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트럼프의 반이민정책 그리고 집단적 나르시시즘

2017년 01월 31일 16:30

 

트럼프가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이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 Gage Skidmore 제공

XX을 다시 위대하게?


며칠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행정명령으로 주요 무슬림 국가 몇 개국의 비자 발급이 90일간 금지되었고 시리아 난민들의 입국은 무기한 금지되는 일이 벌어졌다[1].


합법적인 비자를 발급받았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미국 땅에 들어올 수 있었던 사람들이 몇시간 만에 입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교수가 영주권을 가진 일반 시민들이 가족/친지를 만나러, 또는 휴가차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다시 생활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예일대 교수로 재직중인 Amin Karbasi의 부인과 갓 태어난 딸은 고향에 친지들을 만나러 갔고, 그 사이 입국 금지령이 떨어졌다. 그의 부인과 딸이 다시 그의 곁으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그는 SNS 상에 이 상황이 자신을 산채로 먹고 있다고 표현했다.


난리통에 ‘기독교인’ 난민을 선별해서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카톨릭과 기독교 리더들은 종교로 사람을 차별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난민의 출입을 금지한 금요일은 역사에 “부끄러운 금요일”로 기억될 거라고 발언했다[2]. 프랜시스 교황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난민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3].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정상들은 미국의 이와 같은 행위가 반인륜적이며 불법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29일 캐나다 퀘벡지역의 모스크에서는 무장 괴한이 기도중인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사건이 벌어졌다[4]. 이 지역의 모스크는 이전에도 ‘돼지 머리(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가 보내진 적이 있는 등 혐오범죄(hate crime)의 표적이 되어왔다. 캐나다 총리는 즉각 SNS 등을 통해 이런 테러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 및 피해자들의 가족과 함께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CNN을 비롯한 많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팩트체크를 하며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렸다. 미국인이 외국 태생 테러리스트에 의해 사망할 확률은0.00003%. 911 이후로 무슬림 극단주의 태러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 9명, 미국내 총기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수 12,843명, 교통사고 사망자수 37,000명, 난민출신의 테러행위로 사망한 수 0명[5].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사망위협들에 비해 ‘공포’의 힘은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공포에 의한 것은 아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나, 브렉시트 찬성 구호로 사용된 “Take back control(힘을 되찾자)”에는 “그동안 ‘우리’는 무시당했다. 이제는 다시 우리의 힘을 보여줄 때이다”라는 일종의 집단적 피해의식과 힘에 대한 열망, 지금까지 우리 앞을 방해해왔거나 앞으로 방해하는 자들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보복적 정서들이 서려있다. 이런 호전적 정서들의 기원은 무엇일까?

 


우리 집단은(다른 집단들 보다) 위대해!


런던대학의 심리학자 Agnieszka Golec de Zavala의 연구들에 의하면 집단적 나르시시즘(collective narcissism)이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은 다음과 같은 특성들로 정의된다: 과하게 긍정적인 자기지각(자신이 대단하고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함), 자신은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으며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함(sense of entitlement), 자신의 대단함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을 비판하는 등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강한 분노와 공격성을 보임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런 나르시시즘은 개인단위에서뿐 아니라 ‘집단적’인 단위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Golec de Zavala et al., 2013a).


 √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해 과장된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우리 집단은 다른 집단들에 비해 위대하다)
 √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중시(기타 집단들은 우리 집단의 위대함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 자기 집단의 이미지를 해칠 것 같은 시도들에 매우 민감하며 집단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함(너희가 감히!)
 √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의 존재에 대해 과장된 위협을 느낌
 √ 자기 집단에도 흠이 있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음
 √ 집단에 대한 공격을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임
 √ 화와 복수심의 방향이 뚜렷하며 주로 자기 집단에 적대적인 그룹이나 개인을 향함

 

GIB 제공
GIB 제공

감히 네가 우리 집단을 모욕해?


자신의 소속 집단(국가, 종교 등)에 대해 이런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나이, 성별, 교육수준과 상관 없이 소속 집단에 해가 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외집단 사람들을 향해 강한 편견과 분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컨대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강하게 보이는 멕시코인들은 그렇지 않은 멕시코인들에 비해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미국의 계획을 사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더 강하게 보였다.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강하게 보이는 폴란드인들은 그렇지 않은 폴란드인들에 비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발생한 반유태주의를 분석한 책에 대해 이 책은 폴란드인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단적 나르시시즘을 강하게 보이는 터키인들은 그렇지 않은 터키인들에 비해 터키가 EU에 오랫동안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국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이러한 처사는 EU가 터키를 무시하고 모욕을 주는 것이라며 분노하는 경향을 보였다(Golec de Zavala et al., 2013b).


이렇게 집단적 나르시시즘은 자신이 강한 일체감을 느끼는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찾기 이전에 ‘모욕감’을 느끼며 나아가 누군가 일부러 방해하는 것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것과도 관련을 보인다.

 


복수할테다!


집단적 나르시시즘은 자신들의 위대함에 상처를 입히는 대상들에게 분노를 느끼며 철저히 ‘복수’하는 것과도 관련을 보인다.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국인 교환학생이 미국을 좋게 평가하거나 또는 나쁘게 평가하는 글을 각각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영국인과 독일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격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겁을 주거나 모욕할 의사가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미국을 나쁘게 평가하는 글을 읽었을 경우, 또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높을수록 미국을 모욕한 사람이 영국인이었다는 이유로 하나로 영국인 일반에 대해 보복 의사를 강하게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없는 외국인인 독일인에게는 나르시시즘 수준에 따른 보복 의사에 차이가 없었다(Golec de Zavala et al., 2013a).


폴란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실제로 보복행위를 살펴보았다.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강할수록, 자기가 소속된 대학을 나쁘게 말한 사람의 소속 대학이 펀딩을 못받도록 그 대학에 대한 평가 점수를 낮게 주는 등의 보복행위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권위주의(권위에의 복종을 중요시함), 사회지배적성향(social dominance orientation; 모든 집단은 계급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는 위치가 있고 지배계급이 존재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태도), 맹목적 애국심(국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믿고 따라야 한다는 태도) 등과 상관 없이 나타났다.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높은 경우 자기 자신도 아니고 자기가 소속된 ‘집단’에 대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이유로, 또 그 부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이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소속 집단 전체에 대한 보복 행위를 기꺼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집단의 영광’을 통해 자신의 영광을 찾으려는 행위들이 다시금 세계적으로 번져나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른 집단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음모론을 퍼트리며 때로는 무자비한 보복을 행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집단적 나르시시즘에 정치인들 마저 편승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집단적 나르시시스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자기 집단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 자신들이 적대하는 집단의 성공이라고도 언급했다. 


합리적인 대화와 설득, 평등에 대한 메시지보다 우리 집단의 위대함에 타집단을 ‘굴복’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지 다 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더 힘을 얻는 상황에서 어떤 대안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 참고문헌
[1] Newman, A. (2017, Jan 30). Highlights: Reaction to Trump’s Travel Ban. The New York Times. Retrieved from https://www.nytimes.com/2017/01/29/nyregion/trump-travel-ban-protests-briefing.html?smid=tw-nytimes&smtyp=cur
[2] Goodstein, L. (2017, Jan 29). Christian Leaders Denounce Trump’s Plan to Favor Christian Refugees. The New York Times. Retrieved from https://www.nytimes.com/2017/01/29/us/christian-leaders-denounce-trumps-plan-to-favor-christian-immigrants.html?src=twr&smid=tw-nytimes&smtyp=cur
[3] Pope Francis: “It’s hypocrisy to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chase away a refugee or someone seeking help.” (2017, Jan 28). The Intellectualist. Retrieved from  https://theintellectualist.co/pope-francis-hypocrisy-call-christian-chase-away-refugee-someone-seeking-help/
[4] Willingham, A., J. (2017, Jan 30). The chances of a refugee killing you - and other surprising immigration stats. CNN. Retrieved from http://www.cnn.com/2017/01/30/politics/immigration-stats-by-the-numbers-trnd/index.html?sr=twCNN013017immigration-stats-by-the-numbers-trnd1235PMVODtopLink&linkId=33919012
[5] Quebec mosque attack suspect charged with murders. (2017, Jan 30). BBC. Retrieved from http://www.bbc.com/news/world-us-canada-38805163
Golec de Zavala, A., Cichocka, A., & Iskra-Golec, I. (2013a). Collective narcissism moderates the effect of in-group image threat on intergroup host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 1019-1039.
Golec de Zavala, A., Cichocka, A., & Bilewicz, M. (2013b). The paradox of in-group
love: Differentiating collective narcissism advances understanding of the
relationship between in-group and out-group attitudes. Journal of Personality,
81, 17-2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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