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라인, 2차 플랫폼 전쟁 본격 참전

2017년 03월 04일 12:00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 CES 2017의 주인공은 아마존의 ‘알렉사(Alexa)’였습니다. 알렉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비서입니다. 사람이 음성으로 질문을 하면 알렉사의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 줍니다.


알렉사는 CES 2017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알렉사를 탑재한 제로운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포드, 현대, 폭스바겐 등 완성차 회사들은 자동차에 알렉사를 탑재했고, LG전자는 냉장고에,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월풀은 세탁기·건조기·냉장고·오븐 등에, 삼성전자는 진공 청소기에 ,유비테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디시네트워크는 DVR에, 인시피오는 와이파이 라이트 스위치와 멀티탭에 알렉사를 탑재했습니다.

 

CES에서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를 소개하는 LG전자
CES에서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를 소개하는 LG전자

이는 아마존이 알렉사를 플랫폼화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독점하지 않고 외부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에서 열거한 많은 디바이스와 서비스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알렉사 API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들은 알렉사 생태계의 일원이 됐습니다.


이는 아이폰의 플랫폼화 전략과 유사합니다. 애플이 등장하기 이전 스마트폰은 단순히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전화기였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외부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와 API를 공개했고, 거대한 아이폰 생태계가 구성됐습니다. 구글은 재빠르게 애플을 따라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혁명의 주인공이자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듯이 이 다음에는 인공지능이 또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은 모든 전자장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과 결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알렉사입니다. 이대로라면 아마존이 제2의 애플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알렉사는 한국어를 못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쯤이 될지는 모릅니다. 아무리 알렉사가 훌륭해도 한국어를 못하면 우리에겐 거의 무용지물이겠지요.


이 가운데 네이버와 라인이 MWC 2017에서 알렉사에 대항할 무기를 발표했습니다. 이름은 ‘클로바(Clova, CLOud Virtual Assistant)’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클로바는 음성인식 AI 엔진, 비주얼인식 AI엔진, 대화형 엔진 등이 집결된 통합 AI 플랫폼입니다.

 

MWC 2017에서 클로바를 발표하는 라인주식회사 이데자와 타케시 대표
MWC 2017에서 클로바를 발표하는 라인주식회사 이데자와 타케시 대표

네이버는 “인간이 오감을 활용하는 것처럼, AI도 결국은 인간의 오감을 모두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 주로 음성에 초점 맞춰져 있는 AI 플랫폼에서 나아가 폭넓은 감각을 인지하는 것으로 확장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클로바는 알렉사와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음성비서를 플랫폼으로 제공해서 클로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클로바 인터페이스 커넥트,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라는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플랫폼 전쟁에 국내 기업은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IT기업들은 플랫폼의 주인인 구글과 애플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플랫폼 전쟁에서는 구경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합니다. 최근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클로바는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클로바는 우선 한국과 일본 시장을 타깃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와 일본어를 통해 클로바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는 클로바를 아시아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당장 알렉사와 맞대어 경쟁을 하는 것보다 알렉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파고 들어 점차 시장을 확산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시작해서 동남아 및 아시아 전체로 시장을 넓히고, 그 후에 글로벌 시장에서 알렉사와 맞붙어 보겠다는 것이죠. 라인의 시장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독일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 2017에서는 알렉사가 탑재된 가전제품과 클로바가 탑재된 가전제품이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 필자소개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심재석 기자는 IT전문기자 모임인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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