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졸림증 진단법] 낮에 꾸벅꾸벅 존다? 그렇다면 이렇게!

2017년 01월 14일 10:30

▶ 고민
하루하루가 피로와의 싸움의 연속입니다. 낮에 졸까 싶어 좋아하는 술도 줄이고 커피도 입에 달고 살지만, 어느새 책상 앞에서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잠을 쫓느라 고군분투를 하다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리죠. 이러니 공부나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바쁜 분들을 위한 4줄 요약


1. 적지 않은 현대인은 주간 졸림증에 시달리고 있다.
2. 효율적으로 밤잠을 자야만, 낮에 몰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있다.
3. 몇 가지 수면 위생 지침을 지키면 주간 졸림증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4. 일과 휴식의 균형을 통해, 낮에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밤에는 푹 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답변
나폴레옹은 “병사의 가장 큰 덕목은 피로를 견디는 것이다. 용기는 두번째 덕목이다”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꾸벅꾸벅 졸아서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피로는 학생의 학업 성적을 떨어뜨리고, 직장인의 업무 능력도 깎아 먹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맑은 새해를 위해서 과도한 피로, 특히 주간 졸림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주간 졸림증이란


주간 졸림증은 낮에 졸음이 쏟아져서 견딜 수 없는 현상을 말합니다. 밤을 새워 공부를 한 다음 날 졸음이 몰려오는 것은, 주간 졸림증으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이죠. 물론 잠을 푹 잔 다음 날에도, 점심 식사 직후 혹은 오후 3-4시 경 약간의 졸음이 오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른함은 쉽게 극복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강력한 수면 욕구입니다.

 

실제로 정신과 외래에는 찾아오는 환자들의 고충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중요한 수업, 엄숙한 회의 중에도 연신 꾸벅꾸벅 졸아서 도무지 견딜 수 없다는 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직장 상사의 이목 따위는 개의치 않고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버린다는 분도 있습니다. 평판이 나빠질 뿐 아니라 실제로 학업이나 업무의 성취도도 떨어지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표를 이용해서 주간 졸림증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업월스 졸림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ESS)라는 것인데, 총 8가지의 항목에 대해서 0점부터 3점까지 점수를 매겨서 합계가 10점이 넘어가면 주간 졸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전혀 졸리지 않으면 0점, 가끔 졸리면 1점, 종종 졸리면 2점, 자주 졸리면 3점입니다.)

 

주간 졸림증 자가진단법-업월스 졸림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ESS)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간 졸림증 자가진단법-업월스 졸림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ESS)  

여러분은 몇 점이 나오셨나요? 10점 이하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면 패턴이 바뀌지 않는지 확인만 하는 정도라면 좋습니다. 10~16점은 주간 졸림증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의사를 찾아 상담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16점이 넘는다면, 최대한 빨리 의사를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간 졸림증의 원인


아주 심한 주간 졸림증이라면 기면병 등의 특별한 종류의 중추신경계 이상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주간 졸림증은 주로 야간 수면의 양이나 질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밤의 문제가 낮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물론 낮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졸음으로 상사에게 꾸지람이라도 들었다면- 밤잠을 설치게 됩니다. 악순환입니다). 이러한 주간 졸림증은 다른 말로 불충분한 수면 증후군(insufficient sleep syndrome)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대략 인구의 5%가 이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낮 동안에 과도하게 잠이 쏟아지며 도저히 깨어 있기 어려울 정도로 자고 싶은 마음, 즉 강한 수면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흔히 자신은 매일 아홉 시간이나 자는데 왜 낮에 졸린 지 모르겠다는 분이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경우에는 7~8시간의 수면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적정한 수면 시간은 사람에 따라서 아주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5~6시간만 자도 괜찮지만, 어떤 사람은 훨씬 길게 자야 하는 경우도 있죠.

 

무리하게 수면 시간을 줄이지 말고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자신이 오래 자야 하는 사람, 즉 롱 슬리퍼(long sleeper)라면 도리가 없습니다. 긴 수면 시간에 다른 삶의 패턴을 맞추어야 합니다. 대개의 롱 슬리퍼는 공부나 일 등으로 인해 주중에는 충분히 잘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12~15시간 정도 푹 자면서 부족한 수면 시간을 벌충하기도 합니다.


수면의 양은 충분하지만, 질이 너무 나쁜 경우도 있죠. 이런 경우라면 수면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 분들은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소파에 누워 대충 잠을 자곤 합니다. 이런 불량한 수면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원룸과 같이 좁은 곳에서는 수면 공간이 따로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대를 쓰는 분이라면 커튼 등으로 최대한 다른 공간과 분리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침실을 따로 두는 것이 좋죠. 바닥에서 주무시는 경우라면, 따로 수면 전용의 이불과 요를 펴고 편안한 상태에서 잠에 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 - Shanghai killer whale 제공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 - Shanghai killer whale 제공

편안한 수면을 위한 습관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가 잠 효율입니다. 수면 시간을 누워있는 총 시간으로 나눈 값이죠. 만약 잠효율이 0.85이상이라면 좀더 누워있는 시간을 늘리고, 0.8이하라면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복잡한 수면 척도가 있지만 혼자서 평가할 수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음의 몇 가지 지침은 수면 장애 환자를 위한 인지 행동 치료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일반인, 특히 주간 졸림이 있는 경우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수면 시간과 무관하게,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합니다.
2. 침대에서는 다른 일(독서, 텔레비전, 식사, 공부, 전화, 인터넷 검색,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단 부부 간의 성관계는 예외입니다.
3. 침대에서 너무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습니다.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방에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잠을 청합니다. 이를 탈조건화라고 합니다.
4. 잠자리에서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이러한 고민을 할 별도의 시간을 낮에 만들어 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5. 낮잠을 피합니다. 물론 주간 졸림이 심한 경우, 예외적으로 짧은 낮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특별한 조언이 없다면 가능한 낮에 잠을 자지 않습니다.
6. 졸릴 때만 잠을 자러 갑니다.
7. 커피와 술을 피합니다.
8. 의사의 처방 없는 수면제의 복용을 최대한 줄입니다.
9.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수면 직전 몇 시간 내에는 피합니다.
10. 조용하고 시원한 별도의 침실을 만듭니다.
11. 필요하면 우유, 치즈 혹은 땅콩 버터와 같은 가벼운 간식을 조금 먹습니다.

 

주간 졸림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종종 야간에는 불면증을 앓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불면증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불량한 수면의 질, 부족한 수면의 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낮에는 졸고, 밤에는 푹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kroszk 제공
주간 졸림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종종 야간에는 불면증을 앓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불면증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불량한 수면의 질, 부족한 수면의 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낮에는 졸고, 밤에는 푹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kroszk 제공

잠을 위해 일을 하는가?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자는가?


특히 각성제는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공부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나 바쁜 직장인은 각성제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각성제는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인데, 향정신성 의약품 중에 하나인 필로폰도 이에 속하는 약물입니다. 따라서 대개는 엄격하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부 기면증이나 심각한 주간 졸음 등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의료용 각성제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이며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만 합니다.


커피나 차, 초컬릿 등에 포함된 카페인은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과 달리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그러나 카페인을 따로 모아 알약으로 만든 형태의 각성제나 고카페인을 포함한 에너지 드링크 류는 과다한 카페인 함량으로 인해서, 어지러움, 두통, 구역감,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면병과 같은 심각한 수준의 주간 졸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주간 피로는 질 좋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필요한 수면의 양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잦은 회식으로 인한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코골이, 각종 업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을 상당히 떨어뜨립니다. 일과 공부에 대한 집착으로 밤잠을 줄이거나 혹은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으로 잠을 설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일과 공부 때문에 바쁘고 힘들어서 밤잠 마저도 마음 편히 잘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의 수고는 그 날로 족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내일 다시 열심히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수고한 당신, 오늘 밤은 편안히 주무십시오.

 

구석기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미국에서는, 구석기 인처럼 잠을 자야 한다는 책도 있다. 물론 상당히 미심쩍은 개인적 의견이 많지만,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야간 불면과 주간 졸림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Eric Stein  제공
구석기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미국에서는, 구석기 인처럼 잠을 자야 한다는 책도 있다. 물론 상당히 미심쩍은 개인적 의견이 많지만,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야간 불면과 주간 졸림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Eric Stein  제공

에필로그


진화적인 면에서 볼 때 완벽한 수면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진화인류학자 웬다 트레바탄(Wenda Trevathan)에 의하면, 인류의 선조는 늘 타닥거리는 모닥불 소리, 주변 사람의 두런거리는 말소리, 그리고 멀리 들리는 야생 짐승의 소리를 들으면 잠을 잤다고 합니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의 숙면은 진화적인 면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수면 습관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수면에 대한 지나친 강박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너무 신경 안 쓰는 분도 많습니다만). 물론 어느 정도의 편안하고 쾌적한 수면 환경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수면을 위해서 고가의 침구류를 구입하고 완벽한 정적, 최고의 습도와 온도 등에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 참고문헌
송화선 (2016), 수면지옥, 잠을 허하라. 주간 동아 1036호 (2016.5.4)
Eric Stein (2015), Sleep Like A Caveman: Paleo Tips For Perfect Sleep, Disruptive Publishing
http://www.sleepservices.com.au
http://www.sleepeducation.org/sleep-disorders-by-category/hypersomnias/insufficient-sleep-syndrome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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