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매몰'에 멍드는 금수강산…호기·호열 매몰 방식 안전한가

2016.12.30 15:00

AI 의심농가 매몰 처리하는 방역관계자 

(서울=포커스뉴스) 전국이 땅에 묻힌 가축들의 시체로 뒤덮이고 있다.

지난 11월16일 전남 해안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함으로써, 29일 현재까지 전국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창궐하는 AI에 수많은 가금류 사체가 땅에 묻히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살처분 된 동물 사체를 매몰하는 방식 중 하나인 '호기·호열식' 매몰법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해당 방식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 전국에서 '살처분 매몰지'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AI 비상
AI는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3년 주기로 반복해 발생하고 있으며 2014년 이후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러스 발생 원인규명'과 '바이러스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방역대책을 세웠지만, 통제되지 않는 철새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염됐다는 핑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속절없이 살처분을 당하고 매몰된 가금류의 사체가 전국을 뒤덮었다.

구제역으로 인한 소·돼지의 매몰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 돼지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마리가 살처분 돼 땅 속에 매몰됐으며, 이후 2014년부터 다시 발생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매몰지가 조성됐다.

지난 2010년 이후부터 지난 24일까지 구제역과 AI로 매몰지가 조성된 곳은 전국에 791곳에 이른다. 2010~2011년에 22곳, 2014년에 436곳, 2015년에 311곳이 조성됐으며 올해 조성된 곳은 지난 24일 기준 22곳이다.

2014년에 조성된 매몰지가 436곳으로 특히 많았던 이유는 당해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닭·오리류의 가금류 1591만여마리가 매몰 됐기 때문이다. 같은 해 구제역으로 매몰된 소·돼지도 3만1500여마리에 달한다. 2015년에는 AI로 조성된 매몰지가 155곳, 구제역으로 조성된 곳은 156곳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매몰지가 조성된 광역시·도 단위 지자체는 전라북도로 총 169곳을 기록했다. 그 다음은 전라남도 157곳, 경기도 146곳, 충청남도 142곳, 충청북도 95곳으로 이어진다.

매몰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에 구성될까. 28일 농림축산부 관계자는 "AI든 구제역이든, 기본적으로 발생한 농장에 매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리(里) 단위까지 공개되는 발생지의 주소가 곧 매몰지의 위치정보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AI·구제역이 발생한 장소를 곧 매몰지가 존재하는 곳으로 가정하고 자치단체의 단위를 시·군 단위까지 축소시키면, 지난 2011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매몰지가 조성된 곳은 충북 음성군이다. 총 121곳에 달하며 두번째로 많은 경기도 안성시(57곳)의 두배를 넘는 숫자다.

음성군에는 총 9개의 면이 존재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면 1곳당 13곳 이상의 매몰지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으며, 가로·세로 2㎞의 정사각형 모양의 땅마다 1곳의 매몰지가 있는 셈이다.

◆ FRP 저장조·액비저장조 방식은 그나마 '안심'…'호기·호열 미생물 방식' 신뢰할 수 있나

출입통제
살처분된 가축을 매몰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FRP(Fiber-Reinforced Plastic·섬유강화플라스틱)저장조 방식과 액비저장조 방식처럼 밀폐형 용기에 사체를 넣어 매몰하는 방식이다. 매몰 후 지자체가 3년 동안 관리를 하게 되며, 3년이 지난 후에는 사체를 용기에서 꺼내 잔존물 등을 소각 처리하게 된다.

두 번째는 친환경적이라 평가받는 호기·호열성 미생물 이용 방식이다. 땅을 파고 방수 비닐을 깐 뒤 동물사체와 함께 미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왕겨·볏짚을 넣고 매몰하는 것을 말한다.

충북 음성군 축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음성군에서 AI로 인해 살처분 된 전체 가금류의 80% 정도가 호기·호열식 방식으로 매몰되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 기간 3년 내의 전국 매몰지 전체를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매몰지 조성방식별 현황에 따르면, AI로 인해 조성된 매몰지 567곳 중 약 35%에 달하는 201곳이 호기·호열식 방식으로 조성됐다.

FRP저장조·액비저장조 방식 매몰지의 관리기관이 3년인 것에 비해, 호기·호열식 방식의 실질적인 관리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9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해 매몰지는 3년 동안 발굴하지 못하게 돼있으며, 매몰방식에 따른 차이를 두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충북 음성군 축산과 관계자는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는 6개월의 관리 후에 매몰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6개월이면 사체의 분해가 모두 완료됐다고 보고 다시 꺼내 바이러스 검사를 거친다. 그 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이를 농가에서 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가축의 사체 또는 물건을 매몰한 토지는 3년 이내에는 발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및 환경부장관과 미리 협의하여 허가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 조항을 달아뒀다.

땅 속에서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매몰방식이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을까.

29일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의 신재호 교수는 "정부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는데, 그에 대한 검증은 이뤄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호기·호열성 미생물을 이용하고 적당히 바람을 넣어주고 수분을 공급하고, 이런 이론적인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하게 연구와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는 논문도 하나 없고 실질적인 데이터도 하나 없는 이 방식을 자신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자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표적으로 닭의 깃털이나 짐승의 털을 이루는 케라틴 성분은 호기성 미생물로는 전혀 분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혐기성 미생물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동물 사체를 분해하는 일은 정확한 측정과 실험을 통해 어떤 미생물을 쓸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수분과 온도를 콘트롤하는 방법과 영양 균형은 어떤 식으로 조절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정부 주장처럼 그렇게 빨리 분해가 이뤄져도 문제다. 그 많은 유기물들이 다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 땅 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이나 지하수의 오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땅을 파고 비닐을 깐 다음 사체를 집어넣는 매몰방식인 호기·호열식 방식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패가 이뤄지는 동물의 사체와 토양 사이에는 얇은 비닐이 깔릴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AI로 인한 가금류 사체를 호기·호열 방식으로 매몰할 시 바닥에 까는 비닐은 0.2㎜ 두께로 두 겹을 깔도록 돼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의 고강도 방수재질의 비닐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행동지침은 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지자체와 계약해 동물 사체 매몰 작업을 맡아 하는 업체들 중 하나인 M사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살아있는 동물을 던져버리는 식으로 매몰을 했지만, 지금은 동물을 미리 안락사를 시키고 포크레인으로 사체를 내려놓고 있다"며 "예전처럼 매몰 과정에서 비닐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0.2㎜라고 하면 얇다고 생각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장에서 매몰지의 규격에 맞춰 통짜로 생산되는 특수비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찢어지는 것을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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