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계획한 것 달성하려면, 이렇게!

2017년 01월 21일 10:3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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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며칠이면 다 할 수 있어? 다시 생각해봐


새해가 시작된지 어느덧 2주가 넘었다. 슬슬 새해 다짐이 무색해지기 시작할 때지만 그런 시점인만큼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보자는 의미에서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새로운 과제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보통 이 일을 얼마 안에 마칠 것인지 계획을 짠다. 이 정도 과제면 한 일주일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넉넉하게 잡아서 2주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왠걸 실제로는 4주가 걸려서 겨우 마치고 마는 일을 종종 겪지 않는가?


실제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완수하는 데 걸릴 시간을 상당히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계획오류(Planning fallacy)라고 불린다.

 
긍정적인 예측의 오류


관련해서 심리학자 카네만은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 적이 있다. 학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각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예상되는 기한을 적어서 제출했고 18개월에서 30개월 사이를 적어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과거에 했던 비슷한 프로젝트는 얼마나 걸렸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의 학자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사실 그동안 자신이 거쳐온 비슷한 프로젝트의 40%는 완성되지 못한채 엎어졌으며 나머지도 7년에서 10년 정도 걸렸다고 답했다.

 

질문했던 사람이 그러면 혹시 이 프로젝트가 이전 프로젝트보다 더 잘 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학자는 리소스가 더 풍부한 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 또한 찾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즉 아무 근거 없이, 새로운 계획의 완성을 7~10년이 아닌 1년 반~2년 반으로 과하게 긍정적인 예측을 한 것이다.


이후 심리학자 뷸러(Buehler) 등의 연구에 의해 이러한 현상은 더 자세히 알려졌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 학생들은 어떤 과제를 데드라인 며칠 전에 마칠 수 있을지 예측했다. 이 과제는 이전에 학생들이 데드라인 약 하루 전에 마치곤 했던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데드라인 6일 전에는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약 30%만 그렇게 했고 역시나 대다수는 데드라인이 거의 다 되어 과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논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우에는 평균 완성일이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얼마나 걸릴 것인지 예상해 보라고 한 것보다도 더 늦었다.


학교 숙제 뿐 아니라 집안일, 회사일, 소득세 신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은 언제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지만 많은 경우 그 예측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경험이 분명히 있고, 긍정적인 예측에 배신당하는 경험도 끝없이 하면서도 이런 과도한 긍정적인 예측을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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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말고 실타래를 보기


우선 한 가지 원인은 어떤 일의 계획을 세울 때 ‘그 일’에만 포커스를 집중하고 외부의 다른 일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주 안으로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해보자. 그 과제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그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a, b, c .. 완성! 이라며 그 과제만 고려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온전히 그 과제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과제 2와 과제3이 있었다. 여기에 주중에 과제 4와 5가 추가되었다. 거기에 친한 친구 생일, 어디 모임, 회식, 중요한 미팅이 두 개.. 도중에 예상치 못하게 팀원과 의견 충돌이 있어서 진도를 내지 못했다. 아이쿠 여기에 중요한 집안일까지 터졌다. 어떡하지?


보통 우리 인생은 여러 실타래들이 얽히섥히 엮여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어떤 한 가지 일을 계획 할 때 우리는 ‘그 일’이라는 한 가닥의 실만 떼내서 바라보곤 한다. 그 한 가닥만 보고 있으면 참 간단해 보이고 이틀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삶은 한 가닥의 실이 아니고 복잡한 실타래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이 되고 만다.


또한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획할 때는 이것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등 동기 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이런 ‘목표’ 초점적인 마음 가짐 상태에서 우리는 현실과 근거에 기반한 신중한 의사결정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기 쉽다.

 

그 결과 나의 앞길과 계획이 내내 평탄하길 바라는 마음이 예측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한다. 그저 덮어놓고 ‘과거에는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 논리적인 의사결정이라면 과거의 비슷한 경험과 실패에 기반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겠지만 ‘실패’와 ‘장애물’ 부분을 예측에서 쏙 빼놓고 의사결정을 해버리고 만다.

 

위의 그림처럼 계획한 일이 평탄대로로 풀렸으면 좋겠지만, 그 앞길에 실패와 장애물이 없을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계획 단계에서 실패와 장애물을 함께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예상보다 실제 목적지에 다다르는 데에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곤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어떤 계획을 현실적으로 매니징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계획을 잘 세우는 것 못지 않게 내 삶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다른 일들과의 큰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뷸러 등의 학자들은 냉철함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추천한다.


1. 비슷한 과거 프로젝트 경험에 근거를 두고 판단하기
2. 제 3자의 도움을 받거나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계획이 현실적인지 판단해보기
3. 의식적으로 장애물들을 떠올려 보기
4. 계획을 크게 뭉뚱그리기보다 여러 작은 단계들로 나누고 각각이 얼마나 걸릴지, 각각의 장애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 보기


현실적인 계획, 효과적인 매니지먼트 이번 기회에 한 번 해보도록 하자!

 


※ 참고문헌
Buehler, R., Griffin, D., & Peetz, J. (2010). The planning fallacy: Cognitive, motivational, and social origins.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3, 1– 6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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