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5)우주가 물질이 왜 더 많은지 실험으로 보여준 제임스 크로닌

2016.12.30 09:00

지난 네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달력도 마지막 달만 남았다. 올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올해 ‘네이처’에는 20건, ‘사이언스’에는 8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7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1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지난 1월 24일 작고한 마빈 민스키의 경우는 1월 27일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로 대신한다.

 


★ 제임스 크로닌 (1946. 2.26 ~ 2016. 8. 2) 우주에는 왜 물질이 더 많은지 실험으로 보여준 물리학자

 

제임스 크로닌. - 시카고대 제공
제임스 크로닌. - 시카고대 제공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자연의 특성이 바로 대칭성이다. 원이나 구가 2차원이나 3차원 도형 가운데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도 대칭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8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이 반물질의 존재를 제기하면서 우주의 대칭성에 근본적인 균열이 드러났다. 디랙의 이론에 따르면 빅뱅 이후 우주는 에너지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 생겨나고 소멸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물질이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우주의 모습이 존재하려면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비대칭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1964년 우주가 물질로 이뤄져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한 미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크로닌(James Cronin)이 8월 25일 85세로 작고했다.

 

크로닌의 실험은 1956년 중국계 미국 물리학자 양전닝과 리정다오가 제안한 약력에서 P변환 대칭성 깨짐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P는 패러티(parity)로 거울상을 뜻하는데 양자물리학에서는 입자의 스핀을 뜻한다. 두 사람은 이런 이론을 내놓고 이를 증명할 실험까지 고안해 실험물리학자들에게 과제를 던졌다.

 

이듬해 역시 중국계 미국 물리학자인 우젠슝은 약력이 관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코발트 60의 베타붕괴를 관찰한 결과 방출되는 전자의 스핀이 비대칭임을 확인했다. 즉 왼쪽 스핀인 전자가 오른쪽 스핀인 전자 보다 많이 나왔다. 대칭성이 유지된다면 같은 수로 나와야 한다. 이 실험으로 양과 리는 이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1964년 미국 브룩헤이븐연구소의 크로닌과 밸 피치는 중성 케이온(K0)이라는 중간자의 붕괴과정을 추적해 CP변환의 대칭성도 깨진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서 C는 전하(charge)로 C변환은 전하가 반대로 바뀌는 변환, 즉 물질에서 반물질(또는 그 반대)로 바뀌는 과정이다. 물질과 반물질은 전하를 뺀 모든 특성이 같으므로 C변환의 대칭성은 보존된다. 그런데 서로 다른 종류의 쿼크와 반쿼크로 이뤄진 중간자의 붕괴과정에서 CP변환의 대칭성이 깨진 것이다. CP변환은 C변환과 P변환이 다 일어난 경우다.

 

질량이 양성자의 절반쯤 되는 K0입자는 다운쿼크와 반스트레인지쿼크로 이뤄져 있는데 불안정해 파이온이라는 좀 더 가벼운 입자로 바뀐 뒤 최종적으로는 전자와 광자 같은 안정한 입자를 남기고 사라진다. 연구자들은 양성자가속기에서 K0입자와 그 반입자(전하와 스핀이 반대)를 생성시켜 소멸 패턴을 관찰했다. CP대칭성이 보존된다면 둘의 소멸 패턴이 동일하겠지만 실험 결과 미미한 차이가 발견됐다. 이 결과로 크로닌과 피치는 198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1931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크로닌은 1955년 시카고대에서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8년 밸 피치의 영입으로 프린스턴대에 자리를 잡은 크로닌은 피치와 중성 케이온의 붕괴를 연구하다 1964년 CP대칭성 깨짐을 발견했다. 1971년 시카고대로 돌아간 크로닌은 1977년 그곳에 있는 페르미연구소의 충돌빔 책임자가 됐지만 바로 사임했다. 과학행정이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 관측으로 관심을 돌렸다. 고에너지 우주선의 실체를 밝히면 우주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연대해 곳곳에 검출기를 설치했는데, 특히 아르헨티나에 있는 피에르아우거관측소는 검출기 200여 대가 3000평방킬로미터에 흩어져 있는 가장 큰 규모로 2000년 완공됐다. 16개국 430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 피에르아우거관측소 덕분에 아르헨티나의 기초과학이 큰 힘을 얻었다. 관측소가 입주한 지역인 말라그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고등학교도 세워졌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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