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순 없나요?

2016년 12월 21일 19:30

고병원성 조류독감(AI)으로 2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고 있는 가운데, 이젠 곳곳에서 계란까지 판째로 땅에 묻히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조류독감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살처분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최초로 발생한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선 거의 매해 조류독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순 없나요? - 포커스 뉴스 제공
조류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순 없나요? - 포커스 뉴스 제공

이같은 조류독감의 대규모 확산은 올해로 6번째 일인데요. 자료를 조사해 보니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모두 3종류란 걸 알게 됐습니다. 2003~2011년까지는 인플루엔자 중 ‘H5N1형’ 바이러스가, 2014~2015년 사이엔 ‘H5N8형’ 바이러스가 유행했고, 올해는 새로운 종류인 ‘H5N6형’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셋은 모두 사람에게도 독감을 일으키는 A형 독감 바이러스 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10년이 넘게 A형 바이러스로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는데, 왜 백신이나, 예방주사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걸까요?

 

Q1. 닭도 (줄서서) 예방주사 맞으면 집단 감염은 막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맞습니다. 괜히 ‘예방주사’라 부르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유행하는 H5N6형 독감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조류는 H5N6형 바이러스로 인한 조류독감에는 걸리지 않겠지요.


백신은 몸속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기억하도록 돕습니다. 전문 용어로 ‘면역 기억’이라고도 합니다. 조류독감 백신을 사용한다는 말은 조류의 체내에 해당 바이러스를 투여해 면역 기억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만약 H5N6형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인공으로 만들어 닭을 (줄세워) 예방주사를 놓으면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Q2. 헐! 바이러스를 직접 주사한다고요? 위험하지 않나요?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문제 없습니다. 백신의 원리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은데요. 예방 접종을 통해 사람의 몸속에 백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단백질의 일부를 침입자라고 인식해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면역 체계를 갖춥니다. 이렇게 만든 면역 체계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느냐에 따라 면역 기억이 달라지는 거고요.

 

백신은 크게 ‘사독 백신’과 ‘생독 백신’ 두 종류가 있습니다. 돌쟁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방 접종 중에  ‘일본 뇌염’ 주사는 접종 전에 부모에게 사백신으로 할지, 생백신으로 할지 선택하게 합니다. 백신의 종류에 따라 주사 효과가 약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설명을 듣고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라는 뜻이지요. 

 

두 백신은 모두 바이러스에서 독감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성질을 제거하고 예방주사로 만듭니다. 사독 백신은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은 할 수 없고, 생독 백신은 독성이 약하긴 하지만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독 백신은 생독 백신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지만, 면역 기억 지속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조류에게 주사가 가능한 백신은 모두 사독 백신입니다. 그러니 큰 위험은 없습니다.

 

Q3. 그럼 왜 지금까지 예방주사를 놓지 않은 건가요?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미리 예측하지 못해서 만들어 놓은 백신이 없습니다. 예방주사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 미리 접종을 해야 예방할 수 있는 건데 비용 문제나 개발 능력의 문제를 떠나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몰랐던 거죠.

 

조류독감도 사촌관계인 사람 독감과 마찬가지로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각각 HnNn형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이때 Hn도 Nn도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종류를 기준으로 붙여진 이름인데, H관련 단백질(전문 용어: HA)이 16종류, N 관련 단백질(전문 용어: NA)이 모두 9종류이며 발견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바이러스 이름을 완성합니다. 

 

둘 중 H관련 단백질은 동물의 세포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백신을 만들 때는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H관련 단백질이 몇 번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같은 종류의 H관련 단백질이 포함된 바이러스를 백신에 넣어야, 몸속에서 그에 맞서 싸우는 항체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야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으로 못 들어오게 막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2016년 5월, 중국의 쌴잉 젱 중국농업과학원 연구팀은  H5N1형, H5N2형, H5N6형, H5N8형 독감 바이러스를 한 가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논문에는 닭에게 새로 개발한 이 백신을 주사했을 때, H5N1형, H5N2형, H5N6형, H5N8형 독감 바이러스를 모두 이겨냈다는 실험 결과도 포함 돼 있었습니다.  

 

물론 백신 가격도 문제 없습니다. 조류독감(H9N2형), 뉴캐슬병, 산란저하증을 포함한 5가지 전염병을 예방하는 가금류 백신이 소비자 가격으로 1마리당 100원 꼴입니다. 손영호 반석가금연구소장은 “한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 고려하면 1마리당 30원 정도인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Q4. 그럼 이제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알았으니, 백신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닙니까?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문제는 시간입니다. 백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데 3개월 이상이 필요합니다. 이미 살처분된 가금류가 2000만 마리를 넘긴 상황에서, 3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지요. 3개월 뒤에 설마 조류독감이 계속 유행하고 있진 않을테니 말입니다.

 

지금 유행하는 H5N6형 바이러스의 경우, 완성된 백신은 없고 백신에 들어갈 인공 바이러스의 일부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인공 바이러스를 완성하기까지 넉넉잡아 한 달, 이를 배양하고 검증하는데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 독감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라 불리죠.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혹시 내년에 찾아올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H5N6형이리라 예측하고 접종했다가, 다른 녀석이 찾아오면 시간 낭비, 돈 낭비, 백신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닭은 항체가 충분히 생길때까지 3~4주 정도 걸리고, 오리는 1번 접종으로는 항체 형성이 어려워 2번 접종해야 합니다. 최대한 기간을 앞당겨서 2주에 한 번 접종해도, 오리의 경우 항체가 충분히 생길때까지 한 달 반이나 걸리는 셈이지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예방주사가 활성화 된다고 해도 조류독감의 발생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조류독감이 발견된 초기에 피해 지역이 아닌 곳에서부터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슬슬 예방접종 효과를 볼 수 있는 때가 됐으니 지금보다는 피해 규모를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백신이 상용화되고 예방주사 효과가 입증되면 모를까, 현재 모든 게 미지수인 상황에서 1대에 30원 꼴인 예방주사를 농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양계장에선 몇 주의 짧은 기간 동안 닭을 키워 계속 출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류독감 백신 논쟁이 과학자들만의 탁상공론이 아니길 바라며 이번 화는 문을 닫습니다.

 

※취재팀주

그 어떤 때보다 큰 규모의 조류독감이 난리입니다만.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져야 할 관련정보들이 다른 이슈에 묻혀 전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4회에 걸쳐 반드시 알아야하는 조류독감에 대한 지식을 전해드립니다.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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