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까?

2017년 03월 05일 09:00

높은 빌딩과 반짝거리는 상점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거리에 남루한 차림으로 앉아있는 홈리스(homeless). 부유한 사회에서도 가난은 존재한다. 가난은 잘 안 보이는 듯 하지만 실은 조금만 둘러보면 금새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않지만 이따금씩 부유한 환경 속에서 극단적으로 빈곤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쉽게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좀 더 가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다던가, 사회적 차원의 가난 구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최근 PNAS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되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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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을 보면, 보수적으로 변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자 멜리사 샌즈 (Melissa Sands)는 비교적 부유한 환경인 미국 보스턴의 한 번화가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위 부자증세(연소득 백만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 세금을 인상)를 위한 서명을 해달라고 하거나, 가난과 상관 없는 다른 이슈인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는 서명을 해달라고 한다. 이때 서명 장소 근처에 아주 남루한 차림의 또는 말끔한 차림의 흑인이나 백인의 남성이 서 있었다.


샌즈의 관심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부자증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서명에 동참할 것인가였다.


총 2591명의 서명(83% 백인)을 받아낸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되었다. 근처에 가난한 사람이 없었을 때에 비해 가난한 사람이 있었을 때 사람들은 부자증세에 4% 정도 ‘덜’ 찬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근처에 가난한 ‘백인’ 남성이 있었을 때 크게 나타났다. 백인 남성들의 경우 근처에 가난한 백인 남성이 있을 때 부자증세에 찬성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닐봉지 사용 서명에서는 조건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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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난한 건 다 네 탓이야!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샌즈는 ‘이 세상은 공정하다’는 믿음, ‘Belief in a Just World’를 한 가지 가능성으로 보았다. 사람들은 보통 모든 일에는 그럴만한 ‘원인’이 있고 사람들은 다 자신에게 ‘알맞는’ 결과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되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를 얻게 된다고 믿는다. 그래야 언젠가 노력의 보답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늘 공정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자신의 행위와 상관 없이 언제든 불의의 사건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태어날때부터 처한 환경 때문에 나중의 삶이 많은 부분이 정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지각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나 꼭 피하고 싶은 불행의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안 좋은 일을 겪고 불행한 것은 이 세상이 불공정해서가 아니라 다 ‘그들이 그럴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사회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나만’ 그런 실수를 하지만 않으면, 조심하면 얼마든지 나쁜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불행을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비난함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얻는 현상이다.


연구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도 그 불편함을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더 불편한 가능성을 떠올리기보다 저들이 저렇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가난에 처한 사람들을 비난함으로써 해소하게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고 그냥 지나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그들이 불행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나의 행동은 정당하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특히 자신과 같은 백인 남성이 가난에 처한 것을 본 백인 남성들의 경우, 자기와 자기 주변의 다른 백인 남성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잘 살게 되었는데 저 사람은 분명 게으르거나 충분히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쉽게 그 사람의 상황을 판단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시된 것은 ‘부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었다. 실제로 서명 요청에 ‘언젠가 백만장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서명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또 자기와 같은 ‘백인’ 남성이 가난한 것을 봤을 때 상대적으로 부유한 자신의 위치가 부각되어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보스턴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타날지, 또 다른 인종들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지, 또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연구자는 앞으로 더 다양한 환경에서 이러한 현장 연구들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참고문헌
Sands, M. L. (2017). Exposure to inequality affects support for redistribu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61501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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