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VIEW] 팸퍼스 ‘다이옥신’ 기저귀가 우리 집에 또 ….

2017.02.03 20:00

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팸퍼스 기저귀 ‘사용자’입니다. 거짓말처럼 하기스 물티슈, 유해물질 발견 사운드북, 오늘 이 팸퍼스 기저귀까지 모두 제 손으로 구입해 제 아이가 쓰고 있는 제품입니다. 물티슈, 사운드북, 기저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종류가 참 많은데요…. 왜 하필 또 우리 집, 우리 아이 용품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물티슈, 사운드북,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이번엔 기저귀까지! - GIB 제공
물티슈, 사운드북,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이번엔 기저귀까지! - GIB 제공

자고로 기저귀는 핫딜(!)이 떴을 때 대량으로 구입해(월령이 어느 정도 지나면, 사이즈가 크게 변하지 않으니) 잘 보관했다가,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야곰야곰 꺼내 쓰는 맛이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 11월 무렵 주문한 기저귀가 아직 남아 마지막 팩을 뜯은 상태입니다.

 

참 오랜만에 산 건데, 하필 또 이게 문제라니. - 염지현 제공
참 오랜만에 산 건데, 하필 또 이게 문제라니. - 염지현 제공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뭐가 좋은지 잘 몰라서 이 기저귀, 저 기저귀, 이 물티슈, 저 물티슈 종류별로 썼었는데, 둘째 아이를 키울 때는 제 판단과 취향에 따라 만족했던 한 회사의 특정 제품을 고집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최근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하기스 물티슈’ ‘블루레빗 사운드북’ ‘팸퍼스 기저귀’는 믿음직스러운 대형 기업 제품이기에 의심없이 믿고 사용했던 저같은(이라고 쓰고 트리플크라운 호구라 읽는) 소비자가 많을 줄로 압니다.

 

《FACT》

 

  프랑스 국립 소비자 연구소(l'Institut national de la consommation)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6000만 소비자들(60 millions de consommateurs)’은 2017년 2월호 커버 스토리로 ‘기저귀 속 독성 물질’에 대해 다뤘습니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12 종류의 기저귀(사이즈 3단계)를 모아 기저귀 속 유해 물질, 독성 물질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기사에 담았습니다.

 

프랑스의 월간지 ‘6000만 소비자들’ 2월호 커버스토리로 ‘기저귀 유해 물질’ 관련 기사가 수록되며, 다이옥신 기저귀 논란이 발생했다. - 60 millions de consommateurs 2017년 2월호 표지 제공
프랑스의 월간지 ‘6000만 소비자들’ 2월호 커버스토리로 ‘기저귀 유해 물질’ 관련 기사가 수록되며, 다이옥신 기저귀 논란이 발생했다. - 60 millions de consommateurs 2017년 2월호 표지 제공

취재팀은 크로마토그래피 기법(다양한 방법으로 혼합물을 분리해 성분을 분석할 때 사용)을 이용해, 12개의 기저귀에서 검출되는 화학 물질을 기록했습니다. 특별히 취재팀이 주목한 물질은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과 발암 물질인 퓨란, 살충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등입니다.

 

그 결과 12개의 기저귀 중 2개 제품만 ‘안전’ 등급을, 8개는 ‘주의’ 등급, 나머지 2개 제품은 ‘위험’ 등급을 받았습니다. 특히 위험 등급을 받은 두 제품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돼 판매되고 있는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제품입니다. 

 

팸퍼스 기저귀는 다른 제조사 기저귀와 비교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한국피앤지 팸퍼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팸퍼스 기저귀는 다른 제조사 기저귀와 비교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한국피앤지 팸퍼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제품은 일반 펄프가 아닌 특수 젤을 사용해 1g당 자기 무게의 30배를 흡수할 수 있어, 최대 12시간까지 착용해도 보송보송하다고 광고하는 팸퍼스 대표 상품입니다. 이 제품은 국내 다른 기저귀보다 개당 적게는 50원에서 많게는 200원 가량 비싸지만, 장점이 부각돼 국내 기저귀 시장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6000만 소비자들’ 기사에 따르면, 믿었던 이 제품에서 일부 살충제 성분과 다이옥신, 퓨란 성분이 검출됐다 (정확한 살충제 성분의 이름이나 다이옥신, 퓨란 성분의 검출량은 미공개)고 합니다. 이에 3일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기저귀 샘플을 입수해 샘플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팸퍼스 기저귀를 수입·유통하는 한국 피앤지(P&G)는 이 논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기술표준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교환·환불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KNOWLEDGE》

 

일회용 기저귀는 물론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비닐봉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에는 꽤 많은 종류의 화학 물질 (때론 유해한, 때론 독성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팸퍼스에서 검출되었다는 다이옥신과 퓨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다이옥신

 

  팸퍼스 기저귀에서 검출됐다는 다이옥신은 무색 무취의 맹독성 화학 물질입니다.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어 소변이나 배설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에 잘 녹아 사람이나 동물의 지방조직에 쌓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주로 음식물을 통해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있고, 아주 일부 (3% 미만)는 호흡으로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이옥신은 소량이라도 몸속으로 들어가면 체내에 쌓여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양이 많으면 암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옥신 하루 최대 허용 섭취량을 몸무게 (kg 기준)당 1~4pg(피코그램, 1pg=1조 분의 1g)으로, 우리나라는 4pg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의 발화점이 된 프랑스 기사에서는 무엇보다 “영유아가 사용하는 기저귀 제품 속 유해 물질 허용 기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국내에도 제품별 다이옥신 유해 기준이나 함유 허용 기준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퓨란, 살충제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옥신 관련해서는 제철소나 소각 시설의 배출 허용 기준만 있습니다.  

 

  2) 퓨란

 

  퓨란은 식품을 열처리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휘발성 강한 화학 물질입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99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퓨란은 동물실험을 통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잠재적 발암물질에 속합니다.

 

퓨란은 우리가 흔히 먹는 통조림 속에도 함유돼 있는 화학 물질이다. - GIB 제공
퓨란은 우리가 흔히 먹는 통조림 속에도 함유돼 있는 화학 물질이다. - GIB 제공

퓨란은 탄수화물의 당과 단백질의 아미노산, 지방, 비타민 등이 가열되면서 발생하는 화학 물질로, 끓는점이 31℃에 불과해 쉽게 휘발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보통 멸균 처리 과정 중 열처리 단계에서도 퓨란이 발생하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수산물 통조림(ex.참치) 속에는 1kg 당 18.4ug(마이크로그램, 1ug=100만 분의 1g), 곡류 통조림(ex.옥수수)에는 1kg 당 15.5ug, 심지어 분유에도 1kg 당 13.5ug이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일반 식품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 발생했다 해도 금방 날아가는데, 통조림과 같이 밀폐되거나 열처리 직후 포장돼 밀봉되는 식품이나 제품 (기저귀 등)의 경우엔 조심해야 합니다. 통조림의 경우 뚜껑을 열고 다른 그릇에 내용물을 옮기거나 뚜껑을 활짝 열어 5분 정도 퓨란 성분이 휘발될 시간을 줘야 퓨란 섭취를 최소로 줄일 수 있습니다.

 

《VIEW》

  

  기저귀는 한 생명이 태어나 짧게는 2년, 길게는 3~4년 동안 매일 24시간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생후 한달 무렵까진 1~2시간에 한번씩 새 기저귀를 사용하고, 돌이 지난 이후에도 하루에 3~4개(소변 기준)는 쓰죠. 그런데 이런 제품에서 다이옥신이라니요 (참 오랜만에 듣는 물질입니다).

 

특히 기저귀는 아이의 민감한 피부인 엉덩이와 거의 24시간 내내 밀착돼 있다. - GIB 제공
특히 기저귀는 아이의 민감한 피부인 엉덩이와 거의 24시간 내내 밀착돼 있다. - GIB 제공

하지만 몇 가지 관점에서 합리적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싶은 논제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이 실험의 주체가 경쟁 기저귀 업체라고?

 

  기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실험의 주체입니다. 어떤 기관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전문가와 함께 이 실험을 진행했을까, 그 출처가 궁금했던 것이지요.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검색해 봤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프랑스의 그 매체만 거론하고 있었거든요.

 

해당 기사에서 공개한 기저귀 12종 유해 물질 검출 여부 비교 표. 콘텐츠 보호를 위해 세부 내용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 60 millions de consommateurs 제공
해당 기사에서 공개한 기저귀 12종 유해 물질 검출 여부 비교 표. 콘텐츠 보호를 위해 세부 내용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 60 millions de consommateurs 제공

프랑스어는 까막눈이지만 용기를 내 (똑똑해진 번역기를 믿으며) 해당 잡지의 온라인판을 구매했습니다. 물론 늘 보던 잡지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어느 페이지가 광고고 어느 페이지가 기사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이니 오죽할까요.

 

그런데 이 논란의 중심이 된 그 기사의 열림 페이지(잡지에서 사진이 크게 들어가고 보통 제목이 쓰인 도입 부분)에 기저귀 두 제품이 나란히 소개돼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았으며 ‘유해 물질이 없어 안전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설명글과 함께요. ‘아~, 이 페이지가 광고 페이진가?’하고 뒤로 후루룩 넘겼는데, 몇 장 지나지 않아 이번엔 다양한 종류의 ‘냉장고’를 비교한 기사가 등장합니다. 아마 예를 들어 ‘동아사이언스가 추천한 과학 도서’와 같은 형식으로 해당 매체가 선정한 합리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연재 기사 중 하나로 이 기저귀 기사가 소개됐고, 심지어 앞에서 설명한 기저귀 12종 비교 실험에서 ‘안전’ 등급을 받은 제품 중 하나의 제조사(L사)가 이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는 외신 보도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5페이지짜리 기사 중 안전 등급을 받은 두 기저귀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는 이야기가 3번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극단적인 예) 하*스에서 보*이 기저귀에서 유해 물질이 나타났다고 기사를 낸 격이 아닐까요.

 

물론 월간지 ‘6000만 소비자들’은 나름 전통을 자랑하는 매체입니다. 프랑스 국립 소비자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로, 아마 우리나라 한국소비자원이 발행하는 월간 ‘소비자시대’와 비슷한 매체인 듯 합니다. 월간 ‘소비자시대’에서도 매월 시험 검사를 진행한 결과나 안전 거래 실태 조사 결과, 진행 중인 정책 연구 소개, 합리적 소비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기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소비자원이 발행하는 월간 ‘소비자시대’가 있다. - 한국소비자원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제공
우리나라에도 한국소비자원이 발행하는 월간 ‘소비자시대’가 있다. - 한국소비자원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제공


 

   2) 왜 각각 세부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을까?

 

  사실 해당 기사를 유료 결제한 이유도, 세부 수치가 궁금해서였습니다. 국내외 어느 언론에서도 다이옥신이 얼마나, 퓨란이 얼마나 검출됐는지 세부 수치에 대한 정보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기사 전문에도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하기스 물티슈나 유해물질 장난감 때는 문제가 된 제품에서 발견된 각 화학물질의 농도가 얼마고, 이는 허용 기준치를 얼마나 초과한 것이라는 정확한 보도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에는 어디에도 수치의 언급이 없습니다. 물론 기준도 없다는 게 문제일 테지만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팸퍼스 기저귀도 종류가 참 다양하다. - 한국피앤지 팸퍼스 공식홈페이지 제공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팸퍼스 기저귀도 종류가 참 다양하다. - 한국피앤지 팸퍼스 공식홈페이지 제공

게다가 비교 분석한 12개의 기저귀 중 팸퍼스 제품만 4종류(엑티브 핏, 프리미엄, 베이비 에코 플라넷, 베이비 드라이)입니다. 나머지 제조사의 제품은 많아야 2종, 대부분 1종씩 입니다. 해당 실험에서 팸퍼스 제품 4종 중 3종은 ‘주의’ 등급을, 1종은 ‘위험’ 등급을 받았습니다. 지나친 의심일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3) 모르는 게 약일까 싶다가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될까 두려운 마음 

  

  크게 알려지지 않을뿐, 생활용품 속 유해 물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물티슈나 장난감, 기저귀와 같은 제품은 같은 농도라도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 분노하는 ‘엄마들의 입김’이 여론 몰이를 하면서 크게 알려지는 것이지요.

 

저희 집 쪼꼬미는 아마 지금도 그 기저귀를 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염지현 제공
저희 집 쪼꼬미는 아마 지금도 그 기저귀를 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염지현 제공

물론 절대 잊지말아야 할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있습니다. 그런 일은 다신 없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침에 눈을 떠 다시 잠들기 직전까지 하룻동안 손을 거쳐간 플라스틱 제품만 떠올려 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화학 물질이 처리된 물건을 1도 사용하지 않고 살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매순간 매의 눈으로 비판적인 수용과 합리적 판단을 해야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없다면 일회용품을 1도 쓰지 말아야겠지요. 순면 100%로 만든 천 기저귀, 천 수건, 천연 옷감으로 만든 옷…만 사용하기엔 돈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우선 국가기술표준원의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그래야 집에 남은 한 팩을 계속 쓸지 버릴지 환불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부디 아무일 없길, 작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기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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