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과학기술조직, 중도 표방한 ‘국민의당’ 생각은?

2017.02.13 07:00

국민의당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새로운 제안 나와

 

10일 열린 ‘자율성과 창의성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방향 모색’ 토론회. 왼쪽 세 번째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 변지민 기자 제공
10일 열린 ‘자율성과 창의성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방향 모색’ 토론회. 왼쪽 세 번째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 변지민 기자 제공

“과학기술 독임(獨任)부처냐 아니냐가 아니라 ‘미래 과학기술정책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의 새 경계로서 ICT 정책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산업부처와 모호한 경계를 허용하되 일자리, 창업 정책은 별도의 주무부처로 넘겨야 합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율성과 창의성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방향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이 토론회는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국회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공동대표 오세정·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주관했다.


최근 차기정부의 과학기술 정부조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크게 보면 ‘과학기술 전담부처’와 ‘다분야 통합부처’로 방향이 갈린다. 박 교수의 제안은 둘을 절충하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과학기술 전담부처는 국가연구개발(R&D)사업을 총괄하는 단일 부처를 뜻한다. 참여정부 때 존재했던 형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안이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는 정부조직개정법을 작년 8월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로 분리된다. 


다분야 통합부처는 과학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산업 등 인접분야를 합친 부처를 뜻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나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ICT)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은 작년 말 차기정부에서 지금보다 더욱 큰 부처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의 일부 등을 합친 ‘혁신통합부처’다. 


이런 방향성 차이는 진보정권의 ‘큰 정부 다(多)부처’ 지향, 보수정권의 ‘작은 정부 소(少)부처’ 지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부처 체제에선 각 부처가 하나의 임무에 집중하고, 소부처 체제에선 하나의 부처가 여러 임무를 동시에 관장한다.


박재민 교수는 통합부처의 시너지효과가 기대 이하라고 지적하면서, 과학기술 전담부처 신설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부처가 ICT정책을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형태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비슷하되 기능면에서 과학기술에 집중된 조직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가 제안한 과학기술 혁신부 설치안의 일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가 제안한 과학기술 혁신부 설치안의 일부.

이 같은 절충안은 ‘정부조직을 정권마다 계속 바꾸는 통에 사회적비용 낭비가 크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원장은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차기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바로 들어서는데,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던지며 “미래부에 문제가 있다면 그 지점만 보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상선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도 박 교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ICT가 산업분야의 하나로 취급됐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과 ICT가 모든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다”며 “ICT의 역할이 많이 바뀌어 새로 생기는 과학기술 전담부처에 둬도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토론자인 양수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회장은 “안 바꿀 것은 안 바꾸되, 바꿀 것은 빨리 바꾸는 선택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부 독립을 주장했다. 양 회장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연구주기, 사업성격과 특성이 달라 분리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직을 바꾸기에 앞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자로 나선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연구자들은 분권과 자치를 원하고 있다”면서 “과학계에서 세계 최고의 에이스와 베테랑을 만들기 위해선 자율성이 필요하며, 그걸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버넌스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아직 당이나 대선후보 차원에서 과학기술 거버넌스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거버넌스를 논하기 전에 비전을 먼저 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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