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6와 18:9 화면의 의미

2017년 02월 27일 18:00

LG전자가 바르셀로나에서 G6를 발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관련 전시회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무대로 삼아 세계 시장에 제품을 소개하는 전략이지요. G6는 지난해 G5의 실패를 뒤집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하고 내놓는 제품으로, LG전자는 일찌감치 제품의 핵심 요소들을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G6의 핵심은 디스플레이에 있었습니다. LG전자는 발표를 시작하고 30분이 넘는 시간을 G6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 발표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발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조성진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임원들은 발표의 절반 이상을 18:9 디스플레이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습니다. 그만큼 이 화면이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지요. - 최호섭 제공
조성진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임원들은 발표의 절반 이상을 18:9 디스플레이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습니다. 그만큼 이 화면이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지요. - 최호섭 제공

먼저 G6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볼까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각으로 뜯어보자면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 4GB 메모리, 5.7인치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일체형 배터리 설계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지난해 분리형 모듈로 깜짝쇼를 벌였던 것에 비하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들이 이미 올라설 대로 올라섰기에 예전처럼 신제품 하나 하나에 깜짝 놀라던 일은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지는 게 요즘 시장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하드웨어에 대한 변화보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느끼는 경험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LG전자 조준호 사장도 '성능보다 사용성의 시대'라는 말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LG전자는 G6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그 경험의 포인트라고 봤습니다. 애플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이름 붙였듯 LG전자도 G6의 화면에 '풀 비전 디스플레이(Full Vision Display)'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확실히 힘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LG전자는 이 18:9 비율의 화면에
LG전자는 이 18:9 비율의 화면에 '풀 비전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최호섭 제공

'요즘 안 좋은 스마트폰 화면이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G6의 화면은 확실히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화면 비율에 있습니다. G6의 풀 비전 디스플레이는 화면 비율이 18:9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대부분 HDTV와 같은 16:9 화면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더 길쭉합니다.

 
'왜?'라는 말은 아주 중요한데, LG전자는 이 긴 화면의 이유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이 디스플레이 하나로 G6는 다른 스마트폰, 아니 스펙이 비슷한 LG전자의 전작 V20과도 꽤 다른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먼저 폼팩터, 그러니까 디자인부터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LG전자 조준호 사장은 "소비자들이 더 큰 화면을 원하지만 더 큰 스마트폰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뻔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화면 크기는 곧 스마트폰 크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늘 겪는 딜레마입니다. '작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손에 쥐었을 땐데, 18:9 화면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잡기에 딱 좋은 비율입니다.

 

G6는 5.7인치 화면을 쓰지만 5.2인치 스마트폰처럼 손에 쏙 들어옵니다. 화면 때문입니다. - 최호섭 제공
G6는 5.7인치 화면을 쓰지만 5.2인치 스마트폰처럼 손에 쏙 들어옵니다. 화면 때문입니다. - 최호섭 제공

약간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트릭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재는 방법은 '대각선의 길이'입니다. 이게 화면 비율이 같다면 효과적인 단위가 될 수 있지만 화면 비율이 바뀌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G6와 V20은 모두 5.7인치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지만 두 제품의 화면과 손에 잡히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대각선을 같은 5.7인치로 맞추고 화면을 더 길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짧은 쪽의 폭은 더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대신 면적 기준으로 본다면 조금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화면을 세로로 세워서 보면 폭은 더 줄어들고, 위 아래는 더 길어집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5.7인치라고 해도 폭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G6는 여느 5.7인치 스마트폰과 달리 손에 쏙 들어옵니다. V20의 화면과 비교하면 길이는 아주 조금 더 길고, 폭은 꽤 많이 줄었습니다. LG전자는 "5.2인치 폼팩터에 5.7인치 화면을 넣었다"고 발표했는데 정말 손에 쥐는 느낌은 5.2인치, 그러니까 갤럭시S7을 쥐는 것과 비슷합니다. LG전자는 여기에 좌우 테두리 폭을 줄이기도 했고, 위아래 폭도 확 줄였습니다. 직접 볼 기회가 있다면 첫 인상이 꽤 충격적일 겁니다.

 

같은 5.7인치 화면의 V20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대각선 길이가 같다고 꼭 크기나 면적이 같은 건 아닙니다. - 최호섭 제공
같은 5.7인치 화면의 V20 (왼쪽)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대각선 길이가 같다고 꼭 크기나 면적이 같은 건 아닙니다. - 최호섭 제공

UX면에서도 지켜볼 만 합니다. 18:9 화면은 사실 2:1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1:1 비율의 화면을 두 개 포갤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7.0에는 기본으로 화면을 둘로 쪼개서 쓸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화면이 더 길어지면 두 개 창에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화면은 기본적으로도 16:9 화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해상도로 봤을 때 폭은 같고, 길이가 더 길기 때문입니다.

 
1:1 화면이라고 하면 '인스타그램'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G6에는 기본 사진 앱 외에 1:1 카메라를 이용한 '스퀘어 카메라' 앱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앱은 정방형 사진만 찍는데 이전 사진을 보여주거나 다른 사진과 비슷한 구도를 잡을 수 있도록 반투명하게 보여주거나, 아예 다른 사진 두 장을 포개 새로운 사진을 만들거나, 4개 사진을 한 장에 합쳐주는 등 4가지 촬영 모드가 있습니다.

 

2:1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잘 살리는 방법, 1:1 사진입니다. - 최호섭 제공
2:1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잘 살리는 방법, 1:1 사진입니다. - 최호섭 제공

발표회에서는 콘텐츠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18:9는 최근 영화계에서 새로운 규격으로 고민되는 화면 비율이기도 합니다. 유니비지움(Univisium)이라고도 부르는 비율입니다. 필름을 떠나 디지털 전용 규격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고민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이 비율의 콘텐츠를 일찌감치 제작하고 있습니다. G6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조금 묘한 부분은 디스플레이 네 귀퉁이에 동그랗게 곡면을 준 점입니다. 기기 내부적으로는 날카로운 사각형이지만 디스플레이는 둥그렇게 말려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디자인적으로 곡면의 일관성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예뻐 보이긴 한데 그만큼 낯설기도 합니다.

 

화면 귀퉁이도 둥그렇게 처리했습니다. 디자인과 충격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 최호섭 제공
화면 귀퉁이도 둥그렇게 처리했습니다. 디자인과 충격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 최호섭 제공

G6는 어떻게 보면 디스플레이 비율이 바뀐 것 뿐이지만 바뀐 비율 하나로 폼팩터부터, UX, 콘텐츠, 사진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세우기도 했습니다. 너무 디스플레이에만 쏠린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V20이 '오디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 상반기 G6가 '비디오'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도 재미있습니다.

 
지난해 G5가 하드웨어 모듈이라는 파격적인 무기를 내세워 관심을 끌었던 것에 비해 모듈이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면서 밋밋하게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올해는 다소 차분하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하드웨어에 대한 급격한 변화보다 무난한 하드웨어에 소소한 경험의 변화를 선택한 셈인데, 대중적으로는 훨씬 더 가깝게 다가섰다는 느낌도 듭니다. 새 하드웨어에 대한 이유를 확실하게 밝힌 만큼 이 하드웨어에 꼭 맞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을 보강해 나간다면 18:9 화면은 곧 또 하나의 모바일 표준 화면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18:9 비율로 만든 콘텐츠가 이미 넷플릭스, 아마존에 나와 있습니다. 템플런 같은 게임은 아예 G6 출시에 맞춰 18:9 비율로 최적화하기도 했습니다. - 최호섭 제공
18:9 비율로 만든 콘텐츠가 이미 넷플릭스, 아마존에 나와 있습니다. 템플런 같은 게임은 아예 G6 출시에 맞춰 18:9 비율로 최적화하기도 했습니다. - 최호섭 제공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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