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0) 남극 오존층을 구하는데 일조한 랄프 시세론

2017년 01월 04일 14:00

지난 몇해 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지나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해 ‘네이처’에는 20건, ‘사이언스’에는 8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7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1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작년 1월 24일 작고한 마빈 민스키의 경우는 1월 27일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로 대신한다.

 

 

★ 랄프 시세론 (1943. 5. 2 ~ 2016.11. 5) 남극 오존층을 구하는데 일조한 대기과학자

 

랄프 시세론. - NAS 제공
랄프 시세론. - NAS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7월 15일자에는 남극의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인류가 만든 환경 문제가 인류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음을 보인 뜻 깊은 일이다.

 

미국 MIT 지구대기행성과학과 수전 솔로몬 교수팀은 여러 관측 장비와 다양한 조건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분석, 2000년 이후 9월의 남극 오존층 구멍의 넓이가 인도 아대륙보다 넓은 400만㎢나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이런 현상의 주요인은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라고 해석했다. 즉 CFC 농도가 줄어들면서 성층권에서 오존을 분해하는 반응이 덜 일어난 결과라는 말이다.

 

1971년 이런 관계를 처음으로 파악한 대기과학자 랄프 시세론(Ralph Cicerone)이 11월 5일 73세로 작고했다.


1943년 펜실베이니아주 뉴캐슬에서 태어난 시세론은 이탈리아 이민 3세로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다녔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자극을 받은 시세론은 전기공학을 선택했고 1970년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그는 동료 리처드 스톨라르스키와 전파의 진행에 중요한 대기 전리층의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염소가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음을 알았다. 즉 염소이온이 불안정한 오존 결합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대기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세계 곳곳의 대기를 분석한 결과 냉장고 냉매인 염화불화탄소(CFC)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1971년 ‘네이처’에 보고했다. 이듬해 그는 한 학회에서 행한 강연에서 성층권에서도 CFC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셔우드 롤런드 박사는 러브록의 강연에 흥미를 느꼈고 성층권에서 CFC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규명해보기로 했다. 박사후연구원 마리오 몰리나와 연구를 시작한 롤런드는 성층권에 도달한 CFC가 자외선으로 쪼개져 염소가 생기고 시세론과 스톨라르스키가 제안한 것처럼 오존층을 파괴함을 입증했다.


이들은 이 결과를 1974년 ‘네이처’에 발표했고 언론에도 알려 위험성을 경고했다. 관련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1985년 남극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관측이 발표되자 1987년 CFC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마련되어 1989년 1월 발효됐다. 이 업적으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을 때 롤런드와 몰리나는 시세론과 스톨라르스키를 언급했다.


시세론은 미시건대와 스크립스연구소를 거쳐 1980년 미 국립대기연구소 대기화학부문장을 맡았고, 1989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지구 기후 변화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이 드러났고 1998년 대학 총장으로 선출됐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젊음을 바친 사람답게 시세론은 재임 7년 동안 어바인을 미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캠퍼스로 바꿨다. 2005년에는 미 국립과학원(NAS) 원장으로 취임해 올해 6월까지 11년 동안 봉직했다. 역시 이곳에서도 건물 곳곳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썼다. 2011년 NAS는 ‘미국의 기후 선택(America's Climate Choice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한편 시세론은 여성과학자 육성에도 큰 관심을 쏟았다. 그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는 여성 과학도의 비율이 미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 국립과학원 역시 그가 원장으로 있던 11년 사이 여성 회원수가 10% 미만에서 15%를 넘어섰다. 신규회원에서 여성의 비율은 26%를 넘게 치솟았다.


‘사이언스’ 12월 2일자에 부고를 쓴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인 마르시아 맥너트는 2013년부터 ‘사이언스’ 편집장을 지내다 시세론의 뒤를 이어 7월부터 미 국립과학원 원장이 된 여성과학자(지구물리학)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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