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면 나도 과학자”…시민 과학의 힘!

2017.01.13 09:04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지진연구소, 미국 유타대 등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지진 관측 스마트폰 앱 ‘마이셰이크(MyShake)’. 연구진은 마이셰이크로 첫 6개월 동안 얻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발표했다.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공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지진연구소, 미국 유타대 등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지진 관측 스마트폰 앱 ‘마이셰이크(MyShake)’. 연구진은 마이셰이크로 첫 6개월 동안 얻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발표했다.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공

 

 
 
최근 스마트폰, 인터넷을 활용해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 연구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집에 앉아 간단한 그림 맞추기를 하면서 중력파, 항성 탐색 같은 천문학 연구를 돕기도 하고, 게임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이나 질병 연구 등에 참여하기도 한다. 최신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니버스(zooniverse.org)’ ‘시민과학센터(citizensciencecenter.com)’ 등 전문 사이트의 활동도 뜨겁다.

 

● 스마트폰 앱으로 지진 관측

 

지난해 6월 10일 오전 8시 4분경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보레고스프링스 인근의 스마트폰 103대가 동시에 울렸다.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에 지진 탐지 애플리케이션(앱) ‘마이셰이크(MyShake)’가 반응한 것. 마이셰이크는 스마트폰의 초소형 가속계를 활용해 반경 200km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한다.

 

출시 후 6개월 만에 미국, 일본, 네팔, 칠레 등에서 20만 회 넘게 내려받았고, 현재까지 규모 2.5 이상의 지진 400여 건이 관측됐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규모 7.8의 에콰도르 강진도 진원에서 각각 170km, 200km 떨어진 지점에 있던 스마트폰 2대를 통해 조기 감지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지진연구소는 마이셰이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하루 평균 30GB(기가바이트)의 새로운 지진 데이터를 얻고 있다. 연구진은 첫 6개월 동안 얻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발표했다.

 

앱 개발에 참여한 한국인 과학자 권영우 미국 유타대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인공신경망(ANN)’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어 진동 패턴으로 지진을 구별해낸다”고 설명했다. 만약 지진 진동일 경우, 이 앱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위치와 지진파의 최대 진도 등의 정보를 UC버클리 지진연구소의 중앙 서버로 보낸다.

 

마이셰이크의 정확도는 전문 장비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촘촘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지진 관측소가 매우 드문 네팔이나 에콰도르, 아이티 같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해서도 조기 예측과 경보가 가능한 셈이다. 리처드 앨런 UC버클리 지진연구소장은 “지질 특성을 파악해 지진이 건물에 미칠 영향이나 단층대의 활동을 밝히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과학 프로젝트 ‘중력 스파이’에서 활용하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의 관측 데이터. - 라이고 국제협력연구단 제공
시민과학 프로젝트 ‘중력 스파이’에서 활용하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의 관측 데이터. - 라이고 국제협력연구단 제공

● 그림 맞추기로 중력파, 힉스 탐색 도와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했던 중력파의 존재를 지난해 2월 최초로 확인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국제협력연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중력 스파이’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연구단이 중력파 신호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관측 데이터에 나타난 잡음 신호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일이다.

 

방법은 그림 맞추기와 비슷하다. 화면에 뜨는 잡음 신호의 모양을 보고 제시된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것과 이미지가 비슷한지 고르는 것이다. 가령 ‘깜빡임(blip)’ ‘휘파람(whistle)’ 등으로 불리는 유형은 연구단이 사전에 원인을 파악한 잡음이다. 만약 비슷한 모양이 두 유형 중에 없다면 ‘둘 다 아님’을 선택하면 된다. 이런 데이터는 연구단이 새로운 잡음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라이고 연구단의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에 학습시킬 초기 데이터를 집단지성을 통해 구축하는 과정이며, AI가 잡음의 원인을 파악하고 잡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리안 맥도널드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연구원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시민과학 프로젝트 ‘힉스 헌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화면에는 거대강입자충돌기(LHC)로 얻은 데이터가 띄워져 있다. -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리안 맥도널드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연구원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시민과학 프로젝트 ‘힉스 헌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화면에는 거대강입자충돌기(LHC)로 얻은 데이터가 띄워져 있다. -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도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얻은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또 다른 힉스를 찾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힉스 헌터’ 프로젝트의 앨런 바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179개국 3만2000여 명이 3만9000개의 이미지 데이터에서 120만 가지 특징을 분류한 덕분에 알고리즘의 오류를 개선하고 입자 분석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시민들이 NASA의 은하 탐사 위성 ‘와이즈(WISE)’의 영상을 분류하는 ‘은하수 프로젝트’를 활용해 차가운 성운의 물리적 특성을 밝혀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니버스에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류해 연구의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많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1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한 사진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뜨거운 O형 항성을 찾는 ‘허블의 뜨거운 별들’, 케냐 북부의 투르카나 유역에서 드론이 촬영한 사진을 보고 화석이 있을 법한 지점을 찾는 ‘화석 파인더’ 등이다.

 

실제 드론(왼쪽)을 화면의 가상 우주공간에서 조종하는 유럽우주국(ESA)의 시민과학 게임 앱 ‘아스트로 드론’(오른쪽)을 시연하는 모습. - 유럽우주국 제공
실제 드론(왼쪽)을 화면의 가상 우주공간에서 조종하는 유럽우주국(ESA)의 시민과학 게임 앱 ‘아스트로 드론’(오른쪽)을 시연하는 모습. - 유럽우주국 제공

● 게임, 폰카로 놀면서 과학 연구 참여

 

게임을 즐기면서 과학 연구를 도울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앱 ‘아스트로 드론(Astro Drone)’이다. 가상의 우주공간에서 무인기(드론)를 조종하는 게임이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우주로봇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트레이닝에 활용한다.

 

제롬 발디스퓔 캐나다 맥길대 교수팀이 만든 온라인 게임 ‘필로(phylo)’는 암, 전염병 등 유전질환 연구를 돕는다. 최대한 빈틈없이 같은 색깔의 블록이 일직선에 오도록 하는 퍼즐로 영어, 한국어 등 11개 언어가 지원된다.

 

컴퓨터공학자인 제임스 우턴 스위스 바젤대 교수팀은 지난해 스도쿠와 유사한 퍼즐 게임 앱 ‘디코도쿠(Decodoku)’를 개발했다. 디코도쿠는 양자컴퓨터의 오류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코드를 퍼즐로 만든 게임이다. 격자에 이웃한 숫자들을 더해서 10이 되는 경우를 찾아 슬라이딩 하면, 이 숫자들이 사라지면서 1점씩 올라간다. 우톤 교수는 “최대한 많은 점수를 올리는 데 필요한 전략을 연구진에게 공유하면 되는 것으로,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논에서 멸종 위기 1급 동물인 수원청개구리를 관찰하고 있는 지구사랑탐사대. -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논에서 멸종 위기 1급 동물인 수원청개구리를 관찰하고 있는 지구사랑탐사대. -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국내에는 어린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지구사랑탐사대’ 프로젝트가 있다. 탐사 대상 생물종에 대해 교육을 받고, 탐사 지역에서 해당 종의 모습과 울음소리 등을 스마트폰으로 저장해 앱에 올리면 된다.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2014년 8월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처와 개체수 등을 밝힌 논문을 ‘생태정보학’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4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올해도 2000명을 모집해 제비, 꿀벌 등 생물 6종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다. 15일부터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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