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쏟은 ‘미래성장동력’, 셋 중 하나는 파급효과 없었다

2016.12.26 19:00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지능형 로봇, 맞춤형 웰니스 케어, 실감형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정부의 대대적 R&D 투자가 파급효과를 일으키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가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진행한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의 투자 우선순위 선정 과정을 개선하고 투자 효율성 제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예산처)가 22일 발간한 ‘미래성장동력 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추진됐던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 19개 세부분야 중 가상훈련시스템, 스마트바이오 생산시스템, 지능형 로봇, 맞춤형 웰니스 케어, 실감형 콘텐츠, 첨단소재 가공시스템 등 6개 분야는 정부 재원에서 나온 연구개발 투자의 파급효과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정부가 R&D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민간 부문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은 21세기 들어 정부가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 목표로 총사업비 수천억~수조 원을 투자한 사업으로, 매년 이름은 조금씩 달라졌다. 2004년 참여정부가 각 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차세대전지, 미래형자동차 등 ‘10대 성장동력 분야’를 선정한 것이 시작이다. 준비 단계부터 2007년까지 총 2조2872억원이 투자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사업은 대폭 확대됐다. 고부가식품, 녹색금융 등이 추가돼 ‘17대 신성장동력 분야’로 확대됐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6조3706억원이 투자됐다. 박근혜 정부는 여기서 7개 분야를 제외하고 6개 분야를 추가해 ‘19대 미래성장동력 분야’로 사업을 개편했다.

 

예산처는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파급 효과(스필오버)’를 분석했다. 파급 효과는 특정 분야에 예산을 투자했을 때 주변 산업들의 규모가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뜻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목적에 더해 전체 산업의 역량을 키우는 목적이 있기에 파급 효과가 중요하다. 

 

미래성장동력 중 나머지 13개 분야는 파급 효과가 확인됐다. 그중 5G 이동통신, 고기능 무인기, 지능형 반도체, 스마트 자동차, 지능형 사물인터넷, 착용형 스마트기기 등 6개 분야는 민간 투자가 아닌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만 파급효과를 나타냈다.

 

예산처는 보고서에서 “(19개 분야 전체를 보면 정부 지원을 받은 산업이) 다른 일반 산업보다 파급 효과 빈도가 높다”며 “향후 미래성장동력 정책을 추진할 때 투자 규모의 적정성, 성장 가능성, 유망성 등을 반영할 실증적 산업 논거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미래성장동력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점도 비판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는 탓에 정책 지속성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정부는 “정권 중반기까지도 잦은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으로 R&D 정책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추진체계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과학기술전략회의로 이원화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탓에 19대 미래성장동력 분야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선정한 것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예산처는 “중장기적 정책 일관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원적인 현행 과학기술 정책 추진 체계를 단일화하고,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연속성 있는 과학기술 행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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