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발병의 주범은 오직 ‘철새’?

2016년 12월 22일 19:0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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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마 누구나 한 번 쯤은 초록색 검색창에 ‘조류독감’이라고 검색해 봤을 겁니다. 그러면 맨 위에 “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가 하나 나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장 믿을만한 홈페이지이지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네이버 화면 캡쳐 제공
네이버 화면 캡쳐 제공

예상했던대로 팝업창이며 메인 페이지며 모두 조류독감 이야기입니다. 특히 ‘모두가 힘을 모으면, AI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몇 가지 안전 수칙이 눈에 띄네요. 그런데 여기서 약간 의문이 듭니다. 맨 먼저 “국민 여러분 지켜주세요”라면서, 축산농가 관계자가 아닌 저같은 일반 사람에게 당부하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조류독감 전파를 막도록 국민이 지켜야 할 첫 번째 안전수칙이다.  -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제공
조류독감 전파를 막도록 국민이 지켜야 할 첫 번째 안전수칙이다.  -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제공

1. 철새도래지와 축산농가 방문을 최대한 자제.

2. 불가피하게 방문한 경우에는 아래사항을 준수.

- 차량 방문 시 소독시설을 통과하여 차량을 소독

- 도보 방문 시에도 설치된 발판소독조 반드시 이용

- 철새의 시체, 배설물 등을 밟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유의

3. AI 발생지역 해외 여행 자제

- 여행지역 가금농장 출입 금지 / 귀국시 닭·오리고기 반입 금지

 

* 위생수칙 :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많지지 않기 

  

사실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아는 내용을 알려줘서 의아하기 보다는 현실감이 떨어져서 의아했습니다. 과연 일반 사람 중에 평소 철새도래지에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물론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이 축산농가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지 않은 때라도 일부러 철새도래지나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일은 정말 드문 일 입니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던 철새 탐사 프로그램은 잠시 문을 닫았다. - GIB 제공
환경부에서 운영하던 철새 탐사 프로그램은 잠시 문을 닫았다. - GIB 제공

 

아,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철새 탐사’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몇 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철새가 오는 이맘 때쯤, 가족 단위로 사람을 모아 몇몇 군데의 생태공원에서 철새가 사는 서식지를 방문해 철새의 생태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한달에 몇 번씩 운영하곤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은 분명 일상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럼 이제 다시 철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보통 조류독감의 주범으로 철새가 꼽히는데, 철새가 뭘 어쨌길래 조류독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걸까요? 그러려면 조류독감이 왜 생기는지 부터 알아야 합니다. 

 

Q1. 조류독감은 왜 생기는 건가요?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은 대부분 야생에 사는 새들의 감기가 가축화 된 닭이나 오리에게 전염돼 발생한 것입니다. 조류독감은 본래 야생에 사는 새들이 가지고 있던 자연스러운 질병입니다. 사람들이 수시로 겪는 감기 같은 거죠. 하지만 집에서 길러지는 닭이나 오리에겐 치명적입니다. 가금류는 보통 비위생적이고 좁은 곳에서 공장식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더욱 쉽게 전파되기도 하고요.

 

야생에서 사는 새에게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일반 감기와 같은 격이다. - GIB 제공
야생에서 사는 새에게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일반 감기와 같은 격이다. - GIB 제공

기록만 살펴 봐도 90년대 이전에는 조류독감이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공장식 사육 산업이 커진 90년대 이후로는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전염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러다 최초로 사람들이 주목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으로, 1996년 중국 광동 지역 거위에게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1997년 이 바이러스는 유전자 일부에서 변이가 일어났고 급속도로 퍼져 심지어 사람도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 1997년에 홍콩에서 유행했던 ‘홍콩 조류독감’ 이야기 입니다. 당시 홍콩에서만 사람 18명이 조류독감에 걸리고, 이중 6명은 사망했습니다. 

      

Q2. 우리나라엔 매년 철새가 찾아오는데, 그럼 조류독감은 해마다 걱정해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지닌 철새가 매년 한국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철새를 막을수도, 철새가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할 방법도 없습니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서는 2008년 이후로 예방 차원에서 철새 몸속에 혹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없는지 꾸준히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만 해도 철새와 가금류를 대상으로 37만여 건의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는 대략 126만 마리. 이 철새를 모두 불러모아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순 없겠지요. 다른 무엇보다 가금류 관련 농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지 않도록,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조류독감이 유행한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철새 탓을 하는 건 아무 의미없겠지요.

 

이제 와 조류독감의 주범을 철새로 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 GIB 제공
이제 와 조류독감의 주범을 철새로 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 GIB 제공

Q3. 그럼, 이번 조류독감은 대체 어느 철새가 옮긴 건가요?


글쎄요. 딱 ‘누구!’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계란까지 파뭍는 일은 없었겠지요. 앞서 설명한대로 조류독감은 본래 야생에서 사는 새들의 평범한 질병이었습니다. 야생에서 사는 새는 철새를 포함해 그 종류가 엄청 다양합니다.

 

물론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H5N6형’ 바이러스는 10월 28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 서식하는 원앙의 똥에서 우연히 처음 발견됐습니다. 봉강천 주변은 우리나라 주요 철새도래지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이번에 바이러스가 발견된 원앙은 철새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야생에 사는 새’인 것만은 확실하지요. 왜냐하면 원앙 중에는 지역에 따라 겨울에만 나타나는 철새도 있지만, 사계절 내내 한곳에서 서식하는 텃새도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보건복지부의 방역 시스템 단계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 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팀의 연구 활동 중에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원앙에게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 GIB 제공
지금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원앙에게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 GIB 제공

이렇게 철새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고, 철새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아예 철새도래지가 없는 전남 구례에서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지요. 철새 또는 야생에서 사는 새의 똥 포함한 분비물을 만진 동물이나 사람이 인근 가금류 농장 근처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Q4.철새 관광지 근처엔 가지 않는게 좋겠지요?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동안에는 철새도래지는 최대한 멀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철새 관광이 아니더라도 큰 규모의 가금류 농장이 있는 지역이나 철새도래지 근처의 하천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쉽게 옮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철새 몸에 있던 바이러스를 또 다른 가금류 농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게 될까봐 만류하는 것입니다.

  
환경부에서도 대규모 철새 도래지가 있는 순천시(11월 15일부터), 부산시(11월 18일부터), 서울시(11월 30일부터), 서산시(12월 1일부터)의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중단했습니다.

 

2000만 마리의 자식 같은 닭과 오리를 잃은 농민들을 위해, 철새 탓은 이제 그만~! 하루 빨리 조류독감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확실하고 효과있는 뾰족한 수가 나타나길 바라며, 이번 화 문을 닫습니다. 

 

※취재팀주

그 어떤 때보다 큰 규모의 조류독감이 난리입니다만.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져야 할 관련정보들이 다른 이슈에 묻혀 전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계속해서 시리즈 기획으로 반드시 알아야하는 조류독감에 대한 지식을 전해드립니다.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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