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바다에 살고 죽는 제주의 어머니, 해녀

2017.02.15 11:00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제주도 여인들의 이미지를 잘 보여줍니다. 해녀들은 산소통 없이 20m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최대 2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는데요. 대부분이 고령인 '집단'의 기록이기에 주목받는 능력입니다. 여자만 물질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자가 남자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오한에 대한 역치가 높아 추위에 더 강하며, 멀티태스킹 능력이 좋아 물질에 유리하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시로 잠수하는 일은 몸에 해를 끼칩니다. 해녀도 예외가 아니죠. 만성적인 두통은 흔한 증상이라 해녀들은 잠수하기 전에 미리 약을 먹습니다. 그러나 두통약은 항응고제로 혈액을 굳지 못하게 만들어 혈관을 확장시키고 뇌졸중이나 동맥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두통, 소화불량, 관절통증, 이명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잠수병도 흔합니다. 이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순수한 산소를 들이마시게 해 질소를 배출하는 고압산소 치료를 하는데요. 그런데 고압산소실 치료도 잠수와 마찬가지로 압력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산소를 과도하게 흡수하면 오히려 산소 독성으로 중추 신경과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흔히 '조용한 익사'로 불리는 '얕은 물 블랙아웃'도 위험합니다. 얕은 물 블랙아웃은 산소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뇌간이 적절한 때에 신호를 보내지 못해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는 것을 말합니다. 학자들은 해녀들이 숨을 오래 참기 위해 여러 차례 하는 심호흡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심호흡을 많이 하면 몸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뇌가 산소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근육 경련이나 체력 저하도 문제입니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 잠수복을 도입한 게 1970년대인데요. 잠수복은 체온을 보호해주는 대신에 부력을 일으킵니다. 해녀들은 물 속으로 쉽게 내려갈 수 있도록 납 허리띠를 차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만성적인 척추와 엉덩이 통증이 새로운 증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질소 마취는 깊고 압력이 높은 곳에 잠수할 때 질소가 농축된 공기 때문에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인데요. 그다지 압력이 높지 않은 20m까지만 잠수하는 해녀들이 겪기도 합니다. 주로 약한 도취감과 판단 능력 저하, 운동 능력 저하를 일으켜 평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은 해녀들은 이 증상을 ‘바다에 중독된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질소 마취는 산소의 필요성이나 수면까지의 거리를 판단하는 능력을 떨어드릴 수 있어 위험합니다.


이 외에도 압력의 잦은 변화 때문에 신체 조직이 망가지는 현상이나 날카로운 돌이나 조개껍데기, 독이 있는 바다 생물, 채취 도구가 해저에 끼어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사고 등이 항상 해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저승 돈 벌어 와서 이승 자식 먹여 살린다” -해녀 속담
해녀들은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바다를 육지의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자궁과 같은 곳으로 여깁니다. 잠수를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묘사하는 해녀들은 오로지 해산물 채취에 집중하는 짧은 시간 동안 땅에 묶인 삶을 잊고 정신적 자유로움을 만끽하는지도 모릅니다.

 


- 참고: 과학동아 2012년 11월호 바다에 살고 죽는 제주의 어머니,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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