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또…] 한 번 외출로 운명의 상대를 만날 확률은?

2017.02.12 10:30

※편집자 주

사랑 고백을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앞에 놓인 음식, 준비한 선물, 배경 음악, 분위기까지 완벽합니다. 이제 말만 하면 되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진 남자는 마주 앉은 여자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냅니다. ‘2I<6U를 간단히 해봐’. 입만 열면 모든게 탄탄대로인데, 멋쩍은 남자는 되도 않는 문자 작전을 펼칩니다.(보내려는 문자의 의미는 부등식 양변을 2로 나눠 I<3U를 만들어 ‘<3’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리면 이 문장은 I ♡ U) (…!) 벌써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립니다. ‘이공계가 또…!’


네, 요즘 이공계 사람들은 무엇을 봐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감성마저 파괴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적어도 ‘양변을 0이 아닌 같은 수로 나뉘도 부등식은 성립한다’는 부등식 성질을 기억하겠지요. ‘이공계가 또’는 세상 만사 다양한 사건을 철저하게 이공계 마인드로 분석해 볼까합니다.

 

(문제인식-책임회피) 운명의 상대가 있긴 한 걸까?

 

골목마다 둘씩 붙어다니는 ‘눈엣가시(?) 행렬’이 이어집니다. 오늘 같은 날 봄비가 내리면 좋을 텐데요. 비가 오면 축축하니 화창한 날보단 거리엔 사람이 줄겠지요.

 

솔로천국! 커플지옥?! - GIB 제공
솔로천국! 커플지옥?! - GIB 제공

2010년 영국 워릭대 수학 강사 피터 배커스는 3년 동안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자, 자신이 진정한 짝을 찾을 확률을 직접 계산해 보았습니다. 이때 활용한 방정식은 드레이크 방정식. 드레이크 방정식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외계인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으로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1961년에 고안한 방정식 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답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계인 연구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배커스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각 변수를 자신의 이상형과 관련된 여성의 수와 비율로 바꿔서 새롭게 설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통신이 가능한 외계인 수(N)는 운명의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수(G)로, 행성을 가진 별의 비율(fp)은 런던에 사는 여성의 비율(fL)과 같이요.

 

배커스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변수를 자신의 조건에 맞춰 변경한 뒤,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질 확률을 계산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배커스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변수를 자신의 조건에 맞춰 변경한 뒤,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질 확률을 계산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배커스가 위 표와 같이 8개의 변수를 새로 설정하고 운명의 상대를 만날 확률을 계산한 결과, 한 번의 외출로 진정한 짝을 만날 확률은 0.00034%로 거의 0(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배커스의 운명의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영국 여성은 고작 26명 뿐이었습니다. 연구를 마친 배커스는 “지금 솔로인 이유가 결코 각 개인의 탓만은 아니니, 적극적으로 짝을 찾아 나서면 언젠가 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언젠간 만나겠지!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언젠간 만나겠지!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행동준비-적극구애) 사랑 방정식으로 끼 부리기

 

어느 날 아인슈타인은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사랑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받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칠판에 “LOVE=2□+2△+2·+2V+8<”라고 적었습니다.

 

도깨비만큼 절절한 아인슈타인의 사랑 고백. - EBS MATH 화면 캡쳐  제공
도깨비만큼 절절한 아인슈타인의 사랑 고백. - EBS MATH 화면 캡쳐  제공

이 알 수 없는 수식은 위 오른쪽 그림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도형과 점, 꺾임 기호의 개수를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랑이란 마지못해 떠나며 못내 아쉬어 뒤돌아 보는 마음과 보내는 안타까움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담긴 수식이라고 하네요. 절절함이 ‘도깨비’ 저리 가라군요. 다른 사랑 방정식도 알아봅시다. 그래프 어플이나, 그래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아래 수식을 복사해 붙여 넣기로 똑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 타이밍에 사랑 방정식이 웬말이냐!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이 타이밍에 사랑 방정식이 웬말이냐!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1) 17x2-16|x|y+17y2=225

 

x축을 기준으로 45도 기울어진 타원을 y축에 대칭시켜 그릴 수 있습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x축을 기준으로 45도 기울어진 타원을 y축에 대칭시켜 그릴 수 있습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2) (x2+y2-1)3-x2y3=0

  

(1,0), (0,1), (-1,0), (0,-1)을 지나는 하트 그래프로 최고차항이 6차인 6차 방정식 입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1,0), (0,1), (-1,0), (0,-1)을 지나는 하트 그래프로 최고차항이 6차인 6차 방정식 입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3) 

삼각함수를 이용해 극형식으로 하트를 그렸습니다. 약간 모양이 인위적이죠?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삼각함수를 이용해 극형식으로 하트를 그렸습니다. 약간 모양이 인위적이죠?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4)

같은 삼각함수인데, 3)번 그래프보단 자연스러운 모양이네요.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같은 삼각함수인데, 3)번 그래프보단 자연스러운 모양이네요.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5) (x2+y2-ax)2=a2(x2+y2) 

 

반지름이 a로 같은 두 원 중에서, 하나를 고정하고 두 원이 접하도록 다른 원을 굴리면 그 자취가 하트 모양이 됩니다.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자취를 심장형 또는 카디오이드라고 부릅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반지름이 a로 같은 두 원 중에서, 하나를 고정하고 두 원이 접하도록 다른 원을 굴리면 그 자취가 하트 모양이 됩니다.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자취를 심장형 또는 카디오이드라고 부릅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결과예측-상상결혼) 결혼은 언제 하면 좋을까?

 

오스트레일리아의 수학자 토니 둘리는 수학 공식을 이용해 결혼하고 싶은 최소 나이와 최대 나이의 범위에 따라 가장 이상적인 결혼 나이를 계산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25세에서 35세 사이에 결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28년 7개월 정도에 결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나는 언제 결혼을 하면 좋을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나는 언제 결혼을 하면 좋을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그럼 몇 번째 만난(사귄)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까요?

 

수학자들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사귄(또는 사귀고 있는) 사람 중에서 최고의 신랑감(또는 신부감)과 결혼할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이는 일명 ‘결혼문제’라고 합니다. 결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정을 해야 합니다.

 

  ① 시귀었거나 사귈 사람들의 매력도를 순위로 매길 수 있다.

  ② 최고의 배우자가 언제 나타날 지는 예측이 불가하다.

  ③ 평생 만나는 이성 친구의 전체 수는 정해져 있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사귄 사람의 수가 5명이고, 앞으로 사귈 사람까지 합쳐 인생에 있어 모두 10명을 만난다고 할 때, 최고의 배우자감을 A라고 합시다. 또 지금까지 만난 사람보다는 낫지만 최고는 아닌 사람을 B라고 합시다. 그런데 현재 만나고 있는 다섯 번째 사람과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덥지 않아 만남을 정리하고, 앞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지금까지 사귄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한다고 할 때, 최고의 배우자감인 A와 결혼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나는 몇 살에,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나는 몇 살에,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그런데 만약 최고의 배우자감 A가 최근 결혼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상대, 또는 이미 헤어진 사람이라면 나는 평생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지금까지 사귄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야 결혼을 하겠다고 가정했으므로). 따라서 여기에 최고의 배우자감 A는 앞으로 미래에 등장할 거란 가정을 추가합시다.

 

A가 6번째로 나타난다면 문제는 쉽게 풀리지만, B가 6번째, A가 7번째로 나타난다면 나는 가정에 의해 B와 결혼을 해야 합니다. B가 이전에 만난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모든 경우의 수와 각 경우의 수가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 봅시다.

 

  1) A가 6번째 바로 등장할 확률 = 1/10

  2) B는 6번째에 등장하지 않은채로 A가 7번째 등장할 확률 = (1-1/6)*1/10 = 1/12

  3) B가 6번째, 7번째 등장하지 않은채로 A가 8번째 등장할 확률 = (1-2/7)*1/10 = 1/14

  4) B가 6~8번째 사이에 등장하지 않은채로 A가 9번째 등장할 확률 = (1-3/8)*1/10 = 1/16

  5) B가 6~9번째 사이에 등장하지 않은 채로 A가 10번째 등장할 확률 = (1-4/9)*1/10 =  1/18

 

1)+2)+3)+4)+5)를 하면 1879/5040≒37.28%, 즉 위와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배우자감인 A와 결혼할 확률이 37.28% 입니다. 확률이 낮아 보이지만 무턱대고 10명 중에 한 명을 찍어 A일 확률 1/10보다 4배 가까이 높은 확률이니, 적당히 만나봐야 좋은 배우자를 고를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를 일반화하면, 전체 n명을 사귀고 현재 x명과 헤어졌다고 할 때, 최고의 배우자감과 결혼할 확률 p는 다음과 같은 식에 대입해 구할 수 있습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위의 식을 풀어보면 일반적으로 x가 n의 36.7%라는 값을 얻을 수 있고, x는 n/e일 때 최댓값이 됩니다. 여기서 e는 오일러 수로 약 2.718, 따라서 10명을 사귄다면 3명쯤 만나본 다음, 앞으로 만난 사람 중에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가 비교해 가장 멋진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하는 전략을 세우라는 게 수학자의 조언입니다.  

 

(실전이다) 내가 이러려고 솔로했나 자괴감들고 괴로워

 

수학과 CC가 결혼하면 청첩장이 이렇게 됩니다. 이공계가 또…. - 염지현 제공
수학과 CC가 결혼하면 청첩장이 이렇게 됩니다. 이공계가 또…. - 염지현 제공

방구석에 앉아 이렇게 매일 ‘확률’만 구하면 뭐합니까. 밖엘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인연이 생기겠지요. 확률은 확률일뿐, 실행이 0인 상태에선 확률도 0입니다.

 

수학은 수학일뿐, 이론은 이론일뿐 남녀의 만남이 어찌 방정식의 해처럼 딱딱 맞아 떨어질 수 있겠습니까. 이번 주말엔 문밖으로 뛰쳐나가 이공계 감성을 잠시 숨겨둔 채, 마음의 활짝 열어보심이 어쩔지요. 부디 다음 달 14일엔, 행복한 일이 있으시길 간절히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참고

수학동아 2012년 3월호

수학동아 2013년 3월호

수학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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