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 차량을 타보다

2017.01.14 13:30

 

 

 

CES2017 현장에서 직접 자율주행 차량을 타봤습니다. 운전석이 비어 있는 차량 뒷자리에 앉아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시연이었습니다. 차량은 엔비디아가 준비한 아우디 Q7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키노트를 통해서 실제로 도로를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소개했습니다. 연구용으로 개발되는 차량으로 BB-8이라는 깜찍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차량은 며칠간 도로를 달리면서 길을 학습하면 이를 토대로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형태의 자율 주행 자동차입니다. 기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자율 주행에 이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저를 태운 아우디 Q7입니다. 일반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양산차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더해서 만든 차량이기도 합니다. - 최호섭 제공
저를 태운 아우디 Q7입니다. 일반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양산차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더해서 만든 차량이기도 합니다. - 최호섭 제공

엔비디아는 BB-8을 토대로 CES2017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태우고 달리는 시연도 했습니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데모는 아니었고, CES의 메인 전시홀인 라스 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의 주차장 한 켠에 실제처럼 가상의 도로를 만들고 그 위에서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했습니다.


차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키노트에서 선보였던 BB-8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우디의 SUV인 Q7이었습니다. 두 차량은 크기나 생김새, 성능등이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차량은 아무 무리 없이 정해진 코스를 잘 달렸습니다. 저는 아우디 Q7을 탔습니다.

 

엔비디아의 키노트에서 소개됐던 BB-8입니다. 이 차량을 타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 차는 실제 공공 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엔비디아의 키노트에서 소개됐던 BB-8입니다. 이 차량을 타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 차는 실제 공공 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이 데모는 자동차가 정해진 목적지를 달리는 동안 도로를 벗어나지 않고 제대로 주행하는 것이 기본 목적입니다. 그런데 그냥 잘 닦인 길만 달리는 건 재미가 없죠. 엔비디아는 두 가지 돌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도로 일부를 흙으로 덮는 겁니다. 실제 도로에서도 비가 많이 오고 난 뒤에 도로가 흙으로 더럽혀지기도 하고, 공사 차량이 실수로 흙을 떨어뜨리는 사고가 있습니다. 사람은 어쨌든 이 ‘도로 위 변수’를 잘 알아채고 적절하게 대응을 합니다. 물론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바로 교통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죠.


또 하나의 변수는 공사나 사고 등으로 인해 도로가 차단되는 겁니다. 이럴 때는 우회 도로로 가야 하죠. 물론 졸거나 미처 표지판을 보지 못하면 그대로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차량은 결과적으로 두 가지 상황을 잘 인지했습니다. 도로의 모양을 미리 학습해두었기 때문에 흙이 덮여있어도 주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길을 기억해 내서 그대로 달립니다. 울퉁불퉁한 길이지만 꽤 능숙하게 움직입니다. 차량은 흙길을 벗어나 다시 길을 따라 갑니다. 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공사 표지판을 보고 그 옆 길로 우회합니다. 몇 번을 빙글빙글 돌다가 표지판을 치우니 다시 원래 길을 따라 갑니다.


5분이나 됐을까요. 길지 않은 데모지만 운전은 꽤나 편안했고, 빨리 달리진 않았지만 사람이 꼼꼼하게 길을 살피며 달리는 것처럼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자율 주행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율주행을 위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플랫폼인 PX-2입니다. 두 개의 프로세서로 머신러닝을 통한 도로 학습과 자율 주행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자율주행을 위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플랫폼인 PX-2입니다. 두 개의 프로세서로 머신러닝을 통한 도로 학습과 자율 주행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자, 이제 기술적으로 좀 뜯어볼까요. 이 차량을 움직이는 데 들어간 컴퓨터는 PX-2라는 드라이빙 시스템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했습니다. ARM 기반의 64비트 8코어 프로세서, 그리고 볼타 아키텍처 기반의 512코어 GPU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 시스템 칩입니다. 엔비디아는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센서와 사람의 운전 습관 등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GPU를 이용해 병렬 컴퓨팅 성능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를 만듭니다. 그게 PX-2입니다.

이 메인보드는 프로세서 개수에 따라 1개, 2개짜리가 시연됐습니다. 병렬 컴퓨터의 특성처럼 프로세서 개수를 늘리면 그만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납니다. 데이터의 양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더 많은 센서와 도로 정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설계에 따라 3개, 4개 프로세서를 심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BB-8과 Q7 차량에는 프로세서를 2개 넣은 컴퓨터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쓰는 노트북보다 조금 작은 크기입니다. 연산을 위한 준비는 이게 전부입니다.

 

시연 도로의 첫 번째 장애물은 흙 덮인 길입니다. 길의 형태가 흐릿하지만 차량은 별 무리 없이 이 구간을 통과합니다. - 최호섭 제공
시연 도로의 첫 번째 장애물은 흙 덮인 길입니다. 길의 형태가 흐릿하지만 차량은 별 무리 없이 이 구간을 통과합니다. - 최호섭 제공

이 컴퓨터에는 6개의 카메라를 붙이고 라이다 같은 별도의 다양한 센서들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연했던 BB-8에는 3개의 카메라만 들어갔습니다. 그 중 2개는 도로 학습에 쓰이고, 1개는 도로 주행에 씁니다. 또한 BB-8에는 작은 라이다, 그리고 레이저 센서 등이 더해져서 도로를 인식합니다.


그런데 제가 탔던 아우디 Q7은 아주 깨끗합니다.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차량 어디에서도 자율 주행 차량이라는 흔적이 없습니다. 차량에는 아무런심지어 카메라도 우리가 블랙박스를 두는 자리에 한 개만 심었습니다. 이 아우디는 BB-8과 닮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시연을 하는 차량이었습니다. 대체 이 차는 도로를 어떻게 달리는 걸까요. BB-8으로 학습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 정보를 얻고, 한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도로 상태와 주변 환경을 읽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사, 혹은 위험 안내 표지판입니다. 이 큼직한 물건이 도로를 막으면 자율 주행 차량은 안전한 길로 우회합니다. - 최호섭 제공
우리가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사, 혹은 위험 안내 표지판입니다. 이 큼직한 물건이 도로를 막으면 자율 주행 차량은 안전한 길로 우회합니다. - 최호섭 제공

실제 도로를 달리려면 더 많은 카메라와 부가적인 센서가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이 모델처럼 자동차 회사, 혹은 도시에서 직접 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그 정보를 해당 지역을 지나는 차량에게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자율 주행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ES에서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자율 주행 차량이 시연됐습니다. 저마다 방식도 다르고 이용하는 하드웨어, 서비스도 다릅니다. 여러 기술이 고민되고, 또 공유되고, 협업이 이뤄지는 게 바로 이 자율 주행 기술입니다. 기업들은 대부분 2020년 정도를 기점으로 자율 주행 차량이 대중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봅니다. 실제로 도로에서 이 처럼 스스로 달리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발전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협의, 법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우디 Q7의 운전석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앉아서 운전할 수도 있는 일반 차량입니다. - 최호섭 제공
아우디 Q7의 운전석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앉아서 운전할 수도 있는 일반 차량입니다. - 최호섭 제공

제가 자율 주행 차량을 실제로 보고 잠깐 두려움을 느꼈는데, 그건 차 안에 탔을 때가 아니라 바로 밖에서 지켜 볼 때입니다. 운전식이 빈 채로 굴러가는 차량은 너무나 낯설고, 저 차가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역시 익숙해지면 해결되겠지만 아무도 타지 않은 차량이 승객을 찾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하지만 차량 내부는 평온합니다. 실제 타 본 차량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언제가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자동 변속기나 크루즈 콘트롤 같은 기술처럼 자율 주행도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당연한 기술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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