 재난이 일어나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원전 상태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초동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김창회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장 팀은 온도가 높고 방사능 누출이 심한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작동하는 원전용 ‘블랙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위성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자력발전소 내부를 관찰하고 제어하는 원격감시제어 시스템이다.

 

원전을 감시하는 눈인 폐쇄회로(CC)TV.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온도가 치솟고 다량의 방사능이 쏟아지는 극한 환경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지 않아서다. 원자로 상태 확인도 안 되고 어떤 조작이나 제어도 불가능한 속수무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불시의 사고를 조기 수습하기 위한 방편으로 원전용 블랙박스와 원격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블랙박스는 CCTV가 촬영한 영상을 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로 실시간 전송한다. 30㎞ 떨어진 곳에 자리한 차량 속 원격감시제어실에 있는 운전원이 영상을 확인하고, 비상 상황에 최대 원전 8기의 펌프나 밸브 등 비상기기를 동시 제어할 수 있다.

 

 

원전 감시 블랙박스 및 원격감시제어실 동작 개념도.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전 감시 블랙박스 및 원격감시제어실 동작 개념도.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천리안 위성을 통해 블랙박스와 원격감시제어실이 30㎞ 거리에서 무리 없이 통신함을 확인했다. 30㎞는 사고가 터졌을 때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으로 정해지는 최대 거리다. 가령,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을 경남 양산시에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력이 끊긴 상황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충전용 배터리로 작동한다.

 

※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 ☞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가 미칠 범위를 미리 예측해 대피소나 방호 물품, 대피로를 준비하는 구역을 말한다. 국내 원전의 경우 8~10㎞ 수준이었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30㎞ 범위로 확대됐다.

 

연구진이 시작품으로 완성한 블랙박스는 외부온도 80도, 주변 방사선 1.2kGy(킬로그레이)에서 동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1.2kGy는 사고 때 주요 기기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방사선 흡수선량이다. 연구진은 2022년까지 동작 한계치를 200도, 5kGy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김 부장은 “기존 감시 장비들은 사고가 일어나 전기 공급이 끊기면 먹통이 되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대형사고 때 발전소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긴 무리였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2025년 경 국내 원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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