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사진 이야기

2017년 02월 26일 07:30

아이폰 카메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카메라에 대해서 꽤 보수적인 편입니다. 필름과 디지털이 엉킨 시절에 사진을 배우다 보니 여전히 필름의 기준이 머릿속 가장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피처폰 시절부터 ‘폰카’는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분명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지요.


아이포노그래피(iPhoneography)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됐습니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주 좋은 사진을 뽑아내고 있지만 몇년 전만 해도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의 사진이 묘하게 다른 벽을 갖고 있었습니다. 매년 아이폰이 공개될 때마다 강조됐던 카메라와 그 결과물들은 놀라움을 주었지요. 하지만 ‘남 이야기’같은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잘 나와도 폰카’였죠.

 

최근 쓰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카메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도 충분히 훌륭하고 좋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같지만 솔직히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는 새에 입에서 “아, 이거 사진 잘 나온다”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결국 그 가치가 바뀌는 데에는 광학 기술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만들어내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같은 빛을 해석하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사진은 대부분 제가 약 6개월동안 아이폰7플러스로 찍고 필터나 수정을 더하지 않은 사진들입니다.

 

애플 제공
애플 제공

사진에 대한 가치


한동안 카메라 기기에 집착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기 위해 더 높은 픽셀 수, 밝고 해상력이 좋은 렌즈를 여럿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확대해가며 만족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질보다 ‘순간’을 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점이 안 맞고 흔들리는 사진이라도 그 자체가 순간의 한 요소라고 생각했고, 그 느낌을 잘 담는 게 더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카메라에 대한 욕심보다 더 가볍게 많이 찍을 수 있는 환경에 더 관심을 두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진을 끝내주게 찍어주는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있고, 새로 나온 라이카 카메라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크게 의존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 해도 풀 프레임 디지털 카메라에 비할 바 아니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간극은 꽤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는 ‘화소가 깡패’, 혹은 ‘판형이 깡패’라는 다소 살벌한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느끼는 부분은 ‘반도체가 깡패’,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깡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아이폰의 카메라는 몇 년 동안 완전히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사진은 아이폰’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아이폰이 2015년까지 800만 화소 카메라를 고집하면서도 좋은 평을 받았던 건 결국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분명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같은 센서를 쓰는 스마트폰과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폰이 빛을 해석해서 색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프로세싱’이 달랐던 셈이지요.


지금은 어떤 스마트폰이든 깜짝 놀랄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여전히 DSLR 카메라와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제가 10년 전에 쓰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화질이 이 자그마한 기기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사실상 어떤 스마트폰이 사진이 잘 나오네 마네 하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고, 이 역시 디지털 카메라처럼 어떤 제품이 어떤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사진


이 이야기를 시작한 건 인물 사진 때문입니다. 아이폰7플러스에 들어간 바로 그 기능이죠. 아이폰7플러스를 구입하던 그 순간에도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폰7을 살 것인가, 아니면 카메라가 좋은 아이폰7플러스를 살 것인가를 두고 큰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폰7플러스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키노트에서 발표된 ‘인물 사진’ 모드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폰7플러스에는 두 개의 카메라 렌즈가 있습니다. 요즘 듀얼 카메라는 아주 일반적인 기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폰7플러스에는 일반 카메라와 함께 딱 2배 확대해서 찍을 수 있는 망원 렌즈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멀리 있는 사물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지금도 이 망원 렌즈에 손떨림 방지 기능을 넣지 않은 것은 좀 아쉽긴 합니다.

 

아이폰7플러스로 찍은 사진. 이 정도 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흐릿한 배경이 만들어집니다. - 최호섭 제공
아이폰7플러스의 인물 모드로 찍은 사진, DSLR 카메라에 밝은 렌즈를 더한 것처럼 뒷 배경이 날아갑니다. 역광인데도 꽤 사진이 잘 살아 있습니다. 사진은 영화배우 이수정씨가 도와주셨습니다. - 최호섭 제공

비슷한 장면을 소니 A7m2에 55mm f1.8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이 사진이 더 좋지만 스마트폰으로도 비슷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입니다. - 최호섭 제공
비슷한 장면을 소니 A7m2에 55mm f1.8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이 사진이 더 좋지만 스마트폰으로도 비슷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입니다. - 최호섭 제공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 사진 모드는 카메라 자체의 성능보다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낸 기술입니다. 인물 사진 모드에 놓으면 카메라는 저절로 망원 렌즈를 기준으로 맞춰집니다. 피사체는 카메라에서 2.5미터 이내로 놓으면 됩니다. 조건이 맞으면 화면에는 ‘인물 모드’라는 노란 버튼에 불이 켜집니다. 이때 순식간에 피사체 외의 뒷배경이 흐릿하게 날아갑니다.


우리가 DSLR 카메라에 반하게 되는 첫번째 이유가 바로 이 뒷배경이 날아가는 사진이지요. 사람은 더 또렷하게 보이고, 주변은 부드럽게 흐릿해지면서 사람에 주목하게 되는 바로 그 사진입니다. 카메라로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사실 굉장히 많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먼저 조리개 수치가 아주 낮아야 합니다. 보통 f/2.0 아래의 렌즈가 필요하고, 50㎜ 이상 망원렌즈가 있어야 하지요. 보통 85㎜ 정도가 인물 사진에 좋은 렌즈로 꼽힙니다. 센서의 크기도 중요해서 똑딱이 카메라보다 풀프레임 DSLR 카메라가 뒷 배경이 잘 날아간 사진을 만들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아이폰7플러스의 카메라는 이 조건들을 거의 만족하지 못합니다. 조리개 값 정도는 충족할 수 있지만 센서 크기와 렌즈의 화각이 결정하는 비중이 훨씬 큽니다. 그런데 애플은 이걸 소프트웨어로 처리합니다. 일단 인물사진 모드가 켜지면 망원렌즈가 피사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동시에 또 하나의 카메라는 피사체와 전혀 관계 없는 곳에 초점을 맞춥니다. 뒷배경을 가장 뿌옇게 만드는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정리하면 망원 렌즈로는 또렷한 피사체, 일반 렌즈로는 가장 뿌연 배경을 각각 찍은 뒤에 각각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한 장으로 합성하는 겁니다. 초기 베타 버전에서는 머리카락 등 경계가 약간 어색한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이질감도 없습니다.

 

아이폰7플러스로 찍은 사진. 이 정도 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흐릿한 배경이 만들어집니다. - 최호섭 제공
아이폰7플러스로 찍은 사진. 이 정도 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흐릿한 배경이 만들어집니다. - 최호섭 제공

소니 A7m2 + 55mm f1.8로 찍은 사진 - 최호섭 제공
소니 A7m2 + 55mm f1.8로 찍은 사진 - 최호섭 제공

사진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100여년을 광학 시스템만 연구했던 카메라 업계에서는 다소 허탈하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포토샵이 사진의 한 영역을 바꾸어 놓았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반도체를 품어 포토샵의 효과를 실시간으로 더해내는 또 다른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진 잘 나오는 것을 분명히 넘어서고 있는 단계입니다.

 


사진의 새로운 영역 ‘찍기’ 대신 ‘만들기’


여행지에서도 스마트폰 카메라는 꽤 괜찮습니다. 예전에는 왜 이 소중한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난해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 한복판에서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낮에는 그렇다 쳐도 아이폰은 해가 떨어지는 아주 오묘한 빛을 제대로 잡아주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는 그 색을 담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2016년 11월 런던, 해가 막 떨어진 저녁, 시가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뒤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 최호섭 제공
2016년 11월 런던, 해가 막 떨어진 저녁, 시가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뒤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 최호섭 제공

스마트폰이 빠른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HDR과 색보정 등으로 사진을 매만진 겁니다. 이렇게 애매한 빛 아래에서 그런 작업은 디지털 카메라로도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 순수한 의미의 사진이 아닌 것 같지만 그 사진이 현장의 분위기를 더 잘 담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조미료 맛인데 싫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결국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더한 사진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최근의 디지털카메라의 변화와도 맞물립니다. 이제까지 디지털카메라는 이전의 필름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1차 목표가 있었다면 이제는 필름에서 벗어나 디지털만의 특징들을 살린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광학 시스템과 센서 판형들도 나오고 있지요. 스마트폰도 그 중 하나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역광이나, 노출 차이 같은 사진에 대한 기술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네, 찍는 것보다 만들어준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 최호섭 제공
역광이나, 노출 차이 같은 사진에 대한 기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네, 찍는 것보다 만들어준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 최호섭 제공

이는 비단 아이폰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스마트폰들은 카메라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듀얼 카메라가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아이폰7플러스는 망원 렌즈를 더했고, LG전자 V20은 광각 렌즈가 있습니다. 라이카 P9에는 계조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흑백 전용 카메라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기기, 그리고 소프트웨어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만나면서 이전과 다른 풍성한 소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높은 화소, 커다란 센서를 갖춘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 기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진 못할 겁니다. 결국 사진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문제이긴 한데, 픽셀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역할과 그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순간의 기억을 담아낸다는 사진 그 자체의 즐거움도 커질테고요.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