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남은 음식, 맛있게 활용 하려면 이렇게!

2017.01.30 12:00

한사코 괜찮다고, 가져가면 어차피 안 먹는다고 손사래를 쳐도(진짜 진심인데ㅜㅜ) 할머니는 요지부동입니다. 맞벌이 부부인데다가 아직 아이들이 어려 명절 음식은 연휴가 끝나면 진짜 챙겨 먹을 사람이 없는데, 이번에도 거절 못하고 양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께서 바리바리 싸 주신 명절 음식 덕분입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음식은 모두 냉동실로 직행…(내년 설에 만나요!). - GIB 제공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음식은 모두 냉동실로 직행…(내년 설에 만나요!). - GIB 제공

이렇게 등 떠밀려 할머니 댁에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온 음식을 넣으려고 냉동실을 열었습니다. 역시 자리가 없군요. 이참에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새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필수 코스죠. 그런데! 문에 달린 서랍에선 지난 명절에 넣어 놓은 송편이, 맨 아래 서랍에서는 작년 설에 가져왔던 빈대떡이, 손이 잘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서는 돌덩이로 변한 갖가지 명절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분명 넣은 기억이 없는데, 이 녀석들(?)은 언제부터 우리 집 냉동실에 살고 있었던 걸까요?

 

너란 녀석, 언제부터 거기에? - GIB 제공
너란 녀석, 언제부터 거기에? - GIB 제공

분명 여러분의 냉장고에도 작년 설에 받아 온 떡국 떡이나 지난 추석에 넣어 놓은 송편들이 먹어 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울고 있을 겁니다. 아마 이번 설에도 버리기 아까워 냉동실로 들어간 음식들 중 약 80%는 내년 설에 얼음 덩어리로 만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남기지 말자!

 

우리의 명절은 대부분 풍성한 음식으로 시작해 풍성한 음식으로 끝납니다. 게다가 주요 음식들이 대부분 고지방, 고단백, 고열량이어서, 과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하죠. 하지만 또 명절에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 둘러 앉아 맛있는 음식(그것도 엄마표 할머니표 집 밥)을 마주할 때면, 살이나 건강 걱정은 다 잊은 채 이성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명절 음식 무한 제공은 누구의 행복을 위함인가ㅜ_ㅜ? - GIB 제공
명절 음식 무한 제공은 누구의 행복을 위함인가ㅜ_ㅜ? - GIB 제공

과거에는 명절에 찾아오는 손님의 수나 대접해야 하는 끼니 수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옛 어른들은 음식을 넉넉히 준비하곤 했습니다. 언제 누가 우리 집에 새해 인사를 하러 올지 모르는 데, 오면 간단한 먹거리라도 내 놓아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명절 계획을 미리 세우고, 심지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몇 명이 만나 몇 끼를 먹는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않습니다. 

 

남는 음식을 줄이려면 한 자리에 모인 인원이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음식을 준비하되, 누군가는 약간 아쉬울 정도로 식단을 구성하면 좋습니다. 건강이나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 곤란해 하는 것보단 몇 사람이 조금 아쉬워하는 편이 더 나으니까요. 

 

● 말랑말랑한 가래떡, 냉동 보관하세요!

 

하지만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죠. 분명 이번 명절에도 어느 집이나 음식이 조금씩 남을 겁니다. 그럼 이제 두 가지 키워드도 함께 남습니다. ‘보관’과 ‘처리(좋은 말로 활용)’입니다. 먼저 보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말랑말랑한 가래떡은 말랑말랑할 때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 GIB 제공
말랑말랑한 가래떡은 말랑말랑할 때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 GIB 제공

설 메인 요리는 떡국입니다. 설날 아침,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떡국 한 그릇씩 하려면 쌀로 만든 가래떡도 넉넉히 준비해야 하지요. 명절을 맞이해 떡집에서 막 뽑아온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정말 쫄깃쫄깃하고 맛있습니다. 물론 떡국을 위해 어슷썰기를 하려면, 약간 꾸덕꾸덕하게 굳어야 하지만요. 떡국 떡은 조금 딱딱해 져도 물에 담가놓았다가 사용하면 큰 무리없이 떡국을 끓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떡국을 준비하고 남은 가래떡을 무심코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는 며칠 뒤 바짝 말라 딱딱하게 굳은 그 녀석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생명을 이어주려고 전자레인지에도 데워보고 기름 위에도 구워보지만 처음에 맛 보았던 말랑한 식감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떡이 냉장고에서 딱딱하게 굳는 이유는, 떡은 낮은 온도에서 수분을 빼앗기는데 이때 떡의 주성분인 녹말의 결정 구조가 배열이 달라지면서 경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노화’라고 하는데, 몇 가지 방법으로 떡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1) 말랑말랑한 가래떡은 한 번에 먹을 정도로 나눈 다음, 각각을 급속히 냉동시키면 수분을 빼앗기기 전에 얼어서 노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냉동실 온도는 -20~-30℃ 사이면 됩니다. 이렇게 얼린 떡은 먹기 직전 냉동실에서 꺼내 자연해동시키면, 처음의 부드러운 상태의 90% 정도는 회복됩니다.

 

  2)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냉장고에 넣기 전, 살짝 기름칠을 해 보세요. 기름은 유화제(서로 혼합하지 않는 두 액체를 안정하게 만드는 물질) 역할을 해서 가래떡 속 수분의 이동을 막아줍니다. 따라서 기름을 바르면 냉장실 속에서도 하루 이틀 정도는 말랑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름대신 설탕을 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 전, 식용유보단 카놀라유나 포도씨유 사용해 보관 기간 연장!

 

전을 부칠 때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를 사용하면 조금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 GIB 제공
전을 부칠 때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를 사용하면 조금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 GIB 제공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볶거나 지지는 음식이 많습니다. 과도한 지방 섭취를 줄이려면 가급적으로 찜이나 조림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더 좋지만, 모든 음식의 조리법을 바꿀 수 없기에 때에 따라 적절한 기름을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명절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전이나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식용유 대신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를 사용해 보세요.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는 보통 식용유보다 발열점이 높고 산패속도가 느려서,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보관 기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아! 남은 전은 이왕이면 냉동 보관 하세요. 오늘 중이나 내일 아침에 꺼내 먹을 계획이라면 냉장 보관을 추천하지만, 그 이상 기간 동안 보관할 계획이라면 애초에 냉동실에 넣는 게 좋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둔 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나가 금방 딱딱해 지거든요.

 

전 역시 한번에 먹을 만큼 나눈 다음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넣어 밀봉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 게 좋습니다. 얼려 놓은 전은 상온에서 해동한 뒤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으로 데우고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가볍게 닦아서 먹으면 텁텁한 맛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냉동실에 열렸을 지라도 가급적 열흘 안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분명 내년 설에 다시 발견하게 될 거예요.)  

 

● 달걀옷은 최대한 얇게!

 

하얀 달걀은 좀 더 쌀 줄 알았는데…. - GIB 제공
하얀 달걀은 좀 더 쌀 줄 알았는데…. - GIB 제공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조류독감 여파로 달걀은 ‘황금알’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달걀 한 판에 8000~9000원 사이니까요. 작년 설 기준으로 2~3배 높은 가격입니다. 새하얀 수입 달걀이 등판했지만, 예전처럼 달걀을 쌓아 놓고 명절을 보내기엔 역부족입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많이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괜히 찝찝한 기분도 들어서겠지요.

 

그래도 명절 음식에서 전이 빠질 수 없으니 어머니들은 달걀에 물을 섞어 달걀옷 농도를 묽게 하거나 평소보다 가짓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달걀을 아끼는 것은 물론 남은 음식 활용을 위해서도 달걀옷은 최대한 얇게 입히는 게 좋습니다.

 

김치찌개에 전을 넣어도 맛있대요! - GIB 제공
김치찌개에 전을 넣어도 맛있대요! - GIB 제공

매년 ‘명절 남은 음식 활용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전 찌개’입니다. 김치찌개나 각종 전골을 끓이는 방식으로 재료를 준비하고, 거기에 남은 전을 둘러 올려 같이 끓이면 이 또한 훌륭한 별미입니다. 

 

이 레시피가 백종원레시피라고 하지만 혹여 ‘기름 둥둥’ 찌개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섭니다. 이럴 땐 달걀옷을 벗겨 넣거나, 아니면 전을 부칠 때 전 찌개까지 염두해 달걀옷을 최대한 얇게 입혀 부쳐 보세요. 기름 둥둥 찌개를 방지할 수 있을 겁니다. 

 

● 천덕꾸러기 남은 음식, ‘당면’ 넣어 일품요리로 변신!

 

우리가 초록색 검색창에서 ‘명절 남은 음식 활용법’을 검색하는 이유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섭니다. 몇 날 며칠 동안 비슷한 메뉴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은 음식을 주 재료(①)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요리(②)를 알아보려는 것이지요. 

 

이럴 때 쫄깃한 ‘당면’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떡국이나 만둣국에 당면을 삶아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쉽게 달라붙는 떡이나 만두와 달리 당면은 국물 속에서도 쫄깃함이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또 멸치국물이나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에 명절에 먹고 남은 고기 완자나 동그랑땡, 당면을 함께 넣고 끓이면 맛있는 완자탕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당면으로 잡채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면, 시중에서 파는 호떡 믹스를 구입해 호떡 소 대신 잡채를 넣으면 훌륭한 간식 거리인 잡채 호떡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면은 1인분에 열량이 90kcal 정도여서, 당면과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고 남은 버섯이나 고기류, 냉장고에 있던 갖가지 야채를 넣고 함께 볶아 먹어도 열량이 낮은 일품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요리하고 남은 익은 당면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2~3일 동안은 쫄깃함이 유지됩니다. 마른 당면은 굳이 밀봉하지 않아도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으며, 유통기한은 2년 정도로 넉넉하니 싱크대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당면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설마 2년 지나 발견하는 당면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결혼 6년차, 이젠 할머니 섭섭하시지 않게 적당히 둘러대며 거절하는 노하우가 생겨 다행히 아까운 음식을 6개월 마다 버리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연휴가 길어 연휴 동안에도 종종 외식도 많이 하기에, 끼니마다 남은 전을 데워먹거나 3색 나물을 넣은 비빔밥을 먹는 일은 드물지요.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부모님 마음,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이젠 가족구성원이 한두 끼에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는 연습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 준비하고 정리하시는 어머니가 덜 힘드시니까요. 설 연휴가 끝나면 진짜 새해입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맞이해야 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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