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9) 화학의 두 문화를 통합한 존 로버츠

2017년 01월 03일 14:00

지난 몇해 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달력도 지나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2016년 ‘네이처’에는 20건, ‘사이언스’에는 8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7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1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작년 1월 24일 작고한 마빈 민스키의 경우는 1월 27일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로 대신한다.

 

 

★ 존 로버츠 (1918. 6. 8 ~ 2016.10.29) 화학의 두 문화를 통합한 화학자

 

존 로버츠. - NSF collection 제공
존 로버츠. - NSF collection 제공

화학자는 합성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일반인이 화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물론 합성을 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자임에도 여전히 연금술사 같은 인상을 풍긴다. 실제 일부 합성화학자는 스스로를 과학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화학을 전공했지만 비합성으로 빠진 필자 역시 복잡한 분자를 수십 단계에 거쳐 합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합성화학자(발명자)와 기타화학자(발견자)의 괴리는 구태라며 화학의 통합을 강조해온 존 로버츠(John Roberts) 칼텍 화학과 명예교수가 100년에 가까운 삶을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


1918년 미국 LA에서 태어난 로버츠는 LA 캘리포니아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몇몇 대학을 거쳐 1952년 칼텍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칼텍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학자로 여겨지는 라이너스 폴링이 있는 화학 연구의 중심지였다. 1920년대 양자역학이 확립되면서 폴링은 이를 응용한 양자화학분야를 개척했다. 로버츠 역시 같은 노력을 했는데, 폴링이 단백질 같은 생체고분자의 구조해석에 중점을 뒀다면 로버츠는 유기합성 과정을 이해하는데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로버츠는 핵자기공명(NMR) 같은 새로운 분광학 기법도 적극 도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유기화학의 중심이 분자들을 이리저리 꿰어 새로운 분자를 만드는 일에서 반응 메커니즘과 그 과정에 생기는 중간산물까지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로버츠가 물리유기화학이라는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유다. 로버츠는 학부생을 위한 유기화학 교재를 비롯해 NMR 분광학, 분자궤도이론 등 다양한 분야와 수준의 교재를 집필했다.


로버츠 역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이언스’에 부고를 쓴 하버드대 조지 화이트사이즈 교수는 1960년대 로버츠의 실험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는데 실험은 자유방임형이었지만 논문에는 까다로워 논문을 써 가져가면 빨간 펜으로 도배를 해 돌려주고 이런 과정이 반복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훗날 그는 로버츠에게는 오로지 ‘질(quality)’이 중요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버츠는 여성 과학자 육성에도 앞장섰다. 1952년 MIT에서 칼텍으로 자리를 옮길 때 데려간 여학생은 칼텍 최초의 여자 대학원생이라고 한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