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일거리, 부부끼리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은?

2017.01.29 09:00

명절엔 항상 ‘불공평한 일 분배’가 부부싸움의 씨앗이 되곤 합니다. 저 역시 ‘TV는 나도 볼줄 안다!’며 소리없는 아우성(장소가 시댁인지라 음성없이 입모양만으로 도끼눈을 뜨고 뜻을 전달)을 지르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래도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 가족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안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문화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 시기에 다 함께 ‘가족 여행’을 계획해 가족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명절 문화가 단촐해졌다고 해도, 대부분의 각 가정에서는 1년에 두 번뿐인 명절엔 평소보다 많은 수의 가족이 한 공간에 모이며, 시시때때로 예고 없는 ‘따뜻한 밥 한 끼’ 미션이 주어집니다.

 

명절, 주요 미션!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 GIB 제공
명절, 주요 미션!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 GIB 제공

며느리의 할 일, 아들의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으레 지금껏 그래왔다는 뿌리 깊은 한 가족의 전통과 문화를 손바닥 뒤집듯 하루 아침에 뒤집긴 어려운 일이지요. 이럴 때 일수록 남편이든 아내든 어느 한쪽이 ‘독박’쓰지 않으려면 치밀하면서도 과학적이고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번 명절엔 수학으로 ‘공평한 일 분배’를 계획해 보면 어떨까요? 

 

● 공평한 일 분배, ‘수학으로 생각하기!’

 

쌩뚱맞지만 자장면과 수학이 추구하는 공통 목표는 ‘신속, 정확’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자장면 배달의 목표와 (입시용) 수학 문제 풀이의 목표를 말하는 거지요. 물론 수학 문제는 유형에 따라 ‘신속’은 전혀 중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다량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입시용 수학은 때때로 신속성을 요구합니다. 고득점도 중요하니 정확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명절 일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량의 미션을 해결해야 하므로 신속해야 효율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정확도를 높여 실패 확률을 최소로 줄여야, 저녁에 가족 모두가 함께 둘러앉아 TV 보는 시간, 꿀같은 자유 시간이 길어집니다. 

저녁 든든히 먹고, 자기 직전 잠시 갖는 각자의 자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 GIB 제공
저녁 든든히 먹고, 자기 직전 잠시 갖는 각자의 자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 GIB 제공

복잡한 작업이나 미션이 여러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투입 인력’과 각 인력의 처리 능력, 각 미션의 ‘처리 시간 요소’를 기준으로 가장 효율적인 스케쥴을 짜는 알고리듬을 ‘퍼트법(PERT, Performance(or 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이라고 부릅니다. 퍼트법은 1958년에 등장한 수학적 사고 방법으로, 주로 어떤 일의 순서를 그래프로 나타내 작업 시간을 예상하고, 이를 이용해 일의 효율을 높입니다.

 

이때 작성하는 그래프는 ‘퍼트도’라고 부르고, 각각의 작업은 점으로, 점과 점은 화살표로 이어 완성합니다. 퍼트도를 그릴 때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 하면서 수정을 거듭하고, 그중에서 최소 시간을 투자해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계획을 고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이는 일종의 ‘잡 스케줄링(Job Scheduling)’ 문제로 수학자들은 이를 레크레이션 수학(우리말로 유희 수학)에서 다룹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기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때 메모리 사용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듬을 설계할 때, 잡 스케줄링 문제가 쓰입니다. 

 

레크레이션 수학 분야는 우리나라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우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문제 해결 과정에서 훈련을 하게 되며, 다른 나라에서도 강조하는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때 쓰이는 문제들이 이 분야에 많이 속해 있습니다.   

 

● 퍼트법으로 계획을 미리 세워, 중간 중간 남편 찬스!

 

“여보, 수저 좀 놓아 주세요!”

“여보, 이것 좀 상에!”

“여보, 냉장고에서 김치 좀!”

 

명절 연휴에 각 집안 메인 셰프는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아무리 멀티태스킹으로 빈틈없이 일정을 짜 보지만, ‘아, 맞다!’를 외치기 일쑤죠. 물론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고, 처리 능력도 달라 모든 게 수학 공식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중간에 틈틈이 숨 돌릴 시간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우선 수학으로 큰 틀을 짜 본 다면, 돌발상황이나 손이 부족한 상황에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뭘 먼저 해야 좋을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뭘 먼저 해야 좋을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물론 현실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의 능력치를 기준이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서 사람의 능력은 보통 값(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을 갖는다고 가정하고, 설날 아침 가족들이 둘러 앉아 먹을 ‘아침상’ 미션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퍼트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미션을 대입할 수 있습니다.

 

퍼트법으로 생각하기!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퍼트법으로 생각하기!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메뉴는 떡국과 미리 준비한 반찬과 밑반찬, 조기 구이입니다. 먼저 요리 순서를 떠올렸습니다. 필요한 작업을 세분화해서 순서대로 나열하고, 각 작업 시 필요한 시간(분 단위)을 적었습니다. 메인 요리인 떡국을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메인 셰프 1명, 보조 1명 정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에 퍼트법을 적용했습니다.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육수를 준비하기 전에 떡국을 끓일 수 없고, 식으면 비린내가 날 수 있는 조기도 먼저 굽긴 어렵다 - 염지현 제공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육수를 준비하기 전에 떡국을 끓일 수 없고, 식으면 비린내가 날 수 있는 조기도 먼저 굽긴 어렵다 - 염지현 제공

나열한 작업은 모두 10가지로, 시간을 계산해 보니 둘이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혼자라면 더 힘들겠지요. 게다가 요리와 식사 준비에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시간만 고려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밑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지 않았다면 반찬을 상으로 옮길 수 없고, 육수 준비를 못하면 떡꾹을 끓일 수 없습니다. 

떡국 한 그릇을 끓일 때도 작전이 필요하다. - GIB 제공
떡국 한 그릇을 끓일 때도 작전이 필요하다. - GIB 제공

퍼트도로 나타낸 이 계획은 과연 효율적인 걸까요? 전과 잡채 데우기를 조기 굽기보다 먼저 계획한 이유는, 전이나 잡채는 어느 정도 식어도 먹을 수 있지만 조기는 많이 식으면 비린 맛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또 밑반찬을 옮길 때, 데운 음식과 조기 구이도 완성이 돼야 한꺼번에 그릇에 옮겨 담을 수 있으니 순서를 뒤로 미뤄야 합니다. 

 

같은 시간 내에 동시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일 때는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계획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기를 후라이팬에 올려 놓고 약불로 굽는 동안, 후라이팬을 잘 보면서 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을 수 있으니까요. 또 떡국을 불에 올려놓고 끓이는 동안에도 미리 준비해 놓은 지단을 예쁘게 자르거나, 김가루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때.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을 해야만 할 때! 또 다른 돌발상황이 생기거나 일손이 부족할 때는, 두 가지 작업 중 한 가지를 다른 가족에게 부탁하면 어떨까요? 사실 조기를 굽는 동안 반찬을 담다가 조기를 태울 수도 있고,  떡국을 올려놓고 지단을 자르다가 떡국이 끓어 넘칠 수도 있으니 돕는 손길이 필요하지요. 

 

1분도 쉬지 않고 각각의 작업을 숨가쁘게 이어붙이니, 두 사람이 아침상을 차리는 데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만약 현실에 대입하면 이 계획을 기준으로 오차가 10분 정도 생기리라 예상됩니다. 

 

이렇게 퍼트법으로 식사 준비 계획을 세우면, 각 단계 단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게다가 무턱대고 가스불부터 켜는 것이 아니라 머릿 속에 ‘다음 단계’를 떠올리니 중간에 버리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2017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GIB 제공
2017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GIB 제공

물론 현실은 돌발상황의 연속입니다. 세운 계획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된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겠지요. 부디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셔서, 적절한 때에 ‘찬스’를 외치며 이번 명절엔 어느 누구도 명절증후군이 없길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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