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영화]‘새해’를 맞는 자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7년 01월 08일 12:00

※필자 주

강남역, 구의역 사고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쳐 AI 확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를 보내고 드디어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정유년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새해를 맞이해 새롭게 탈바꿈한 [영.혼.남의 3분 영화]의 컨셉은 ‘테마가 있는 리뷰’다. 각 주의 테마를 정하고, 필자가 그 주제에 맞는 좋은 영화 한 편을 엄선해 소개할 예정이다. 새해 첫 주부터 ‘너의 이름은.’, ‘패신저스’, ‘사랑하기 때문에’, ‘여교사’ 등 소개해야 할 신작 영화가 많아서 다른 컨셉으로 급하게 바꾼 것 아니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수 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일 뿐이니 신작 소개를 기다렸던 독자 분들께서는 모쪼록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새해’라는 테마에 걸맞은 영화는 무엇일까 싶어 필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거나 시간을 더 빨리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한 타임슬립 영화들(‘빽 투 더 퓨쳐’ 시리즈,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어바웃 타임’ 등)이 떠오르기도 하고, 언제나 그렇듯 새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려는 분들에게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소개하거나, 작심삼일을 방지하기 위한 ‘쓰리데이즈’ 등 다양한 영화들이 생각났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 가운데 필자가 선택한 영화는 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영화를 ‘테마가 있는 리뷰’의 새해 첫 영화로 고른 이유는 정말로 단순하다. 2013년 12월 31일에 개봉했던 이 영화를 필자가 2014년 새해 첫 날에 관람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 (…죄송합니다).

 

이 영화가 왜 새해에 어울리는 영화인지는 기사 말미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하고, 앞으로 로맨스, 드라마부터 공포와 액션까지 매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필자의 취향과 사심이 들어가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

 


# 영화 정보 & 줄거리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장르: 드라마, 어드벤처
상영시간: 1시간 54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가본 곳 없고, 해본 것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는 한 남자가 사라진 표지 사진을 찾아 처음으로 수많은 모험을 경험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흥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 등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발군의 재능을 선보인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겸했다. 그의 연출작을 살펴보면 ‘청춘 스케치’, ‘쥬랜더’ 등 드라마와 코미디를 오가며 재기 넘치는 행보를 걸어왔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드라마와 코미디 중간쯤 속한 작품이다. 작년에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판의 멤버로 등장했던 크리스틴 위그,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명배우 숀 펜이 함께 출연한다.


알고 보면 이 영화는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1939)로 번역 출간된 제임스 서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 이름 ‘월터 미티(Walter Mitty)’는 ‘터무니없는 공상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영어 사전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남다른 반향을 이끌었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월터는 SNS 프로필에 적을 만한 내용이 없을 정도로 가본 곳도, 해본 것도 없고, 영화의 제목처럼 멍 때리면서 자신의 상상에 잠기는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인물이다. 덕분에 차를 놓쳐 지각하거나 상사 앞에서 상사를 골탕 먹이는 공상에 빠졌다가 도리어 본인이 핀잔을 듣기 일쑤.

 

온라인 회사로 전환을 앞둔 잡지사 ‘라이프(LIFE)’에서 구식(Old school)이라 놀림 당하는 필름 사진 담당 부서에 근무하는 월터는, 역시나 필름만을 고집하는 전설적인 사진 작가 숀 오코넬에게 마지막 선물과 부탁을 받게 된다. 16년 동안 함께해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삶의 정수’가 담긴 자신의 25번 사진을 현상해 폐간호 표지로 써달라는 것. 하지만 숀이 말한 25번 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월터는 25번 사진을 찾기 위해 난생 처음 모험을 결심한다.

 


#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1. 100% 현실 공감 캐릭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인공 월터는 소위 별 볼 일 없고, 볼품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던 월터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그녀의 이상형으로 변신하고, 때로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활약한다.

 

월터의 주변인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매번 떨어지는 오디션에 인생을 걸고 오빠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월터의 동생, 자신의 화분에 집착하면서 뭔가 2%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부하 직원, 월터가 호감을 느끼는 그녀 셰릴은 얼마 전 남편과 이혼한 ‘돌싱’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진 정감 있는 캐릭터로 느껴지고, 묘하게도 주변인들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월터에게 깊이 의지한다. 언제나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월터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는 평범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뚝심 있게 살아온 우리 주변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2.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월터가 잃어버린 숀의 사진을 폐간호 표지에 싣기 위해 과감히 해외로 떠나면서 영화는 상상 속에만 머물던 월터의 생각을 현실로 옮긴다. 숀을 찾기 위해 무려 그린란드로 떠난 월터.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숀의 행적을 따라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한다.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모험담을 그리는 이 과정에서 월터는 잊고 살던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고, 영화는 배경이 되는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멋지게 펼쳐 보인다. (극중 그린란드로 등장하는 배경도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었다고) 한 때 스케이트 보드 유망주였던 월터가 아이슬란드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압권이다.

 


#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3. 깨알 같은 패러디와 환상적인 OST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월터의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영화가 패러디 하는 영화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터의 상상 속에서 월터와 셰릴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두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인적 드문 휑한 그린란드에 떨어진 월터에게는 ‘매트릭스’ 속 빨간약, 파란약 대신 빨간 마티즈와 파란 마티즈 중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영화 속의 마티즈는 우리가 아는 그 국산 마티즈다!)

 

또 상어와 만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외에도 월터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로맨스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등 공을 들였는데, 이 영화의 제작비가 9000만 달러를 상회하게 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OST도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월터가 그린란드로 떠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경쾌한 곡 ‘Wake Up’이 흘러나오고, 얼마 전 세상을 뜬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명곡 ‘Space Oddity’는 월터가 헬기로 뛰어올라가는 장면에서 월터를 응원하는 곡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귀를 호강시킨다.

 


# 당신의 상상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그래서 이 영화가 이번 주 테마인 새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짤막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 사실, 이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검증된 뛰어난 작품성을 가졌다거나 (영화의 작품성을 언급할 때 흔히 인용되는 로튼토마토 지수는 51%, 메타 크리틱 지수는 54점이다) 압도적으로 흥행한 영화는 아니다. (국내 관객 수 94만 명).

 

하지만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이 영화를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로 ‘인생영화 추천’으로 뜨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로 꼽히고, 필자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제자리를 열심히 지키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보내고, 더불어 꿈꿀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이은선 기자의 평처럼 과연 ‘삶의 정수’란 무엇인지 뭉클하게 느낄 수 있는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언제나 각자의 자리에서 정직하게 살아왔던 평범한 우리들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겼던 2016년은 어이가 없는 일이 참 많았던 한 해였다. 국민이 아닌 권력을 가진 누군가의 욕망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침통함과 분함을 느꼈던 우리들에게 2017년 새해는, 영화 속 월터의 인생처럼 부디 우리들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LIFE)의 목적이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ㅡ’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라이프(LIFE) 잡지사의 사훈


※ 편집자주

대체 ‘3분 카레’도 아니고 ‘3분 영화’가 무슨 말이냐고? 이 칼럼은 ‘영화 혼자 보는 남자’(영.혼.남)가 3분 만에 추천하는 테마가 있는 영화 리뷰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매주 목요일, 손이 심심한 오전에 딱 3분만 투자하시라!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3분 안에 볼 수 있는 영화 소개 코너를 준비했다. 한정된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