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지식인] 구제역 O형과 A형, 혈액형 같은 건가요?

2017년 02월 11일 16:30

※편집자주
탄핵 절차, 미국 비자 요건과 같은 사회 이슈는 물론. 줄기세포 주사, 조류독감(AI), 구제역과 같은 과학 상식까지. 공부할 게 참으로 많은 세상입니다. 이번 사이언스 지식인에서는 구제역 뉴스들에서 설명하지 못한 채 지나간 과학 상식을 해설합니다.

 

 

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 제공

Q. 뉴스를 보니 구제역 O형이니 A형이니 합니다. 소와 돼지의 혈액형 같은 겁니까?

충북도는 9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보은군 탄부면의 한우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O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10일 밝혔다.                           - 동아일보 2월 10일 기사 중


A. 아닙니다.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나 소가 갖고 있는 항체의 종류입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껍질에 VP1,2,3,4 네 가지 종류의 단백질을 가진다. 그림 속에 VP1,2,3이 서로 다른 색깔로 표현돼 있다. VP4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 미국 위스콘신대 제공
구제역 바이러스는 껍질에 VP1,2,3,4 네 가지 종류의 단백질을 가진다. 그림 속에 VP1,2,3이 서로 다른 색깔로 표현돼 있다. VP4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 미국 위스콘신대 제공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름 20~25nm 정도의 정이십면체 모양입니다. 바이러스의 가운데에는 RNA형태의 유전물질이 있고, 그 주변을 껍질(캡시드)이 둘러싸고 있지요. 껍질엔 VP1, VP2, VP3, VP4 네 가지 종류의 단백질이 있고요.


바이러스가 동물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의 모든 것을 ‘외부 침입자’로 생각하고 항체를 만듭니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의 혈액에 어떤 항체가 만들어졌는지 분석한 뒤 A형, O형 등 7가지로 구제역의 종류를 분류합니다.

 

 

Q. O형, A형 등의 차이에 따라 백신도 달라지나요?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O형 백신 193만개, O형과 A형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O+A형’ 백신 190만개를 보유중이다.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상황에서 모든 소에 O+A 백신을 접종해야 효과가 있다.                                                   - 동아일보 2월 9일자 기사 중

 

A. 네. 필요한 백신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구제역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VP1 단백질은 돼지나 소의 세포에 달라붙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세포에 기생하는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때 VP1의 종류에 따라 숙주세포의 어떤 단백질에 달라붙는지에 차이가 생깁니다. 선호하는 단백질이 다르거든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침입할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떤 VP1을 갖고 있을지 안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겠죠?


구제역 백신의 주성분은 짝퉁 VP1 단백질입니다. 침입이 예상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VP1 단백질을 미리 체내에 주사하는 거죠. A형 항체에서 유추할 수 있는 VP1 단백질, 또는 O형에서 유추할 수 있는 VP1 단백질 등을 불활성화 시킨 채 돼지나 소의 몸 안에 넣는 겁니다. 두 종류의 단백질이 섞여 있다면 2가 백신이 되고요.


백신주사를 맞은 돼지나 소의 몸 안에서는 넣어준 VP1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고, 실제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숙주 세포에 달라붙는 걸 막아낼 수 있습니다.

 

 

Q. 구제역 백신으로 무조건 구제역을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구제역 확진이 나온 한우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가 소유하고 있는 인접 한우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00%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농장주 부인 소유의 또 다른 한우 농장은 6%에 그쳤다.                               - 동아일보 2월 10일자 기사 중

 

A. 100%는 아닙니다. VP1의 유전자형이 다를 경우, 백신 접종 방법이 잘못됐을 경우 등의 변수가 있습니다.

 

VP1 단백질을 A형, O형 등 혈청형에 따라 간편하게 분류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유전형’이라는 것으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VP1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정보가 얼마나 똑같은가’를 기준으로 나뉘는 것이죠. 구제역 바이러스는 유전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편이기 때문에 유전형 변화를 매번 확인합니다.

 

가령 유행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VP1 단백질의 유전형과 백신에 담긴 VP1 단백질의 혈청형은 같으나 유전형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VP1 단백질의 구조가 약간 달라질 수 있어 사용하는 백신이 계획처럼 100% 구제역을 예방하지는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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