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익숙한 OS의 가장 파격적 변신...올해 윈도우10 어땠나요?

2016.12.31 07:30

저는 올해 가장 재미있었던 소프트웨어로 윈도우10을 꼽아 봅니다. 베네수엘라판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PC라는 거대한 시장을 책임지는 운영체제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매일 쓰는 운영체제인 데다가, 운영체제의 역할 자체가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돌리는 데에 있기 때문에 뭐가 달라졌는지 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 존재 자체를 잊어야 좋은 운영체제일 겁니다.

윈도우10은 2015년에 출시됐습니다. 1년이나 지난 운영체제가 뭐 새로울 게 있냐고요? 윈도우10에 기대했던 진짜 변화는 올해 맛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윈도우10은 출시된 지 1년 반이 됐지만 그 사이에 계속해서 변해왔습니다. - 최호섭 제공
윈도우10은 출시된 지 1년 반이 됐지만 그 사이에 계속해서 변해왔습니다. - 최호섭 제공

제 자리 찾은 업데이트, 살아있는 윈도우


윈도우10을 쓰고 있고,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했다면 여러분이 지금 쓰는 운영체제는 2015년 7월에 처음 등장한 윈도우10과 다를 겁니다. 윈도우10은 출시 1년 반을 지나는 지금 두 번의 큼직한 업데이트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쉴새 없이 크고 작은 업데이트들이 윈도우10을 다듬었습니다.

현재 윈도우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1607 버전입니다. ‘레드스톤’이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된 연례 업데이트입니다. 그 전 업데이트는 2015년 11월에 이뤄진 TH2입니다. 그리고 2017년 3월에는 레드스톤2, 혹은 ‘크리에이터스 에디션’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준비중입니다. 단순히 업데이트를 많이 해준다고 해서 윈도우10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닙니다. 이 업데이트의 의미는 윈도우가 시대 흐름에 맞춰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이 마지막 윈도우가 될 것”이라는 말을 꺼낸 바 있습니다. 이 말이 ‘윈도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잘못 전달된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 자체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운영체제를 만드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윈도우10을 윈도우의 ’10번째 버전’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윈도우10’이라는 이름 자체가 기존의 윈도우와는 다른 운영체제 형태를 설명한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긴 합니다.

 

인사이더 프리뷰는 베타테스트지만 윈도우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 최호섭 제공
인사이더 프리뷰는 베타테스트지만 윈도우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 최호섭 제공

‘영원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몇년 동안은 정말 새로운 윈도우를 내놓는 대신 윈도우10 업데이트를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지난 두 번의 큰 업데이트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큼직하게 업데이트했던 바 있습니다. ‘서비스팩’이라고 불렀던 건데, 이 서비스팩과 윈도우10의 업데이트는 분명 다릅니다. 이제까지의 윈도우는 되도록 완벽한 상태에서 출시됐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업계의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윈도우10은 계속해서 새 기능이 실험되고, 그 중에서 필요한 것들은 업데이트로 그때그때 추가됩니다. 새로운 기술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받습니다. 그러니까 ‘인사이더 프리뷰’라는 이름의 베타 테스트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 이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됩니다. 인사이더 프리뷰는 아주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2월 15일에는 ‘올해 안에 새로운 빌드가 없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라는 농담 섞인 발표를 했는데, 이 인사이트 프리뷰가 얼마나 숨가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말입니다.

인사이더 프리뷰는 애초 윈도우10이 개발되는 순간부터 시작됐는데, 출시 이후에도 이 얼리어답터들을 통해 꾸준히 업데이트에 대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받는 창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 버튼의 모양이 달라졌고, 코타나의 역할이 늘어났고, 자동 업데이트를 옵션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다음 업데이트는 VR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더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윈도우10은 그 시대, 그 기술 환경에 맞는 기술들이 업데이트로 유연하게 따라 붙습니다. 애플의 맥OS와 비교할 수 있는데, 맥OS 역시 ‘OS X’을 기반으로 매년 업데이트를 더해갑니다. 그 사이에 64비트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음성인식 등 서서히 진화를 거쳐 왔습니다. 윈도우10 역시 더 이상 운영체제의 근간을 흔들기보다 본질을 유지하면서 각종 서비스들을 돌릴 수 있는 판, 그러니까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새 윈도우’가 아니라 ‘새 업데이트’를 기다리면 됩니다.


PC 틀 벗어난 유연성


이렇게 업데이트로 기능을 넣기 쉬워진 것은 윈도우의 달라진 구조가 한 몫을 합니다. 먼저 윈도우10의 알맹이를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윈도우10의 구조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핵심을 '코어'이라고 부르는데 컴퓨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의 기본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윈도우10은 이 코어를 아주 가볍게 만들어서 어떤 기기에든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기기에 맞게 화면을 꾸미고, 응용 프로그램 요소를 쌓으면서 운영체제가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윈도우10은 아주 작은 사물인터넷 기기에도 쓰이고, 엑스박스 원 같은 게임기에도 쓸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요소들을 품고 있는 게 우리가 쓰는 PC용 윈도우10입니다. 서버용 윈도우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윈도우10은 이렇게 각 요소들이 쪼개져 있기 때문에 한 덩어리로 되어 있던 기존 윈도우보다 가볍게 돌아갈 뿐 아니라 각 부분들을 손 보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메뉴나 화면 구성 등 UI/UX를 손쉽게 바꿀 수 있고, 기존 윈도우와 다른 형태의 응용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틀인 ‘프레임워크’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윈도우10은 PC뿐 아니라 게임기 X박스 원에도 들어갔고, 리눅스도 끌어 안았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윈도우10은 PC뿐 아니라 게임기 X박스 원에도 들어갔고, 리눅스도 끌어 안았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그래서 올 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놀랄만한 일들을 여럿 벌였습니다. 일단 PC에만 갇히지 않고 이전과 다른 형태의 윈도우10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인 ‘X박스 원’도 윈도우10으로 운영체제를 바꿨고,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도 윈도우10을 씁니다. 사물인터넷에 주로 쓰이는 ‘라즈베리파이2’에도 IoT용 윈도우10을 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운영체제 환경도 끌어 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4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윈도우10에서 리눅스의 ‘배시(Bash)’ 셸을 돌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배시 셸은 리눅스의 명령어를 내릴 수 있는 도구입니다. 윈도우가 리눅스를 끌어 안았다는 것만으로 개발자들에게 큰 이슈가 된 사건인데, 그만큼 윈도우가 유연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윈도우 외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환경인 자마린(Xamarin)을 인수하고, 리눅스와 맥OS용 비주얼 스튜디오를 내놓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탈 PC, 탈 윈도우’ 흐름과도 발 맞추고 있습니다.


달라진 윈도우,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동안 운영체제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역설적이게도 ‘윈도우’ 때문에 놓쳤습니다. 정확히는 윈도우XP죠. 윈도우XP는 2000년대 초반 환경에 맞춰진 운영체제였고, 업데이트도 유연하지 못했습니다. 서비스팩을 통해 거의 뿌리부터 바꾼 윈도우XP가 나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기기에 맞추지도 못했습니다. 윈도우7은 윈도우XP의 아주 기본적인 역할밖에 대체하지 못했고 윈도우8은 처참했습니다. 그 사이에 모바일 시대가 열렸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변화를 꾀하긴 했습니다. 윈도우8은 모바일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운영체제의 변화보다 터치스크린, 태블릿 등의 하드웨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PC의 표준을 제시하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자신감도 들어있었죠. 하지만 이때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는 기기를 위한 운영체제가 아니라 각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하는 밑바탕으로 방향성을 바꾼 뒤였습니다. 윈도우는 십수년 동안 XP에 머물러 있었고, 그 고통의 시간은 결국 윈도우10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뿌리부터 바꿔 놓았습니다.

 

2017년의 윈도우10은 또 이 모습과 달라져 있을 겁니다. - 최호섭 제공
2017년의 윈도우10은 또 이 모습과 달라져 있을 겁니다. - 최호섭 제공

어떻게 보면 윈도우10의 정책은 맥OS와 닮아 있고, 안드로이드나 iOS와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10의 변화가 재미있는 것은 그 자체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체질 개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는 윈도우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제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팔아서 거두는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회사는 윈도우10을 내놓으면서 1년 한정이긴 했지만 기존 운영체제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줬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윈도우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요즘 운영체제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다소 늦었지만 윈도우10은 기대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년 레드스톤2 업데이트에 윈도우10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기대됩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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