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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국인 정책, 미국 유학 준비하는 한국인에도 날벼락?

2017년 02월 01일 17:00

실무수습제도 폐지, 취업비자 문턱 높아져 위기 맞을 수도

이미지 확대하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 유투브 캡처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7일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 유투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이민정책을 펴면서 세계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외국 연구자 의존도가 높다. 2013년 기준 미국 과학기술 인력 2900만 명 중 500만 명 이상이 외국 출신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과학대국’ 미국의 위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외국노동자와 이민자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여기에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미국에서 연구 중인 한국 과학자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이민법 등에 직접 타격을 받지는 않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비자 심사 규정 등이 까다로워지는 등 미국 내 박사후연구원(포닥) 취업이나 유학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부는 문제없지만 졸업 후 취직은 막힐 가능성 커져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공부하러 가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학생비자(F1비자)를 받고 공부하는 외국 학생들은 미국 대학을 먹여 살리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학생이 졸업 뒤 미국에서 취직을 하려 할 때다. 한국의 이공계 유학생 상당수는 미국에서 일자리까지 잡는 걸 바라며 유학길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학생 취직의 ‘디딤돌’ 역할을 해주던 ‘선택적 실무수습제도(OPT)’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외국 출신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여 자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OPT는 졸업 후 1년간 비자 없이도 취업해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허가증이다. OPT가 없어지면 유학생들은 학생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즉 졸업하기 전에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법률그룹 ‘J. Kwon Law’의 오윤경 변호사는 “졸업 전에 학위도 없는 유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건 아주 힘들 것”이라며 “OPT가 없어지면 한국 유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실상 취업의 기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기존에 OPT 혜택을 최대 3년까지 누려왔던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STEM)의 피해가 클 수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OPT 제도가 없어지면 한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취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GIB 제공
OPT 제도가 없어지면 한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취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GIB 제공

● 취업비자 발급 까다롭게 되면, 박사후연구원 큰 타격받아


OPT 폐지도 문제지만 취업비자 (H1B비자) 발급 조건 강화도 유학생들을 괴롭힐 수 있다. 취업비자는 미국 현지 회사와 고용 계약을 한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비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로 숙련된 인력에게만 취업비자를 내준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취업비자 발급 대상을 연봉이 10만 달러(1억 1500만 원) 또는 13만 달러(1억 5000만 원)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하는 법안들이 현재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보통 박사후연구원이 연봉 4만~5만 달러를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취업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 셈이다. 미 국방성 소속 전쟁포로및실종자확인국(DPAA) 정양승 박사는 “앞으로 박사후연구원들은 본인이 어느 정도 연봉을 받을지 미리 잘 따져보고 비자를 신청해야 금전적, 시간적 손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경 변호사도 “(트럼프의 계획대로 된다면) H1B비자 대신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에 부여하는 O비자 등 다른 비이민 비자를 고려하거나, 취업을 통한 영주권 신청(EB-2, EB-3)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교류방문비자(J1비자)도 폐지하겠다는 생각이다. J1비자는 ‘문화교류’를 위한 비자이긴 하지만 교환학생이나 박사후연구원, 방문·교환 교수 등이 활용하고 있었다. 폐지된다면 역시 한국 연구자들의 미국 거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트럼프 대통령은 취업비자(H1B비자)의 발급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GIB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취업비자(H1B비자)의 발급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GIB 제공

●불안한 현지 분위기…‘미국 대신 유럽’ 권유도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의 한인 유학생 사회는 뒤숭숭하다. 양영주 미국 콜롬비아대 의학센터 병리생물분자의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비자 연장이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법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긴장하면서 추이를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길은 그동안 한국 이공계생에게 ‘메이저 리그’로 통했지만,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1월 30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학생들에게 미국행을 “심각하게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대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 유럽(영국 제외)으로 유학을 떠날 것을 권유했다.


한편 이번 반이민 정책이 온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미 외국인 학생·연구자들이 대학·기업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포닥으로 떠도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외국인 일자리 축소기조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며 이미 미국 사회에 이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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