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色수다] (ep10) 학교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난다

2017년 01월 30일 13:30

사이버 불링 등 학교 폭력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직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한 형태의 폭력이 있으니 성적 폭력(sexual harassment)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청소년기 중에서도 10대 초반 무렵은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성적 성숙을 급격하게 겪는 시기다. 이 시기는 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시기이면서도 사회에서 아직 ‘어리다’며 성에 대한 지식을 억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겪는 성적 폭력들에 대한 연구들은 비교적 많은 반면 10대 초반 아이들이 겪는 폭력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많지 않은 추세라고 한다.

 

 

GIB 제공
GIB 제공


성 폭력은 ‘원치 않는 성적 행동’으로 정의된다.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신체적 행동이 포함된다. 성에 기반한 폭력(gender-based harassment, 예 성차별,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등), 성적 압력(sexual coercion, 지위나 정서적 약점 등을 이용해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 원치 않는 성적 주의(unwanted sexual attention, 당사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성적 대상으로 보여지는 것)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직장이나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 어떤 일들이 누구에게 일어날까?


플로리다 대학교의 심리학자 Dorothy Espelage 는 미국 일리노이 소재 중학교 학생(5-8학년) 약 858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성적 폭력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약 43%가 적어도 한 번은 원치 않던 성적 코멘트, 놀림 등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4%는 성적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11%는 누군가 자신에게 성적인 사진을 보였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언어적’인 폭력이 흔했으나 21%가 성적인 방식으로 신체 일부가 만져지거나 잡히거나 꼬집혔다고 응답했다.


피해자의 성별로는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더 폭력의 타겟이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피해 여학생과 피해 남학생 모두 가해자의 성별로 남학생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남학생이 주로 가해자로 나타나는 경향은 캐나다나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된다고 한다.

 

● 성폭력이 장난이라고?


한 가지 주목할 현상은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가장 기분나빴던 성폭력 사건을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신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원하지 않았던 성적 괴롭힘에 대해 매우 괴로웠다고 인지하는 한편, ‘농담이었을 것이다’, ‘별 의미 없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그 일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남학생 피해자들에 비해 여학생 피해자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결과가 기존의 연구 결과(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폭력 사건에 비교적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등)와 다소 다른 발견이라고 하면서, 아직 가치관이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서 성폭력이 ‘장난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이후 아이들이 자신이 당한대로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일조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폭력과 차별에 저항해야 할 때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이 처음부터 남자 아이들의 때론 도를 넘는 장난들에 대해 ‘너를 좋아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분명한 ‘괴롭힘’을 괜찮은 것으로 포장해온 것부터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백한 괴롭힘에 대해 사회가 여자아이들에게는 잘못된 관용 또는 호구성을 학습시키고 남자아이들에게는 왜곡된 애정표현과 강압성을 강화시켜온 것이 아닌지, 또 이런 관습이 이어져 이 연구에서도 여자아이들은 ‘굉장히 기분 나빴지만 그냥 장난이었겠지,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뭐’라는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고 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약 56.4%의 아이들이 자신의 성별에 일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컨대 남성스럽지 않다거나 여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차별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결과와 함께 학교에서의 (주로 여학생들을 향한) 성폭력 역시 성평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Dorothy Espelage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우리 학급에도 성차별과 성폭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서둘러 대처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참고자료
Espelage, D. L., Hong, J. S., Rinehart, S., & Doshi, N. (2016). Understanding types, locations, & perpetrators of peer-to-peer sexual harassment in US middle schools: A focus on sex, racial, and grade differences.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71, 174-183.
http://www.psypost.org/2016/12/sexual-harassment-common-among-middle-school-children-study-finds-46427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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